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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나이키? 저스트 룰루레몬!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서지안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캐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 

2007년, 영어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던 초등학생 서지안은 당시 퍼지던 해외유학 붐을 타고 캐나다 공립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주변을 관찰하는 것이 더 편했던 서 씨. 그런 그녀가 포착한 캐나다 지인들의 공통적인 스타일은 운동복과 외출복의 경계가 모호한 편안한 차림의 패션이었다. 특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머리에 쓴 고탄력 컬러풀 헤어밴드는 마치 캐나다의 전통 악세서리인 것처럼 보였다. 

출처: SENSE OF NEWYORK

이 헤어밴드를 파는 브랜드는 바로 최근 한국에서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며 나이키를 대체할 유일한 브랜드로 주목받는 룰루레몬이다. 약 10년 전 캐나다에서 국민 운동복으로 통했던 룰루레몬이 어떻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고급 운동복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국내 에슬레저룩 및 요가복 트렌드 

운동복이나 편한 일상복이 필요할 때 고민없이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매장만 돌아보던 시대는 갔다. 젝시믹스, 안다르, 뮬라웨어 등 더욱 다양한 가격대의 스타일리시한 운동복 브랜드 옵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일상화된 SNS 인증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트렌드가 된 운동 루틴은 ‘예쁜 운동복’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운동을 골라 즐기는 현 시대에서 필라테스, 골프,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이 유행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요가는 아름다운 몸의 선과 실루엣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인기 운동이다. 


요가는 국내에서 언제부터 유행의 조짐을 보였을까? 2015년과 2016년 사이, 단순한 삶의 방식을 지향하며 운동을 통한 건강한 마음 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함께 유행한 국내 요가복 시장은 2019년부터 다시 확장되기 시작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지난 2016년 1조 5000억원에 그쳤지만, 2020년 기준으로 3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칩 윌슨이 발견한 요가복 시장의 가능성 

요가복 시장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는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Chip Wilson)이 늘 거론된다. 대학 운동 선수 출신 부모님 슬하에 태어난 그는 1980년에 철인 3종 경기 경험을 통해 기능성 의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당시 운동복은 땀이 잘 배출되지 못한 채로 흘러 불쾌감을 주거나  운동복의 실밥이 터지고 솔기에 피부가 지속적으로 마찰되어 자극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이 때 윌슨은 솔기가 없는 라이크 재질의 옷을 디자인하여 스포츠 의류의 착용성을 높임으로써 문제점을 직접 해결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스포츠 의류 판매의 꿈을 쫓아 남성용 서핑 쇼츠 브랜드 웨스트비치를 창업한다. 


칩 윌슨이 요가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방법, 3 RULE: 비슷한 시기에 어떤 한 사물이 세 번 이상 눈에 띄면 넥스트 트렌드로 판단하는 법칙 


처음에는 서핑 의류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그가 자체적으로 고안한 3 RULE에 따라 스케이트 의류, 스노우 보드 제품으로 품목을 확장하게 된다. 3 RULE 이란 비슷한 시기에 어떤 한 사물이 3번 이상 눈에 띄면 트렌드로 보는 것으로, 웨스트비치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유행을 예측하여 그에 맞는 품목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그는 봄과 여름에는 서핑과 스케이트 보드 관련 제품을 팔고 가을과 겨울에는 스노우 보드 제품을 팔며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했다. 


1997년, 윌슨은 또 한 번 3 RULE을 통해 ‘요가’라는 트렌드를 발견한다. 잡지에서 요가에 대한 기사를 읽은 그는 길거리에서 요가 포스터를 발견한 데 이어 카페에서 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요가 트렌드가 오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에 따라 곧장 요가 수업을 등록한 그는 당시 요가복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땀에 잘 젖고 헐렁하고 얇은 면 소재로 이뤄져 있었는데 중요 부위의 윤곽이 노출되어 민망함을 야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윌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조 섬유가 아닌 면 느낌의 기능성 원단을 통해 습기를 흡수하고 불쾌한 냄새를 차단하는 기능을 추가하여 세상에 없던 요가 팬츠를 선보였다. 직접 체감한 요가복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요가복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기존 요가복의 문제점을 해소시킨 윌슨의 요가복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윌슨은 웨스트비치를 매각하고 요가복 전문회사인 룰루레몬을 설립하게 된다. 



지금의 룰루레몬을 만든 전략들   


1) 초세분화 타깃 설정과 고급화 전략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오히려 누구를 위해서도 만들지 않는다는 뜻과 같다.

