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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감성의 귀환, 식품산업을 이끌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소민


(출처: 스물다섯 스물하나 공식홈페이지)

 


경험한 적 없지만 향수는 있어요


 최근 우리를 90년대로 이끄는 드라마가 있다. 촌스러운 머리, 삐삐, 공중전화 등 지금은 어색한 소재로 가득한, 풋풋한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드라마는 1988년 IMF로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물이다. 인기는 심상치 않다.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OTT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8위에 랭크되었다. 또한 12회는 국내 시청률 14.8%를 기록하며, 12회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아름답고 찬란하게 보이는 그 시절 청춘. 독특한 것은 그 시절을 살아보지도 않은 1030까지도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점이다. 마치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애틋하게 말이다.



 청춘은 거리두기의 미학


(출처: http://www.thescoop.co.kr/)

 오늘날 청춘은 바쁘다. 그리고 아프다. 평생 직장, 내 집 마련, 단란한 가족.  타고난 수저가 아니면 이루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니 경험한 적도 없는 과거가 아름다울 수 밖에.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레트로 인기의 이유로 ‘현실이 힘들어서’가 56.4%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 시절 청춘도 마냥 빛나지만은 않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부유하게 자란 기업가 자제 백이진(남주혁 분)이 IMF를 겪고 한순간 집도, 가족도, 돈도 없는 신세가 된 모습은 그 시절의 아픔을 보여준다. IMF로 펜싱부가 폐지되어 운동선수의 꿈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나희도(김태리 분)는 그 시절의 서러움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들의 청춘은 아름답고 청량하게만 보인다.


 그렇게 보면 청춘의 아름다움은 ‘거리두기’에서 나오는 듯 하다. 청춘의 힘든 오늘도 멀리서 돌아보면’ 스물다섯 스물하나’처럼 밝을 날 올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레트로는 젊은 날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경험한 적 없지만 한없이 예쁘고 그립다.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레트로 인기의 이유 중 하나다.




돌아온 꼬부기 빵, 과거를 주세요!


(출처:https://www.edaily.co.kr/news/)

  애타는 우리의 부름에 그리운 90년대가 화답했다. 1999년 출시되어,2006년 단종된 포켓몬 빵이 무려 16년만에 돌아왔다. 이 빵은 재 출시된 지 약 20일만에 450만개가 판매되는 기록적인 흥행 신화를 썼다. 포켓몬 빵에 동봉된 ‘띠부띠부 씰(떼였다 붙이는 방식의 스티커)’은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개당 4~5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엔 포켓몬 빵을 원하는 만큼 구매하지 못했던 어린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 원하는 만큼 빵을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췄다. 때문에 ‘띠부띠부 씰만 갖고 빵은 버렸어요.’등의 제품 후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종된 빵이 재 출시되는 일은 최근 제과업계에서 빈번하다. 2021년에는 오리온의 ‘와클’이 재출시 되어 출시 5주동안 180만개가 넘게 판매되었다. 특히 이 재출시는 소비자가 직접 회사 게시판 등을 통해 꾸준히 요청해 이루어졌다. 단종되기 전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매출을 보이며 성공적인 재 출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에는 ‘태양의 맛 썬’을, 2019년에는 ‘치킨팝’을 다시 선보이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제과 업계에서 레트로가 써 내리는 성공신화는 우연이 아니다. 그리운 추억이 다시금 살아 숨쉬며 새로운 현재를 만들고 있다.                     



 레트로의 왕, 진로 이즈 백


(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21/09/29/0014)

  

 2019년, 하이트 진로는 과거 소주 ’진로’와 외관이 꼭닮은 ‘진로 이즈 백’ 소주를 출시했다. 이 ‘진로 이즈 백’ 소주는 출시 진로는 출시 두 달만에 1000만병이 팔렸으며 출시 3년차인 2021년에 상반기 누적판매 7억4000만병을 돌파했다.

 익숙한 추억의 맛 때문이 아니다. 돌아온 진로는 병 디자인과 두꺼비 마스코트를 제외하고는 도수, 맛의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과거 보다 도수를 대폭 낮추고 맛도 깔끔해졌다. 맛은 다른데 꼭 옛날 추억이 생각난다. 진로가 가지는 아련함이 레트로 마케팅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21/09/29/0014)

 이에 더해 하이트 진로는 마스코트인 두꺼비 캐릭터를 친숙하게 각인시키고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 올해 2월에는 부산 서면에 진로 팝업 스토어 ‘두껍 상회’를 개장했다.

약 170여종의 다양한 굿즈와 포토부스, 럭키 박스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진로는 현재를 진로의 시간으로 바꾸고 있다.

 


세기말 감성이 이끄는 식품산업


 앞선 사례들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현재 식품 산업은 ‘레트로’열풍에 빠져 있다. 특히 식품산업 이러한 기류가 두드러 지는 것은 식품만의 고유한 특징에 있다. 음식의 맛과 향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단순히 과거를 보기만 하는게 아니라 먹고, 마시고, 냄새를 맡는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기억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의 추억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다.

 포켓몬 빵의 성공 이후, 케로로 빵, 국진이 빵 등 다양한 빵의 재 출시를 고려중이라고 한다. 오래된 서랍장 안에 고이 간직된 '맛있는 기억'이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환영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소민

jasomin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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