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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가 바꾼 세상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남수빈


    혁신의 아이콘을 선정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단연 ‘일론 머스크’를 꼽을 것이다. 지독한 워커홀릭, 엄격한 완벽주의자, 괴짜 사업가- 그를 칭하는 숱한 표현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수식어는 다름아닌 ‘이 시대의 혁신가’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인공지능, 초고속열차, 항공우주, 인터넷 위성군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의 CEO로 일하며 상당한 성과를 주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솔라시티, 뉴럴링크 등의 기업에서 이미 다방면으로 세상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이번 저널을 통해서는 머스크의 여러 기업 중에서도 스페이스X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스페이스X,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와 로켓 엔진, 행성 간 우주선, 우주 화물선, 위성 인터넷 등을 설계/개발하고 제조하는 기업으로, 우주 진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세상을 뒤흔들었다. 스페이스x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각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새로움은 우선, 환경 문제나 자원 고갈과 같이 지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와 관련하여 지구 내에서 보전을 꾀하거나 해결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터전으로 또 다른 행성을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 진출은 단순히 우주라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해보기 위한 것보다, 미래에 지구상 인류가 범세계적 위험을 맞닥뜨렸을 때를 위한 선제적 대비에 가깝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2016년 9월 멕시코 국제 우주 비행 콩그레스에 참석하여 “우리가 지구 상에 머물 경우 멸종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안은 또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사업 영역이 지구 밖에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우주 탐사를 민간의 사업 소재로 확신한 관점도 상당히 새로운 시각이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주 탐사를 시도한 민간 기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민간 수준에서 기술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고, 사업의 지속이나 수익화까지 나아가기도 어려웠다. 스페이스x의 새로운 시각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초가 되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X는 민간으로써 어떤 성공 신화를 선보였으며 어떻게 지금껏 우주 탐사를 사업의 소재로 활용해올 수 있었을까.


    ‘최초의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륙 성공’,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성공’과 같은 수식어를 자랑하는 스페이스X는, 2002년 설립된 후 2010년 우주궤도에 민간 우주선을 발사시키는 것을 성공시키며 발사에서 귀환까지의 전 기술을 갖춘 최초의 민간기업이 되었다. 이어 2012년에는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으며, 2015년에 비로소 팰컨9을 통해 궤도진입 이후 추진체 로켓을 회수하는 데에 인류 최초로 성공하였다. 2020년에는 민간 업체 최초로 유인우주선의 ISS(국제우주정거장) 왕복에 성공하였다. 게다가 지난 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연방우주국, 중국 국가항천국과 같은 정부 기관들조차도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 최초로 궤도 로켓의 1단 부스터 수직 이착륙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가히 우주항공산업 전체를 뒤흔들었다.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사업으로 유인 우주 탐사의 시대를 시작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활용 로켓’이라는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추진체 재활용 과정 (출처: 한국경제 뉴스래빗)


    로켓의 재활용이 경쟁력이 되는 이유는 우선 우주 탐사 사업에 있어 상당한 경제적 효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로켓 재활용은 위의 이미지에 기술된 과정과 같이 진행되며, 엄밀히 말해 1단 로켓의 재활용을 의미한다. 높은 고도를 빠르게 날아가는 2단/3단 로켓은 대기권 재진입의 부담을 극복하기 어렵지만, 1단 로켓은 회수해서 재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1단 로켓이 전체 발사 비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1단 로켓만 회수해도 비용의 상당 비중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회수 시마다 들어가는 엔진 분해나 청소 및 교체의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1단을 재사용한 경우의 발사 비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의 7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사업적 경쟁력은 단순히 회수 그 자체에서만 오지는 않는다. 사실 로켓 회수에 대한 논의는 짧지 않은 시간 계속되어 왔지만, 글라이더처럼 활공 비행하여 착륙하는 날개형 우주왕복선의 형태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주왕복선은 여러 명의 우주비행사와 상당한 무게의 화물을 동시에 운반하는 거대한 크기의 로켓이었고, 그만큼 구조도 복잡하여 문제 발생 가능성이 존재했다. 여러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는 만큼 고도의 안전 기준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비용 부담도 치솟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개를 이용하는 대신 로켓 자체를 수직으로 이착륙시켜 회수하는 방식을 실현한 것이 바로 스페이스X였다. 이륙 시 사용한 엔진을 재점화하여 감속한 뒤 추락하는 물체를 정확한 위치에 착륙시키는 고도의 기술을 실현한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쌓아 온 스페이스X는 현재 가장 싼 값으로 우주로의 물품 수송이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 되었으며, 계속해서 시장을 만들고 바꾸어 나가고 있다.