_칩 윌슨 (룰루레몬 창립자) 

여성을 위한 아름답고 기능적인 요가복 브랜드를 설립하면서 칩 윌슨은 룰루레몬의 타깃 고객이 될 단 한 명의 페르소나를 설정했다. ‘오션’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페르소나는 32세에 연수입 10만 달러를 벌며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하루에 1시간 30분을 운동에 투자하는 여성으로 설정되었다. 또한 윌슨은 오션이 해당하는 소비자 집단을 ‘슈퍼걸(Super Girl)’이라 칭하고, 이들의 공통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8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전문직 여성   

    여행을 즐기고 패션 감각까지 갖춤   

    출산 경험이 없음  

    교육 수준이 높으며 미디어에 정통함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많음  


룰루레몬은 슈퍼걸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진행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입는 고급 스포츠 의류를 파는 브랜드로의 브랜딩을 구축했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기존 요가복보다 3배나 비쌌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을 한 덕분에 룰루레몬은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마이크로 타겟팅은 룰루레몬이 시장을 확장하고 열렬한 지지층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20대 여성은 룰루레몬 페르소나를 보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성공한 오션을 동경했으며, 40대 여성은 젊고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를 얻었기 때문이다. 즉, 구체화된 단 한 명의 매력적인 페르소나가 전 연령층에게 룰루레몬을 사야 할 이유를 설득시킨 것이다. 


2) 레몬에이드 가판대에서 시작한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라는 현대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기 이전, 룰루레몬은 신규 매장을 오픈 하기 전 고객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레몬에이드 가판대를 통해 상권 분석을 선행했다. 윌슨은 서퍼들이 서핑하러 가는 길목에 가판대를 설치해두고 직접 서핑 바지를 판매하며 지역 및 장소별로 판매율이 높은 곳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팝업 스토어를 먼저 시도 후 수요를 확인한 뒤 시장에 진출하는 이러한 방식은 룰루레몬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윌슨은 레몬에이드 가판대에서 즉석으로 고객에게 수익을 얻으며 자연스럽게 버티컬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면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배웠다. 이에 따라 룰루레몬은 추후에도 상품을 공급해주고 60일 후에 판매대금을 거둬들이는 홀세일 방식 대신 버티컬 리테일을 판매 방식을 고수하게 되었다.  


3)   커뮤니티 중심의 고객 경험 차별화

“룰루레몬은 옷을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룰루레몬은 경험을 파는 회사입니다.”

 _케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CEO) 

룰루레몬이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을 당시, 매장의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낮에는 요가복 판매매장으로 운영하고 저녁에는 요가 동호회에 공간을 임대했다. 이 때부터 룰루레몬 매장은 자연스럽게 요가인들이 모여드는 커뮤니티가 되었다. 요가를 즐겨하는 이들이 요가 스튜디오에 들리면서 아래층에 있는 룰루레몬 매장의 옷을 접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룰루레몬이 이러한 매장 구성의 긍정적 효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추후에도 체험형 매장을 브랜드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로 내세우게 된다.


또한, 타 브랜드처럼 룰루레몬은 유명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하거나 별다른 광고 및 콜라보를 진행하는 대신 신규 매장을 오픈하기 전 지역 내 커뮤니티를 활성화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지역의 요가 강사나 헬스 트레이너부터 섭외하여 이들을 커뮤니티 앰베서더로 임명하고 룰루레몬 옷을 착용한 채로 고객들에게 운동을 트레이닝 해주게끔 하는 방식이다. 이는 매장 오픈 즉시, 러닝이나 요가 레슨을 열어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출처: business insider

현재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룰루레몬 커뮤니티 앰베서더의 수는 4천 명 이상이며, 룰루레몬의 직원들도 대부분 요가 강사 자격증 소유자와 크로스핏 코치 등으로 이뤄진 운동 고관여자이자 커뮤니티의 중요 일원으로 활약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운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룰루레몬의 문화를 전파하는 운동광으로 ‘에듀케이터’라 불린다. 현재도 룰루레몬 매장은 요가 뿐 아니라 명상, 런닝, 건강 식단 짜는 법과 꽃꽃이 등 다양한 체험 수업이 열리는 커뮤니티 허브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이러한 커뮤니티는 매장 밖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4)   경쟁사 따돌리는 룰루레몬 만의 느낌: 소재 및 기능성 차별화

운동 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기능성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들과 달리 룰루레몬은 옷의 촉감이 착용자에게 주는 쾌적성에 집중했다. 요가복 브랜드로 시작한 만큼, 고객이 운동 할 때 룰루레몬 옷을 입고 느끼는 느낌을 최대한 향상시켜 최상의 퍼포먼스로 이어지게끔 한 것이다. 이는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운동인 요가의 특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벤쿠버에 위치한 ‘룰루레몬 랩’에서는 발명가, 과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룰루레몬 만의 독보적인 느낌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특히 착용자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감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의류 소재는 룰루레몬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출처: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소재 개발 시, 다양한 분야의 운동선수들에게 룰루레몬 옷을 착용한 채로 운동을 하며 옷에 대한 피드백을 얻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최첨단 소재는 요가에 걸맞는 ‘눌루’, 트레이닝용 ‘에버럭스’, 러닝용 ‘눌럭스’ 등이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높은 가격이 아닌 품질에 대해 불평하는 고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요가복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월등하게 뛰어난 제품의 질을 갖춘 룰루레몬은 늘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한다. 



룰루레몬의 미래는?

