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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근..? : 중고거래 플랫폼의 혁신, 당근마켓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최하영

          중고거래 시장은 꾸준히 그 크기를 키우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유망한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의하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1년 24조 원으로 약 6배 가량 증가하였다. 특히 최근의 2020년 중고거래 카드 결제 규모에서 2030 세대가 과반수 이상인 약 61%를 차지하였다는 사실은 MZ 세대가 향유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중고 거래의 특정 요소들과 유의미한 연결 관계를 함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소유보다 사용 경험에 중점을 둔 소비 습관을 보이기 때문에, 단순히 더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구매한 상품을 온전히 소유하기보다 이를 다시 되팔아 얻은 수입으로 또 다른 물건을 사용하며 중고 거래를 본인만의 개성이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이자 소비 수단으로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MZ 세대의 중고 거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이미 업계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평소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 유치에 집중해 오던 현대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그 틀을 깨고 신촌점에 ‘중고품 명품관’을 런칭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아점에서는 주로 명품관이 입점해 있는 1층에 중고 명품 브랜드 ‘럭스 어게인’을 상설 매장으로 개장하였다. 또한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지분을 공동 인수하였고, 신세계그룹은 CVC를 통해 투자한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서 중고 명품 및 리셀 상품을 판매하는 계열사 ‘브그즈트 컬렉션’을 입점시켰다.


          최근에는 대기업 백화점을 중심으로 중고 물품 소비 시장이 확산되고 있으나, 백화점이 중고 시장에 뛰어들기 이전에 중고 물품을 소비하는 ‘리커머스’ 소비 트렌드는 개인 간의 마이크로 커뮤니티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기존의 C2C 중고 거래 플랫폼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는 ‘중고나라’라는 네이버 카페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고나라라는 거래 물품을 벽돌로 바꾸어 사기를 치는 등의 중고 거래 사기가 빈번함을 비꼬는 ‘중고로운 벽돌나라’라는 용어 등이 인터넷에서 밈처럼 사용이 되는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의 거래 안정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 및 기대 수준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었고, 실제로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의 사기 사건 발생량은 시장의 급성장과 비례하여 폭증하였다 (Figure 1). 소비자가 거래 과정에 있어서 안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향후 기대 거래량 및 나아가 중고 거래 시장의 규모까지 감소될 수 있기 때문에 주요하게 추적 관리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경제학의 거래비용이론을 소비자의 구매 단계로 구체화한 Kalakota & Whinston (1996)의 상업 모형에 따르면,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은 다음의 7단계로 진행된다 : 탐색 – 비교 – 협상 및 흥정 – 주문 – 지불 인가 – 상품/서비스 수령 – 구매 후 서비스. 그러나 기존의 중고 거래 플랫폼은 유저들이 1) 공통적으로 하나의 매우 규모가 큰 플랫폼 내에서 2)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로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 거래에 있어 낮은 신뢰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앞선 7단계 중 특히 ‘지불 인가 – 상품/서비스 수령 – 구매 후 서비스’ 의 각각의 단계 및 일련의 과정에서 3) 거래 당사자와 4) 제품에 대한 위험을 지각하여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거래 당사자들에게 거래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때 이들이 지각하는 위험 요인은 거래 형태에 따라 상이하다. 3) 거래 상대에 대한 불안감은 ‘지불 인가 - 상품/서비스 수령’ 과정에서 직거래 시 온라인 중고거래의 익명성의 특성에서 기인한 신체적 위험과 이동 시간 발생에 따른 시간손실 위험을 가장 크게 지각하였으며, 4) 제품에 대한 위험은 온라인 거래 시 ‘지불 인가 - 상품/서비스 수령’ 과정에서 물품이 파손되거나 거래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성능 위험 및 재무적 위험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딩근마켓은 이러한 문제점을 1) 지역 기반 2) 직거래 중심이라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타파하였다. 당근마켓은 소비자가 지각하는 3) 거래 상대에 대한 불안감에서 가장 크게 인지하는 신체적 위험과 4) 제품에 대한 위험을 ‘근거리 거래’와 거래후기로 평가되는 ‘매너온도’ 시스템을 이용하여 상쇄하고 있었다. 당근마켓 이용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중고거래를 하는 동기를 확인한 IDI 연구에서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이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와 비교되는 가장 큰 차별점을 ‘안전성’으로 꼽았다는 결과는 당근마켓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동네 주민끼리 거래하는 것이고, 직거래다 보니 사기 확률이 낮다”고 응답하는 등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감 형성에 따른 거래의 안전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인근 주민들과 형성하는 내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고, 만약 거래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이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해당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배척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두려움이 결합된 결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당근마켓은 소비자들이 중고 거래 시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페인 포인트를 1)과 2)의 키워드로 상쇄하며 2021년 1월 기준 중고 거래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순위에서 2위인 번개장터의 약 5배에 달하는 1094만 명의 유저 수를 기록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당근마켓은 기존에 실거래에만 치중했던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지역 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존 지역 커뮤니티의 낮은 접근성과 그에 따른 정보 순환 고리의 단절을 극복하여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구촌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네트워크 연결성이 강화되었다. 이렇게 강화된 네트워크는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경로를 창출하면서 누구나 자기 주변의 이야기를 손쉽게 공유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가 항상 존재함에 따라 지역의 이슈를 훨씬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연구 자료에 의하면, 뉴스와 정보의 가치는 지역화될수록 높아지게 된다. 이에 정보 전달을 주로 다루는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아주 작은 규모의 동네나 공동체를 대상으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하이퍼로컬 뉴스가 대안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소규모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콘텐츠에는 경제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해당 지역만의 고유한 정서와 소속감이 담겨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 커뮤니티의 수는 매우 적다. 가장 활발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는 지역 커뮤니티는 보통 행정동을 중심으로 개설되는 지역 ‘맘카페’인데, 해당 커뮤니티는 가입 조건에 성별과 연령이 제한되어 있어 접근성이 매우 낮다. 이러한 폐쇄성은 점차 익명성의 보장이 덜해지고 배타적으로 운영되어 정보 공유의 장이라는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여론 형성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맘카페 우수회원들의 지역 소상공인들을 향한 ‘갑질’ 사례가 최근 사회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이다. 따라서 당근마켓은 특별한 가입조건이 없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커뮤니티 기능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최근 당근마켓이 신규 런칭한 ‘같이해요’와 ‘동네생활’ 등과 같은 서비스의 성공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렇게 좁은 범위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는 해당 지역에 대한 밀착감과 소속감, 정서적 유대를 촉발시키기 쉽다. 실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인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의 사용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뮤니티 기능에 해당하는 검색, 정보 확인, 문의, 거래, 피드백 5개 단계 모두에서 당근마켓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연세대 영어영문/경영 최하영

qorhvkbb@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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