Next Move


    지금껏 논해왔듯 스페이스X는 여타의 전례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선보여 왔으며, 해당 분야에서 앞으로 더욱이 발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업성을 진척시킴과 동시에 기술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인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대표적 예이다. 기존의 위성 통신망은 비용, 속도, 지연시간,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유무선 인터넷은 싸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전 국토에 설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스페이스X는 이러한 한계점들을 스타링크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유무선 인터넷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늘을 활용해 위성을 띄우면서도, 비용이나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위성의 궤도를 낮추고, 위성을 상당수 발사함으로써 낮은 궤도에서도 전 지구를 커버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스타링크는 고객이 명확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구독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어 사업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링크는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성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아직 온라인망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통신망 등의 접속이 제한되는 환경에서조차도 사람들에게 통신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진 우크라이나와, 히잡 시위를 이유로 정부가 인터넷 검열과 감시를 시작한 이란에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스타링크가 앞으로 일부 폐쇄적 국가에 끼칠 영향과 재난 극복에 미칠 영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스타링크는 조지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아제르바이잔 등의 국가에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이 모든 사업들을 뒤로하고, 종국에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화성 식민지화’ 미션을 이행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환경오염이나 자원고갈 등을 고려할 때 언젠가 지구에는 ‘끝’이 존재할 것이며, 그 대체재는 화성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어떤 의사결정도 언제까지나 지구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우주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력 개발의 문제로만 존재할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산산조각내는 목표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스페이스X는 결국 사람과 화물을 태우고 화성을 오가며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는 것에 성공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생태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셈인 지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다(多)행성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대응하게 될 것이며, 화성 식민지화는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화성의 상상도 (출처: 스페이스X)


   물론, 일각에서는 화성 이주와 같은 계획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도 존재할 수 있다. 화성에 이주할 사람은 극소수일 것인데, 그 극소수에게만 영향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은 기술의 낙수효과를 간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스페이스X가 화성정복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룩하는 동안 평범한 인류 모두에게 기술의 낙수효과가 가 닿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주항공은 결국 모든 기술의 총체다. 수학과 같은 학문은 물론이고, 엔진기술이나 통신기술, 컴퓨팅기술 등 각종 기술이 모두 요구된다. 결국 우리는 현대에 우주항공 분야를 개척함으로써 인류를 위한 모든 기술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1960년대에 반도체 기술이 우주항공 기술을 위해 발전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Next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논해왔듯 스페이스X는 우주선을 상용화하고 민간 우주 탐사를 개척하며, 로켓을 재활용하거나 스타링크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등 세상을 바꾸어 왔다. 앞으로 스타링크가 더욱이 확산되고 화성 식민지화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더욱더 변화할 것이다. 스페이스X는 세상을 ‘한 스텝 더’ 바꾸게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화성 식민지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이며, 스페이스X는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스페이스X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가 말했던 대로 100만여 명의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게 될까? 혹은 그보다 덜 가는 것만으로도 식민지 건설이 가능할까? 반대로 100만여 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더 많은 사람을 이주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닥쳐온다면 스페이스X는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없는 화성에서 어떤 다른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될까?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는, 화성 그 다음의 행성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화성 식민지화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이루어지는지와 관계없이, 지금 이 순간 개선할 수 있는 것들만큼은 최선을 다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을 다량 방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연간 전세계 로켓 발사 횟수가 많은 편이 아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 모른다. 그러나 향후 스페이스X가 꿈꾸는 세상을 그려본다면, 환경 오염 유발 물질이 지나치게 자주, 혹은 지나치게 많이 배출되어 급속도로 누적될 것이라는 걱정이 과한 걱정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스페이스X도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케로신(등유)을 대체할 연료를 연구해야 한다.


지구 궤도에 크게 늘어난 우주쓰레기 상상도 (출처: 유럽우주기구(ESA))


    무엇보다 우주 쓰레기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스타링크와 관련하여,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들이 자연 소멸하기 전 장기간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로 전락하며 미래에는 인명 피해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가 화성 착륙과 이주를 꿈꾸고 있다는 점과 앞으로도 수만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주 쓰레기 이슈를 개선하여 지속 가능한 우주를 추구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는 명백히 위성의 통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이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의 혁신성과 미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보았다. 개선을 고민해야 할 몇몇 지점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가 앞으로 더 긴 시간 계속해서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류가 마주하게 될 또다른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이스X가 선보일 새로운 놀라움을,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연세대 경영 남수빈

sbnam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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