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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공급사슬을 밝혀라!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1기 이동우


공급망 문제’는 무엇이고 왜 생겼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1년이 지난 2021년 초, 백신들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코스닥은 3000, 다우 지수는 30000을 넘는 등 전 세계 증시가 상승 릴레이를 기록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예상과는 달리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공급망 문제’이다. 공급망 문제는 최근 물류 수요 증가로 항구가 정체돼 배송시간이 느려지고 해상운임이 급등하거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공급망 문제가 발생한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나 크게 운송·생산 인프라 축소, 유동성 증가, 무역 분쟁들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다양한 방역 조치로 인해 상업 활동 전반이 축소되었고, 국가 간의 무역은 더욱 그랬다. 이에 해운·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적, 물적 인프라를 축소했다. 기업들이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도 노동 시장은 축소되었다. 생산과 물류 현장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는 집단 감염의 위험을 피해 현장을 떠난 채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백신 배포가 늦어 생산 체계 재가동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은 선진국들은 그들이 귀국하자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운송·생산 인프라가 활력을 잃어갈 때에,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돈을 풀었다. 이는 서서히 축적이 되어 억눌려있던 수요를 폭발시켰지만 수요와 달리 공급 인프라의 회복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중국, EU-러시아 등 국제 사회 속 무역 갈등은 전 세계의 원자재, 공산품 시장을 반으로 쪼개 놓아 공급을 더욱 어렵게 했다. 현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원유, 금속, 밀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동시에 해당 국가를 통하는 물류가 마비되며 공급의 차질은 쉽사리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2년 간 태평양 횡단 운송 비용과 대기 시간. 출처: Freightos]



공급망이 무너져도 살아날 길은 있다


    팬데믹 이전의 기업들은 고정 비용을 줄이고자 효율성을 우선시하고는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에서는 탄력성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공급망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유연한 대처로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업들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세계 곳곳으로 분산하고 있었기에 특정 지역에서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는 작년에 삼성전자가 무려 279조에 달하는 역대 최고의 매출을 달성한 데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 대한항공은 이용객이 줄자 누구보다 빨리 화물 수송 사업에 집중했고, 높아진 운송 수요를 그대로 흡수해 2020년 전 세계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하지만 기업 내부의 변화는 공급망 문제의 충격을 완화하고 회복을 도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복잡한 국제 물류 프로세스에 있다. 어떤 거대한 기업도 자체적으로 화물을 세계 각지로 배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플이라고 세계 각국에 트럭, 선박, 비행기를 전개할 수 있을까? 결국 국제 무역에선 트럭, 해운, 항공 등 다양한 물류 산업 속 더 다양한 업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물류산업은 경기 순환적 특성, 선박·비행기·부동산의 높은 단위 비용 등으로 보수적으로 운영이 된다. 따라서 기존의 공급 네트워크는 개별적인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파악과 대응이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기에 공급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 필요가 시급한 까닭인지 변화에 소극적이던 물류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21년, 이커머스 풀필먼트 업체 ‘쉽밥’, 단기 임대 같은 팝업 창고 형태의 디지털 창고 서비스 및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토어드’, 화물 적재량을 운송 용량에 맞추고 남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신생 물류 스타트업이자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고 있는 ‘플록 프라이트’ 등 다수 물류 기술 업체들이 유니콘에 등극했다. 또한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21년 첫 3분기 동안 공급망 기술 스타트업들에 대한 VC 투자가 243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전체 기간 대비 58%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물류 관련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난달 9억 3,500만 달러의 시리즈 E 라운드 투자를 통해 80억 달러의 압도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플렉스포트’를 좀 더 소개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위기에서 탄력적인 기업이 더 잘 버티고 더 빠르게 회복한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BCG]

플렉스포트, 꽉 막힌 물류 업계에 도전장을 던지다


    앞서 제품을 운송하는 과정에 다양한 업체가 개입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플렉스포트가 여타 물류 스타트업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작은 트럭부터 선박과 항공기까지 공급사슬 속 모든 물류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시장 규모의 차이를 가져온다. 컨설팅 업체 암스트롱 앤드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비용은 2020년 9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11%를 차지한다.


    개별 업체의 입장에서, 이 모든 물류 프로세스 관련 회사들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포워더’라고 불리는 운송의 전 과정을 대신해주는 업체들이 존재하는데, 플렉스포트도 바로 이 포워더 중 하나이다. 그러나 플렉스포트는 물류 업계의 고리타분한 절차를 완전히 깨부숴왔다.


    우선, 운송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개별 업체가 포워더 혹은 각 운송 업체와 수십 번 연락을 주고받았어야 했으며, 그 수단도 전화나 이메일이 대부분이었다. 허나 플렉스포트는 이것을 비행기나 호텔을 예약하듯 간편하게 바꾸었다. 다음으로, 화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택배는 쉽게 배송 추적이 가능하지만, 화물은 일단 운송을 시작하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이 개략적인 정보를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플렉스포트는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화물의 위치와 상태를 웹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플렉스포트는 운송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정보와 기능을 제공했다.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고 플렉스포트의 혁신은 더욱 부각되어, 2019년에는 6억 7천만 달러였던 매출이 2020년 13억 달러, 2021년 33억 달러에 이르렀다. 2021년은 3,7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여 첫 번째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치 택배를 보내는 것처럼 쉽게 예약을 할 수 있는 플렉스포트 UI]

가까운 미래, 더 먼 미래


    McKinsey & Company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공급망 관리 솔루션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계를 이해, 운영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플렉스포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물의 크기를 계산해 컨테이너 적재율을 극한까지 높였으며, 화물의 가치와 무게에 따라 선박과 항공기 중 유리한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가 지도 어플에서 길을 찾는 것처럼 물류가 이동하기에 최적인 경로를 예측해 보여주기도 한다. 플렉스포트가 수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플렉스포트는 이에 그치지 않고 화물을 발송하지 않아도 배송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서비스, 우선순위가 높은 상품을 식별하고 더 빠르게 배송하는 서비스 등을 기획 중이다. 


    앞으로 공급, 제조, 운송, 보관, 유통, 판매까지 공급사슬 전반이 자동화가 되어갈 것은 자명해보인다. 즉, 정보를 생성하는 주체인 동시에 명령을 받을 수 있는 객체인 기계들이 공급사슬을 빼곡히 채워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유 운송 자원에 맞추어 생산량을 조절하는 자동화 공장, 자율주행선박과 적재로봇을 활용한 바다에서의 화물 환승 등 공급사슬 자체를 유기적으로 활용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류를 혁신해온 플렉스포트는 다가올 미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연세대 컴퓨터과학 이동우

dlehd100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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