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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혼자 자러 가지 않을래?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1기 남지훈


더캡슐 명동점 (출처: 더캡슐 공식 사이트)

  


  캡슐 호텔에서 지내본 적이 있는가. 아직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는 장소라 생각한다. 국내에 처음 캡슐 호텔이 2017년이 되어서야 생겼고, 서울에 있는 캡슐 호텔의 개수도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다. 대중성이 낮은 데에는 이미 전국적으로 자리잡힌 찜질방 문화 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큰 이유일 수 있겠다. 그러나 높은 퀄리티와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해가는 캡슐 호텔의 스토리를 보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더캡슐이란?]

    ‘더캡슐’의 정승호 대표는 “Ultimate Private Space”, 즉 궁극적인 나만의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업을 계속하겠다 한다. 하루 숙박비가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더캡슐은 싼 가격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지만, 경쟁력이 가격에서만 올 순 없다. 진짜 차별화는 ‘분리된 공간’의 개념에서 시작됐고, 더캡슐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9년에 시작한 더캡슐은 영업 시작 1년 만에 코로나 19라는 큰 장벽을 맞이했는데, 놀랍게도 선방하고 2호점까지 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더욱더 놀랍다. 재방문 비율은 15%로 타 숙박업의 5배가 되는 수치를 자랑하고 있고, ‘감염병 확산 기간’ (2020.03~2021.01)에는 재방문자가 43%나 된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코로나 19라는 위기 상황에도 확실하게 충성고객을 잡은 사례로 볼 수 있다. 2년 후인 2021년에 반포에 두 번째 점포까지 오픈했다. 


[혼자놀기]

    호텔의 어느 부분이 이런 매니아층을 형성하게끔 하는 걸까? 싼 가격도 한몫을 하겠지만, 1인을 위해 최적화된 장소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혼라이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숙박 장소인 것이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찜질방과 달리,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들, 야근하는 직장인들, 또는 출장을 온 지방러들에게 치열하고 정신없는 하루와의 싸움 후에 조용하게 혼자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혼자 여행가도 이상할 것 없다! (출처: 글래드 트렌드리포트 2탄 #혼족편)

     최근 들어 여가 생활을 혼자서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커졌다는 데이터가 있다. ‘혼놀족’, ‘코쿤(cocoon)족’ 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20~30대들이 혼자 밥먹고, 혼자 여행가고,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흔한 현상이 되었다. 글래드의 “혼자 어디까지 해봤니?” 트렌드 리포트에 의하면 혼자 여행을 가본 MZ세대가 74%나 된다고 한다. 또한 미혼 1인 가구의 47%가 숙박어플을 필수적이다 생각할 만큼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SoloTravelerWorld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 70%가 혼자 여행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데이터를 보면 혼자놀기는 국내뿐만 아닌 세계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트렌드인것이 틀림없다. 


[MZ세대와 더캡슐의 만남]

    MZ세대는 본인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한다.. 수고한 나를 위해 무언가를 구매해 기분을 푸는 것은 사치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MZ세대는 돈을 참 창의적으로 사용할 줄 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 호캉스를 다녀오며 가치 있는 시간을 구매하기도 한다. 돈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결국엔 나의 만족감을 위해 가장 현명하게 사용했으니 아까울 것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에도 한계점이 있다. ‘혼자놀기’의 적절한 비용이 5만원 아래라고 생각하는 MZ세대가 4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더캡슐의 운영진은 이 심리를 잘 사용한 것 같다. 여행업의 주요 소비층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을 빠르게 결론짓고 그들에게 알맞은 전략을 선택했다. 혼자 활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렴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 것이다. 사실 부대시설이 거의 없고 정말 ‘잠자리’ 하나만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취준생, 야간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혼자 다니는 사람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조금이라도 조용히 쉬어야 하는 밤을 위한 공간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매일 밤 비싼 돈을 들여 4-5성급 호텔에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찜질방은 시끄럽고 프라이버시 보장이 되지 않는 구조고, 모텔은 위생문제가 많고 방음도 잘 안된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조용히 잠만 잘 곳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제공해 확실히 잡아들인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가격대도 적절하다. ‘잘 곳만 필요한 밀레니엄 세대’를 정확히 타겟 한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재력까지 고려해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찜질방과 모텔의 예시를 다시 가격 측면에서 들어보겠다. 찜질방은 대게 만원 내외로 숙박을 해결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수많은 단점들이 존재한다. 캡슐호텔과 비교하자면 모텔의 숙박비는 5만 원으로 오히려 더 비싸다. 2~3성급 호텔의 숙박비와 맞먹는 셈이다.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눈만 붙이면 될 이들에게 하루에 5만 원씩이나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식사는 할 수 없지만, 청결과 안정이 보장된 캡슐호텔에서 17,500을 지불하고 하룻밤을 묵는 것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돈 벌 시간]


