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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산업과 코로나19: 디지털 전환 유지? 회귀?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김도영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이후 빠르게 확산된 감염병에 수많은 국내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같은 종류의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오히려 번성한 산업이 있는가 하면, 같은 기간 쓰라린 쇠퇴를 경험한 산업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한 주요 기준은 코로나19로 우리 삶에 새롭게 정착한 ‘삶의 방식 트렌드를 적용할 수 있는지’일 것이다. 이 때 가장 전면적으로 우리 삶을 바꾼 트렌드가 비대면 트렌드라는 점에서, 적용 가능성은 디지털 전환의 적용 가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대면 실시간•양방향 소통을 제공하는 zoom은 팬데믹 기간 오히려 유례 없는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대면 경험이 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통해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공연예술산업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예술산업의 피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추정한 2020년 상반기 공연예술 피해액 규모는 매출액과 고용피해가 각각 823억 원, 305억 원이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의 확산세가 심해지며 공연예술산업의 어려움은 커졌다. 정부의 방역수칙 강화로 실내와 실외의 모임 인원이 크게 제한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물리적 공간의 모임 인원 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비대면 생활방식이 우리 삶에 자리잡았다. 팬데믹 속 거의 모든 산업이 그러했듯이, 공연예술산업 또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도모했다. 기존에 주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즐기던 공연 및 전시회가 온라인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우리 삶에 정착한 많은 디지털 기반 사업과 달리 디지털 변화가 좀처럼 확산되지 못한 공연예술산업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방역수칙이 완화되고 단계적인 일상회복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공연예술산업의 사업 양상은 코로나 이전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이는 공연예술산업을 관통하는 몇 가지 특성이 디지털 전환에 본질적으로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연예술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팬데믹 발생으로 시도된 공연예술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산업의 본질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다른 측면에서 다른 형태로 지속될 수 있지는 않을까? 

 

[공연예술산업의 특징과 디지털전환]


             이미 일어난 변화를 분석하고 이후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앞서 제기한 문제의 답을 구하기 전, 공연예술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공연예술산업의 본질적 특성은 바로 산업이 제공하는 공연이라는 상품이 실시간 현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산업에서 소비자는 관객이다. 소비자로서 관객의 존재는 공연예술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자 다른 산업과 공연예술산업을 구별해주는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관객을 ‘운동 경기, 공연, 영화 따위를 보거나 듣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공연예술산업에서 사용되는 실질적 의미의 관객은 앞선 정의에서 조금 더 구체화된 것이다. 공연예술산업의 소비자인 관객은 대체로 ‘현장에서’ 공연을 보거나 듣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관객 경험’은 공연예술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관객 경험을 향상하는 것이 공연예술산업의 주요과제이다. 공연예술산업에서 소비자인 관객이 얻고자 하는 효용의 많은 부분이 실시간 현장성에서 비롯된다. 한 공연의 관객들은 제한된 범위의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동일한 감각적 자극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한 가수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각, 같은 시청각적 자극을 받는다. 그 자극에 대한 해석과 감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같은 감각적 자극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실제 공연장을 방문하는 관객 대다수가 현장 관람의 이유로 다른 관객과의 실시간 현장 경험 공유를 통한 소속감과 일체감 등을 꼽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공연예술 분야나 공연자에 대한 선호와는 달리 공연의 실시간 현장성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감각적 자극은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한다. 따라서 왜곡되지 않은 감각적 자극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에서 현장으로 공연예술을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회귀? 디지털 전환의 지속?]


             앞서 살펴본 공연예술산업의 본질적 특성이 산업이 디지털 전환을 이루기 어려운 본질적인 이유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팬데믹 확산으로 관객이 외출을 꺼리고 방역 수칙으로 관객의 집합이 어려워지자 공연을 전처럼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수익 창출에 큰 문제가 생긴 공연예술산업은 공연예술을 디지털 형태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객의 효용을 유지하고자 고도의 기술로 실시간 현장감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온라인 영상을 지연 없이 송출하면서 화질과 음질을 높게 유지해 현장 공연의 이점을 보존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산업은 일상 회복이 시작됨과 동시에 전통적 공연예술 모델로 돌아왔다. 즉, 공연을 더 이상 디지털로 송출하지 않고 다시 현장을 중심으로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연예술산업이 그 본질적 특성에 따라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공연예술의 디지털 전환이 이 본질적 한계를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로 전달된 공연예술은 단순히 기존 현장 공연의 이점을 살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디지털만이 가지는 강점을 살리면서 역으로 현장 공연에서는 즐길 수 없던 효용을 추가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실시간 댓글과 좋아요 기능을 통해 관객이 공연자에게 직접 감상을 전달하고, 공연자가 이를 바로 확인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 그 사례 중 하나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공연예술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부분적으로는 회귀할 것이고, 부분적으로는 유지될 것이며, 부분적으로는 보다 고도화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 산업 안에도 여러 상황적 맥락이 존재한다. 따라서 변화는 단일할 수 없는 것이다. 공연예술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다른 산업의 사회적 맥락과 유사하게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일부 유지될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고도화되는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산업의 본질적 특징에 따라 현장공연, 즉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하는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공연예술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맥락에서 그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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