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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여백을 기술로 채우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 31기 남지훈

 

 “공이나 차던 애가 뭘 안다고 사업을 해?”


    스포츠 스타들은 돈을 정말 많이 번다. 피눈물로 이뤄낸 노력의 결과로 얻는 대가겠지만, 몇몇 선수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액수의 돈을 월 단위로 벌고 있다. 그들이 유명인이 되어 짊어지게 되는 수많은 시선, 부담, 자유의 박탈, 안전 위협, 프라이버시의 부재보다도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부상이다. 몸을 쓰지 못하는 운동선수는 엔진이 없는 벤틀리와도 같아, 겉모습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운동선수들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부상이 되는 셈이다. 경기 도중 발생하는 신체적 접촉에 의한 부상은 그 누구도 예방하기 어렵겠지만, 피로 누적으로 생기는 부상은 생활 패턴과 훈련 및 회복 방식 등 여러 요소의 분석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운동선수들은 그들을 평가하는 대중의 터무니없이 높은 기준에 미달한 수준의 관리를 받고 있다. 대다수는 팀에서 1~2가지 요소만 고려하며 분석을 진행하는 등 몸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단 뼈아픈 문제를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이상기 대표가 나섰다. 프로 축구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잦은 부상으로 이른 은퇴를 맞이하게 됐지만, “부상은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편견 가득한 주변 시선을 물리치며 오롯이 걸어간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 보는 길 한복판에서 그의 혁신적인 결과물과 마주하게 된다. 

QMIT 이상기 대표 (출처: LinkedIn)

Question Management Information Technology

    QMIT, 그리고 그의 효자 플코 (plco). “Playing Coach” plco는 트레이닝 문화를 바꾸고 선수의 컨디셔닝을 향상해 부상을 줄이기 위한 비전에서 시작된 데이터 소프트웨어 앱이다. QMIT (큐엠아이티)는 plco앱 서비스를 중심으로, 커머스 샵,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plco gym, 온라인 코칭 서비스 plco talk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운동선수에게는 개인 맞춤화된 가이드라인을, 코치진에게는 많은 선수들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포츠 세계에 새로운 가치를 선사한다. 본 글에서는 QMIT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했는지, 그리고 접근법을 어떻게 적용하여 세상에 선한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 다뤄보려 한다. 현재 plco 앱은 국내 33개의 스포츠 종목, 260개의 프로 팀에서 사용되고 있다. 즉, QMIT가 새로이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인 맞춤화된 부상 예방 및 컨디션 관리 시스템을 손쉽게 사용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둘째, 기존에 존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업계 관여자들의 시야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QMIT의 도약

 

    운동선수를 생각하면 박지성, 손흥민, 김연아 선수와 같은 국보급 선수들의 생활 수준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같은 하늘 아래 모든 프로선수들이 동일한 국가대표급 훈련, 식단 관리, 재활 시스템을 접할 수 없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는 종목이라면 더하다. 빈익빈 부익부, 올림픽 유도 국가대표팀은 매 대회 좋은 성적을 거둠에도 불구하고 유니폼, 용품 후원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인 맞춤화된 훈련 시스템은 꿈도 꿀 수 없다. 


    QMIT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plco앱이라는 솔루션을 제안한다. Plco가 제공하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선수들에게는 차별화되고 섬세한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운동선수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38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선수들과 함께 몸 관리 여정에 임한다. 국내에서 제일가는 축구팀도 10개의 요소 정도만 고려하여 선수 몸을 관리하고 있다. Plco에선 선수들이 부위별 통증 강도, 훈련 시간 및 강도, 수면 시간, 칼로리 섭취 외 34개의 데이터를 기입하여 앱이 분석하고 맞춤형 훈련 및 휴식 플랜을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이전에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심리 상태도 반영하여 선수들이 자신의 컨디션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코치진과 의료진의 부재에도 선수가 몸 상태를 혼자서 깊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도 의미가 있다. 