캡슐 내부 사진.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더캡슐 공식 사이트)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아직 2호점밖에 내지 않은 상태고,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에 캡슐호텔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생각해서 더더욱 그렇다. 경영진도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부분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BtoC모델 뿐만 아니라 BtoB모델을 계획해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현재는 포항공대 벤쳐밸리에 캡슐식 휴게공간을 제공하여 첫 발걸음을 내디뎠고, 미래에는 일반 사무실의 휴게실, 당직실 같은 곳에 이런 개념을 적용하고 싶다 말했다. 학교 도서관 같은 곳에서도 환영받을 아이디어로 보인다. 이곳저곳 캡슐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익숙함을 형성하는 전략은 좋은 첫 스텝으로 보인다.

    기업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키워나가고, 호텔 홍보에 조금만 힘을 기울이면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호텔이라는 업계 특성상 해외에 집중했을 수 있어 해외에서는 홍보가 잘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교통, SNS 광고는 커녕 입소문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외국인 관광객이 필수 코스로 방문하는 명동 근방에 호텔이 있음에도 정작 명동거리에 광고물이 하나도 없다. 필자도 궁금한 마음에 명동역에서 더캡슐 명동점까지 걸어가봤는데, 광고는 물론 “더캡슐”세 글자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튜브에 혼자놀기를 주제로 브이로그를 올리는 크리에이터도 많은데,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광고해보는 방법도 존재한다 생각된다.

혼자 노는게 더 재밌을수도? (출처: YouTube)

 

더캡슐 반포점 외관 (출처: booking.com)

그리고 장소 선정, 외부 디자인에 조금 신경 썼으면 한다. 명동점, 반포점 둘 다 아무것도 없는 골목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옆에 있는 가게 또는 집들도 오래되고 더러워서 캡슐호텔의 분위기와 너무 안 어울린다. ‘저런 골목에 있는 호텔이 얼마나 깨끗할까” 생각이 든다. 큰길과도 너무 멀어 찾기가 힘들고 찾아도 외관을 보고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외관만 보고서 호텔이라고 상상하기도 힘들 디자인이라 많이 아쉽다. 물론 내부는 충분히 깔끔하고 만족할만한 디자인,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  다음 점포부터는 예쁜 간판도 달고, 건물 컬러도 바꾸고 매스코트를 하나 만들어 홍보를 하는 방법을 적용했으면 좋겠다.


    캡슐호텔이 대중화될 수 있을까? 갈 길이 멀고 꼭 전국민이 사랑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한번씩은 필요한 공간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잘못한 것 보다 잘한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경영진이 밀레니얼이라 그런가, MZ세대의 특성을 잘 간파했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것 같다. 가격, 시설, 접근성을 다 떠나 필자도 ‘그냥’ 한번 가보고 싶다. 충분히 매력적인 곳인 것은 틀림없다. 



연세대학교 UIC UD 국제학 남지훈 

galvanickore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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