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법률 서비스, 이제는 온라인에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최혜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비대면 사업을 런칭하는 다양한 신규 스타트업이 이목을 끌고 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란 편견에 당당히 맞서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신생 스타트업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 시대와 다를 것이 있다면, 이제는 단순히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누가 더 안정화되고 이용하기 편리한 서비스를 도입하는지가 당락을 결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침범 불가능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있다. 이 중 오늘 집중해보고자 하는 분야는 전문직 변호사들이 활동하는 ‘리컬테크(Legal Tech)’ 스타트업이다. 

출처: 전자신문 ETNEWS

사실 그동안 변호사는 희소한 직업이자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법조인 양상 속도가 가속화되었으며 변호사는 과거에 비해 대중적인 직업이 되었다. 변호사 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만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21년 3월 기준 등록변호사만 2만 9724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법률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했음을 진단하며 시장 과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변호사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소속 변호의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검수는 1.26건으로 한 달에 한 건을 담당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임이 드러났다. 

더 이상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양질의 사건보다 양적으로 많은 사건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화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거리상 접근성과 비용적 문제로 상담을 꺼리던 기존의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 노력의 결과 성장하는 분야가 ‘리걸테크’이다. 사람이 상담해주는 법률 서비스와 접근성을 향상하고 빠른 업무처리를 도와주는 IT 분야의 결합은 획기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 분야는 그동안 온라인 서비스가 시행되지 않았던 영역이기에 이미 만연하게 자리 잡은 현행법들에 많은 저해를 받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법률 상담 서비스 ‘로톡’이다.

출처: Wanted

하지만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논란으로 인해 성장 곡선을 그리던 로톡은 존폐의 기로를 마주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며 로톡 서비스에서 이루어지는 변호사 매칭 행위에 적극적인 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로펌’이라는 기업 형태를 통해 소비자와 변호사를 매칭하고 상담하는 관례가 존재했지만, 로톡은 ‘로펌’이 아닌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이를 실천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을 변호사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새로운 변호사 윤리 장전 조항을 신설하며 로톡의 서비스 자체를 부정했다. 로톡은 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해당 규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가 맞붙어 로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공정위는 로톡의 손을 들어주며 대한변호사협회가 불법을 저질렀음을 선언했다. 

이와 같은 논란의 중심에서 로톡은 그저 로톡이 플랫폼 사업체임을 강조한다. 로톡은 소비자를 변호사에게 연결해주는 공간의 역할만 제시할 뿐, 변호사가 업무에 적합한 상담료나 수임료는 변호사 스스로 책정할 자유를 보장함을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로펌이라는 대형 사업체가 대량의 변호사를 보유하며 소비자에게 막대한 법률상담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음을 꼬집었다. 로톡은 법률 시장에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에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상담과 법률업무의 서비스 가격을 편리하게 비교해볼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장한다. 나아가 법률상담 서비스 역시 배달 서비스만큼이나 플랫폼을 통해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며 이를 통해 자유경쟁 시장의 원칙을 수호함을 강조한다.

출처: KBS NEWS

중요한 재판에서 승소한 로톡은 그런데도 왜 존폐위기에 빠져있을까. 쉽게 말하자면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을 반겨줄 변호사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것을 공표하자 회원 수는 2021년 8월 3,966명에서 11월 1,706명으로 급감했다. 공정위가 로톡의 손을 들어준 이후로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쉽게 변하지 않았다. 플랫폼 사업체는 많은 수요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맞춰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자유롭게 선택하고 공급업체들끼리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과거에 비해 제공할 수 있는 상담 분야도 감소하여 다양한 소비자들의 전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며 고비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톡은 Series C 단계에 도달한 기업으로 올해 10년 차 스타트업이다. 총 377억 원의 투자를 받아 성장형 기업 곡선을 그리던 기업이 거대 단체와의 소송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미래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시도가 폭우로 피해를 본 수해 주민에게 전화 법률 상담을 지원한 케이스이다. 15분의 전화 법률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며 특정 기간 수해를 입은 의뢰인의 변호사 상담 비용을 전액 로톡이 부담하기도 했다.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위해 서비스를 론칭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로톡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 이미지를 설정하여 홍보하는 방안은 더 많은 변호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로톡의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기반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유치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로톡의 경우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 설명에 더 집중하며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집중했다. 법률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었기에 더욱 신뢰성 있고 심도 깊은 사업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파악된다. 그러나 위기를 겪은 이후의 로톡은 변화해야 한다. 더 이상 전문화된 변호사만을 강점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기업임을 알려야 한다. 그동안 발목을 붙잡았던 불법 서비스라는 부정적인 담론을, 재판을 통해 정당하게 이겨냈음을 부각하며 보다 대중적인 서비스로 나아가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더욱 기술적인 측면을 발전시켜 기본적인 법률처리는 자동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대량의 전문 변호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객관적인 법률 사실에 의해 처리할 수 있는 법률 절차는 알고리즘을 통해 편리하게 다루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변호인을 확보하는 어려움을 일부 극복하면서 그동안 유입된 소비자들도 이탈하지 않도록 서비스의 정교화와 자동화 관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로톡이 그동안 변호사와의 상담을 강조했던 기업임은 사실이지만, 법률 전문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개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판단한다. 

출처: 로앤컴퍼니

관행을 깨는 시도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이미 만연하게 자리 잡은 직업에 대한 인식과 특정 분야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넘어서야 할 과제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로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미 문제를 타개하는 성장통을 겪었고, 이제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성장할 길만 남았다. 리걸테크 분야의 선구자로 활약하며 아직 다뤄지지 않은 보다 많은 법률 서비스를 개척해야 한다. 로톡의 온라인 서비스로 인해 진정으로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고객들의 경험이 그 이유를 반증한다. 합법의 분야 안에서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마땅히 관심받고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라 생각한다. 필자 또한 로톡의 눈부신 성장을 기대하며 새로운 도약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연세대 경영 최혜원

christine2135@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