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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서 웃음의 사회로,
디지털 정신건강 관리 산업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1기 조형택

우울의 사회 대한민국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OECD에서 자살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는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정신질환 치료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내 정신건강관리 서비스는 사회적편견, 접근성, 정확성 등 많은 문제가 존재했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정신건강 관리 산업 부상하며 정신건강 관리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정신건강 관리 산업이 코로나 이전에는 어땠는지,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 어떤 변화를 겪었고, 코로나 엔데믹 후의 전망은 어떨지에 대해 이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정신 건강: 아파도 치료 받기 힘들었다


 우선 코로나 발병 이전의 정신건강 관리 산업에 대해 확인해보자. 2018년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총 302만 명으로, 우울, 불안, 치매, 수면장애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나 10~20대를 중심으로 우울증 환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4년 대비 2018년 무려 97% 증가했으며, 10대 우울증 환자도 78% 증가했다.

 그렇다면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이를 원활하게 해결하고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19년 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상담 또는 병원방문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사회적 편견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정신 건강 문제를 존중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바라 보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본인의 문제를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꺼려진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관련 설문조사에서 정신질환 환자 중 무려 83%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두 번째로, 접근성의 문제가 존재한다. 접근성에는 크게 심리적 접근성과 시간거리적 접근성이 존재한다. 심리적 접근성이 낮은 이유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병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극복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와 ‘스스로 노력해서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비율과 그 이유,  한국리서치)

 시간거리적 접근성에 있어서는 정신질환은 주로 장기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본인이 다니는 병원이 너무 멀리 있거나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낮은 정확성도 문제가 된다. 다른 분야와 달리 정신건강의 경우 생명의 비밀이 아직 많은 뇌를 다룬다. 그렇다 보니, 세포나 유전자를 활용한 질환 분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진단에 있어 설문지, 문답식 평가 도구, 각종 심리 테스트 등이 주로 활용되며, 치료 시에도 출시된 지 20년도 더 된 약물로 증상을 조절한다. 첫 진단 후, 치료 경과를 살필 때에도 호전 여부를 객관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


 즉, 국내 정신 건강 문제는 심각하지만, 환자들이 이를 치료하기 위한 기반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을 통해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가 불러온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의 변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위기,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 비대면 일상에 따른 소통 단절 등으로 인하여 정신 건강 문제를 겪게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우울위험군 비율은 2018년 대비 2021년 최대 6배 증가했으며, 자살 생각 비율도 2018년 대비 최대 3.5배 증가하게 되면서 정신 건강 문제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코로나19 유행 전후 정신건강 위험군 변화, 2018 지역사회 건강조사, 2020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

 하지만,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대면상담 및 진료 밖에 없었고, 코로나로 인해 이 유일한 해결책도 막혀버렸다. 즉, 코로나 19 유행 후 정신 건강 문제는 더 심각해졌지만, 문제의 해결 방안은 더 위축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타파하고자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이다. 코로나19를 통해 비대면 의료가 확산되었고, 특히 상담이 핵심인 정신 건강 분야는 대면 의료와 비대면 의료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대면 의료 트렌드가 두드러지게 반영되었다.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는 크게 디지털 자가치료, 온라인 행동치료, 온라인 상담, 온라인 정보 제공 등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의 종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다양한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의 발전은 기존 정신 건강 관리 방식의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였다. 우선, 사회적 편견과 시간거리적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집에서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건강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기존 방식보다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효과를 체감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심리적 접근성도 개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정확성도 상승하였다. 생물학 기반으로 질환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정신질환의 문제점을, 스마트폰 사용 행동 패턴 분석, 대화 음성 분석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진단을 통해 극복하게 되었고, 치료 경과를 객관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엔데믹과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의 전망


 코로나 펜데믹을 통해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이제 세상은 코로나 펜데믹에서 코로나 엔데믹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과연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은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성장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퀀털라인리서치(Quantalign Research)에 의하면 세계 디지털 정신 건강 시장은 2021년부터 202년까지 연평균 28.6%로 성장하여 2027년 약 200억 달러로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에도 성장하고 있던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이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성장세가 가속화 되었다고 평가한다. 2020년 UN에서 발간한 ‘COVID-19 and the Need for Action on Mental Health’에서도 “코로나 19로 야기된 정신 건강 문제는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이 분야를 저평가해오던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세계적으로 해당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코로나 펜데믹으로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는데, 코로나 엔데믹에도 여전히 많을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발표한 2022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6월 조사 결과 우울위험군이 16.9%로  2019년(3.2%)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치로 높다. 자살생각률도 마찬가지로 2022년 6월 12.7%로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올해 5월 동아일보와 SM C&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지속적인 정신 건강 문제가 드러났다.

(코로나 엔데믹 지속적인 정신 건강 문제, 동아일보, SM C&C)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신 질환 환자수가 과거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신 건강 문제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기존의 대면 관리 서비스로 회귀할지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를 계속해서 사용할 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은 이 서비스만의 장점들이 매우 확실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 편견, 접근성, 정확성의 문제를 디지털 서비스는 효과적으로 해소한다. 특히,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 발달을 통해 심리적, 시간거리적 접근성이 모두 개선되면서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추가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어 서비스가 더욱 다양하고 정교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도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울의 사회에서 웃음의 사회로


 코로나 펜데믹을 기회로 성장한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 산업은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도 계속해서 우울의 사회를 웃음의 사회로 만들어 갈 것이다. 물론 지속적인 효과성과 편의성의 개선, 민감한 개인 의료 기록 보호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적 편견 등 풀어 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서비스 사용,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기업의 서비스 다양화와 정교화를 통한 선순환의 고리가 계속 강화된다면, 대한민국의 정신건강 관리 산업은 많은 부분이 보완되고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그 끝에는 OECD 자살률 부동의 1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웃음으로만 가득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 조형택

taegshtae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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