QMIT plco 앱 내 선수별, 팀별 차트

    둘째, 코치진에게는 팀 전체의 관리를 수월하게 만드는 가치를 제공한다. 한눈에 모든 선수의 몸 상태를 보기 쉽게 수치화하고 데이터에 색채를 입혀 누구나 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팀을 손쉽게 분석하게 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고, 그만큼 세부적으로 선수 개개인의 맞춤형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다리를 놓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요소가 수원삼성 U18 김석우 감독이 팀 훈련에 plco를 도입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시도들이 정말로 기존의 관행과 다른 시각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QMIT와 같은 가치관을 나누는 회사들이 무엇이 있고,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물론 프로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이야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퍼포먼스피지오 트레이닝센터’, 그리고 ‘겟셋’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퍼포먼스피지오 트레이닝센터는 경기력 향상, 재활, 그리고 부상 예방에 힘쓰는 오프라인 트레이닝 센터다. 실제로 루지 및 쇼트트랙 국가대표들이 찾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기업은 체육관 형태의 오프라인 형태의 서비스만 제공하여 접근성이 낮고, 애초에 비즈니스 모델에서 큰 차이가 있다. 겟셋이라는 앱은 국제 올림픽위원회에서 개발한 앱으로, 부상 예방법과 운동 루틴 소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앱이다. 그러나 데이터에 기반된 앱이 아니라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plco처럼 부상 예방과 컨디션 관리를 개인에게 차별화하는 시스템을 QMIT의 등장 전까지 국내에서 아무도 구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선수들의 unmet needs를 충족하게 된 것이다.


천년 묵은 문화를 바꾸는 스타트업 


    박지성 선수는 그의 자서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에서 한국 코치진과 외국 코치진의 부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논한 적이 있다. 정리하자면, 작은 타박상 정도의 부상이 생기면 한국 코치진은 ‘그 정도쯤이야’ 하면서 넘어가게끔 시켰고, 외국 코치진은 바로 병원부터 데려갔다는 것이다. 박지성 선수 현역 시절에 지휘를 잡았던 코치진과 축구협회 고위간부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퇴 시점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생겼다고 결론짓기 어렵다. 

    QMIT는 차근차근 스포츠 문화에 혁신의 불을 일으키는 현재 진행형 기업이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경험과 감에 크게 의존하던 한국 스포츠 종사자들에게 의구심을 던지며 과학의 중요성을 재차 리마인드 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에선 종목 및 단계별로 선수들이 소화하는 일정과 필요한 훈련 강도에 큰 차이가 있다. QMIT는 스포츠별로 기준을 맞춰 높은 전문성에 기반한 데이터 기술을 앞세워 종목별로 크고 작은 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김천 상무 김태완 감독은 현재까지도 미흡한 “관리”의 현황을 데이터와 과학적인 근거로 보충할 수 있다는 점을 QMIT와 손잡게 된 계기로 꼽는다. 

종목이 정말 많다..

                                                       

아직은… 아무도 몰라!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QMIT가 대중에게 더 가까운 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 현재는 프로 스포츠 팀 및 리그와의 계약 체결, 즉 B2B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들에게 제공되는 QMIT의 가치가 꼭 선수들에게만 국한될 이유는 없다 생각하고, 그들이 얻는 베네핏을 일반인도 똑같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한 지점에서만 운영 중인 plco gym 사업을 넓혀가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현재 노력하고 있는 스포츠 기능식품 개발 사업에도 더 힘을 쏟아 헬스푸드 개발에 도전장을 내미는 선택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한다. 프로틴 상품의 다양화 외에 큰 혁신이 없던 헬스푸드 산업에 새로운 선두주자가 된다면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QMIT는 아직 초기 스타트업이다. 벌써부터 너무 많은 고객군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외국에서 plco 앱의 가치를 알아봐 줄지도 미지수다. 작은 규모의 오피스는 잦은 야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QMIT은 소신을 지키며 기존의 방향성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고, 미래지향적 현재 진행형 기업답게 묵묵히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부상 예측 모델의 고도화를 위한 AI 기술의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해외 진출 준비 단계에 있는 기업이다. 전직 선수가 현역 선수들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기술로 스포츠 문화를 바꾸는" 그들의 꿈이 현실화되어 마음 편히 웃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연세대 국제학과 남지훈 

namjihoon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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