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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지폐가 뭐에요?”

– 코로나 19가 불러온 ‘현금 없는 사회’의 미래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요즈음. 길을 가다 마주친 붕어빵 가게에서 현금이 없을 때, 옛날이라면 꼬깃한 지폐 3,000원을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지나쳐야 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애써 지폐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웬만한 곳에서는 카카오페이나 계좌이체로 터치 한 번이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실물 현금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화폐를 디지털 화폐라고 한다. 이 디지털 화폐는 크게 전자화폐,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로 나뉘며,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19의 발발과 함께 순차적으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왜 점점 현금과 멀어지고 있는 걸까?



코로나 19, 전자 화폐 거래 방식 다양화와 암호화폐 성장의 발판


  사실 계좌이체라는 행위 자체는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불과 몇 년 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계좌이체를 하였는지 기억하는가? 1년마다 갱신 받는 공인인증서로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지갑 속에 소중하게 품고 다니던 보안 카드에서 일일이 숫자 조합을 타이핑해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우선, 번거롭게 매번 컴퓨터를 켜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은행에서 모바일 뱅킹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앱들이 출시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2019년 전후, 코로나 팬데믹 발발 시기이다.


  팬데믹 초반, 백신이 개발되지도 않았을 무렵 전 세계는 극도의 긴장 상태였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적용된 밤 9시 이후의 거리는 소설 ‘1984’에나 나올 법한 감시 사회를 방불케 했고, 1인당 2개씩만 구매 가능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약국 오픈런’이라는 희귀한 현상도 마주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경제활동이 일상화되면서 결제 과정의 비대면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비대면 결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방향에서 모두 크게 진화하였다.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하에서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주문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코로나 발발 이후 전체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됨과 더불어 줄어든 이익에 비해 인건비의 부담이 크게 느껴졌던 사업주들에게 키오스크는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실제로 코로나 발발 이후 국내 키오스크 도입량은 그 전 해까지의 미미한 성장에 비해 매년 5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실물 현금을 이용할 수 없는 대부분의 키오스크 모델은 소비자의 전자화폐 사용 경험을 늘리는데 직간접적인 역할을 하였다. 


  온라인 결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결제가 이전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빠른 방식으로 다변화하면서, 사람들의 현금 결제량은 2015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반면 카카오페이 같이 카드 정보를 등록만 해 두면 전자화폐를 온라인에서 쉽게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의 성행은 전자화폐 사용을 더욱 활성화하였다. 그 결과,  2021년 민간 최종 소비의 거의 대부분인 77.8%가 신용 및 직불카드로 이루어졌다. 간편결제의 대표 격인 NHN한국사이버결제는 코로나 19 발발 이후 매년 약 70억의 매출 신장이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각 은행에서 출시했던 모바일 뱅킹 어플리케이션들 또한 계좌이체 지출액 비중을 코로나 19 발발 이전에 비해 2021년 약 30% 늘리며 전자화폐 사용률 증가에 기여하였다. 이렇듯 소비자들은 코로나 19 시대에 전자화폐를 다양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디지털화된 화폐의 사용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갔다.

                  출처 : 한국은행


  이에 더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가 팬데믹 상황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원인 역시 코로나 19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2016년 전 세계적으로 투자 열풍이 시작된 이래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2만 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8년 말 3천 달러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코로나 19 발발 이후 초유의 팬데믹 상황이 닥치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정부가 유동성 공급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며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과 같은 거의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의 가격이 다시 한 번 급증하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그 성장을 이끈 주역이 초기의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소수 자산가 및 기관의 투자로 옮겨 갔다는 것에서 보다 더 눈여겨 볼 만 하다. 이는 민간이 주체가 되어 발행한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암호화폐 발행 주체가 개인에서 기관 등의 조직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뜻한다.



엔데믹 시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도입 시도: 디지털 화폐 전환으로의 과도기


  그렇다면 코로나 19가 예전만큼은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 지금은 어떠한가? 간편결제시스템과 같은 전자화폐는 여전히 유용하게 잘 쓰이고 있다. 플랫폼들도 앞다투어 본인들만의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 전자화폐가 사용되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드물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어떠한가? 초반에는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가 싶었지만, 이내 시시각각 급변하는 가격으로 일명 ‘떡락’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오늘의 비트코인 시세의 변화가 이슈가 되다보니,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지금 현재는 자산 투자의 일종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민간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디지털 화폐의 발행 주체를 자산 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주체인 정부로 눈을 돌렸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불리는 이러한 정부발 디지털 화폐는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액면가가 고정되어 있어 중앙은행의 재량에 따라 발행 규모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는 높고, 따라서 해가 지남에 따라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비중 역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한은 디지털화폐’ 2단계 모의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싱가포르 통화청 역시 지난 달 CBDC 프로젝트 1단계를 완료했고,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가 가져올 ‘현금 없는 사회’


  이대로라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몇 년 후, 우리는 어쩌면 정말 ‘현금 없는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할까?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현금 발행 비용이 절감되어 경제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 2014년 만 하더라도 한국은행이 발행한 동전의 발행잔액은 2조를 초과하여 매달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환수율은 30% 미만으로 현저히 낮은 상태이다. 또한 2016년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은 37조 원으로, 생각보다 많은 세금이 현금 발행에 투자되고 있는 지금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온라인 결제 특성 상 거래의 투명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현금 세탁으로 말미암은 불공정한 거래의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이 마냥 기대되는 일만은 아니다. 화폐마저 디지털화되는 순간, 우리의 인터넷 의존율은 상상을 초월할 확률이 높다. 작년 6월 KT 인터넷망이 서비스 장애로 약 40여 분 간 먹통이 되었을 때, 우리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불편을 겪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고객들은 카드 결제를 할 수 없었고, 현금이 없던 고객들은 모두 그 자리에 발이 묶여 있었다. 


  또한 디지털 정보 격차로 인해 고령층이 점차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미 코로나 19 시대 때, 본인의 어머님께서 키오스크 작동법을 몰라 카페에서 주문을 하지 못했다는 인터넷 상의 글이 한동안 인기였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고령층의 디지털 적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화폐와 같은 민감한 금융 정보가 모두 디지털화 된다면, 예전처럼 ‘오프라인’ 강도보다는 온라인 해킹의 위험성이 증가할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도 보안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 경기의 흐름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경기 상황이 지금처럼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현금을 보유하여 자산의 안정도를 높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화폐가 디지털화 되어 자산을 현금화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금과 유사한 가치를 지니는 금, 은과 같은 화폐 대체 가치를 가진 것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디지털 화폐 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면서도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단점들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 경영학과 최하영

qorhvkbb@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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