코로나바이러스 19 사태는 룰루레몬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고객들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급격히 줄며 북미와 유럽 등에 있는 대다수 매장은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홈트족의 급증에 따른 에슬레저 룩 수요 증가로 룰루레몬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는 법. 


1.    디지털 전환

룰루레몬은 다가오는 홈트레이닝 트렌드를 미리 읽고 그에 맞춰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요건들을 갖춰둔 상태였다. 먼저, 온라인 쇼핑 경험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과 격차를 줄이는 ‘디지털 컨시어지’를 도입하여 예약을 통해 줌(Zoom)으로 30분 간 룰루레몬 직원들과 화상통화로 제품 관련 상담을 나눌 수 있게끔 했다. 또한, 룰루레몬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에 홈트레이닝 영상을 보여주고 이용자의 움직임과 자세를 측정해주는 스마트 미러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바 있다. 룰루레몬의 미러 인수는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받는다.  


    홈트레이닝을 즐기는 신규 고객 확보  

    룰루레몬이 선사하는 고객경험의 디지털 전환  

    고객의 운동 데이터 확보를 통한 룰루레몬 신제품 기능성 강화  

    스마트 미러에 등장하는 트레이너의 룰루레몬 착용을 통한 자연스러운 마케팅  

출처: 조선일보

켄 리 룰루레몬 수석 부사장은 위기 상황에서도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와 스타트업 인수 등에 투자한 것이 룰루레몬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2020년 룰루레몬 회계연도 3분기 기준 글로벌 시장의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5% 성장했음은 그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2.    상품 다각화 (남성복, 슈즈)

룰루레몬이 남성복 중심으로 시작한 나이키의 빈 틈을 노려 여성 요가복으로 사업을 키웠다면, 이제는 남성복까지 출시하며 나이키의 주력 분야까지 위협하고 있다. 2018년부터 룰루레몬을 이끌고 있는 캘빈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2030 여성을 타겟팅한 룰루레몬의 넥스트 무브로 상품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 여성만을 위해 디자인하던 룰루레몬이 맥도널드를 만나 고객 세그먼트 확장에도 열린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다. 


또한, 올해 3월부터는 여성용 운동화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와 에슬레저룩의 유행 등으로 기능성 운동화에 대한 니즈가 증가한 여성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남성용 신발의 작은 버전으로 출시되던 기존 여성용 운동화와 달리, 룰루레몬은 여성의 발에만 초점을 맞춘 운동화를 강조하며 여성용 의류 제품에 강세가 있는 점을 소구한다. 그간 충족되지 않았던 시장의 니즈를 발견하고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3.    중고 시장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제품 가격이 상향 조정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중고 제품 소비와 리셀이 현명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룰루레몬은 자사의 별도 홈페이지에서 중고 판매 프로그램 ‘라이크뉴(Like NEW)’를 런칭했다. 소비자가 입던 중고 룰루레몬 아이템을 매장에 반납하면 기프트 카드로 보상받을 수 있고, 룰루레몬은 수거한 중고 제품을 선별 및 온라인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라이크뉴 웹사이트에서 룰루레몬 크롭 후디는 기존 108달러(약 13만원)에서 49달러에 판매되는 등 40%~60%대의 할인폭을 보였다. 이를 통해 별도의 세일을 진행하지 않는 룰루레몬은 자사 상품의 중고 판매를 주선함으로써 의류 폐기물 감축 및 자원 재생에 앞장서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타 중고 플랫폼에서 룰루레몬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를 자사몰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룰루레몬은 룰루레몬답게, 나이키는 나이키답게 

칩 윌슨이 룰루레몬의 여성 고급 요가복 브랜드로써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면 케빈 맥도널드는 룰루레몬의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32세의 전문직 여성을 그리며 온-오프라인이 연계되는 체험형 매장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던 룰루레몬은 이제 젠더리스 브랜드이자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인 첨단 레깅스 브랜드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로 24살이 된 룰루레몬이 전통적인 스포츠의류 최대 강자 나이키를 앞지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현재 얼핏 상품 카테고리와 사업 방향성이 닮아가는 두 브랜드는 대표상품과 출발점에서 크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남성복과 운동화에 강점이 있는 나이키와 달리 룰루레몬은 질 높고 비싼 만큼 값어치가 있는 여성 요가복을 취급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일까? 나이키와 겹치는 품목인 운동화를 만들더라도, 룰루레몬은 여성의 활동성과 움직임에 최적화된 운동화부터 선보였다. 즉, 룰루레몬이 본래 잘하는 것을 하되 변화를 모색하며 경쟁사를 견제하는 것이다. 만약 룰루레몬이 기존의 여성복 전문 브랜드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버린 채 모든 것을 잘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써 종합 스포츠 의류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한다면, 오히려 나이키 대신 룰루레몬을 찾던 이들을 잃게 될 수 있다. 룰루레몬이 넥스트 나이키가 아닌 하나 밖에 없는 룰루레몬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연세대 의류환경 서지안

jian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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