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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리셀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할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서지안


희소가치에 열광하는 MZ세대가 굴리는 리셀 시장 


“I’m too sexy 헌 집 주고 새집 프리미엄이 붙어 두 배, 세 배, 네 배 yeah.” 

올가을 국내 MZ세대 사이에서 대유행한 가수 지코의 노래 ‘새삥’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가사를 리셀 시장에 대입하면 프리미엄이 두 배에서 네 배까지 붙는다는 내용은 리셀가 형성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리셀 시장에서는 한정판 제품이 브랜드에서 리셀러, 유통을 거쳐 실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매 과정마다 프리미엄이 붙으며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정판 스니커즈 가격 상승 과정>

코로나19 발발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며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합리적 소비 트렌드인 ‘미닝아웃’이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심리가 중고 거래, 그리고 더 나아가 리셀 입문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 두고 안 쓰는 제품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리셀 시장 성장세의 숨은 요인이라 밝힌다.그러나, MZ세대가 지속가능한 소비 트렌드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한정판 제품을 리셀하고 투자하게 되었다고 보기에는 그 근거가 미약하다. 이 두 현상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줄 수 있는 명확한 지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정판에 투자하는 심리에는 사회문화적 요인 외에도 인간 자체의 심리 특성과도 연관이 있기에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복합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셀 시장을 굴리는 이해관계자들: 리셀 플랫폼, 브랜드, 리셀러


삼일회계법인 Global M&A Industry Insights (2022)에 따르면 많은 유명 패션 브랜드가 주목하고 있는 패션 리셀 시장은 2022년 기준 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이전에는 주로 중고거래 또는 리셀 플랫폼을 통한 C2C 거래가 보편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성 브랜드 및 소매 유통업체들이 리셀 전문 기업들과 협력하여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 형태도 확장 중이다. 이러한 흐름에는 명품 및 한정판, 콜라보 제품 리셀을 통해 차익에서 수익을 얻는 MZ세대의 재테크 유행이 그 중심에 있다. 


브랜드들은 희소 가치에 투자하는 이들의 심리를 타깃팅해 의도적으로 소수에게만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한정판 전략을 활용한다. 특정 시기에 한정 수량으로 출시된 상품은 발매 이후 공식 브랜드에서 자취를 감추고 C2C 거래나 리셀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상품의 시장가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과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감은 리셀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게끔 하는 요인이다. 디올(Dior)이 나이키(Nike)의 에어 조던과 협업해 출시한 ‘에어 디올’ 스니커즈의 미국 리셀 플랫폼상 가격이 발매 즉시 1500만원까지 치솟은 것이 그 사례다.

<에어 조던 1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하이탑 스니커즈>


브랜드에서 본래 출시한 제품 수량은 총 1만 3000족이었는데 이 중 5000족은 디올의 CEO가 지인에게 나눠주었고 나머지는 일반인 고객에게 래플 형식으로 풀렸다. 이에 전 세계 500만명이 래플에 참가했으며 당첨확률은 0.16%로 625명 중 한 명 꼴이었다. 즉, 구매력이 있는 고객이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없게 되면 정가보다 비싼 리셀가에도 제품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희소성이 높은 제품일수록 고객 간 구매 경쟁을 유발하여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에어조던과 같은 신발은 더 이상 소비재가 아닌 투자상품으로 변하게 된다.



리셀 시장을 주도하는 리셀 중개플랫폼의 위험 요소   


현재 국내 리셀 시장을 주도하는 크림과 같은 리셀 중개플랫폼은 판매자에게 상품을 인도받아 정품여부 및 상품상태를 검수한 뒤 거래시장에 매물을 공개하고 구매 희망자를 중개하여 대금결제 및 배송 이후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발생하는 거래수수료가 크림의 주요 수익모델이 된다. 


과거에 중고나라, 나이키매니아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던 비공식 C2C 거래가 성행했다면, 최근 고객들은 가격 정보 비대칭성, 가품 유통의 위험, 거래사기 등의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중개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리셀 중개플랫폼조차도 정가품 여부 논란을 피해갈 순 없었다.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상품의 경우 중간에 가품이 혼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검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가품 판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업자가 매크로를 이용해 단 몇 초 만에 인기 제품 재고를 싹쓸이하거나, 리셀 시세에 따라 반품 또는 환불을 해 시장을 교란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가격 정보 비대칭성 문제도 붉어졌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리셀 시장으로부터 가격 결정 주도권을 위협받는 브랜드들은 리셀 거래 규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물가 상승에 따른 고액 상품 거래에 대한 부담감은 고객들이 리셀에서 중고거래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올 3~5월 판매글 등록 건수는 870만 건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8.8% 증가한 데 비해 크림과 솔드아웃 등 주요 리셀 플랫폼에서 체결되는 리셀 계약 건수는 올해 들어 10%가량 감소했다. 엔데믹 전환으로 인해 명품 소비 외에 해외 여행 상품 등의 대체 소비 대상이 늘어난 것도 한 몫한다. 



엔데믹 전환, 리셀 시장은?


희소가치에 열광하는 MZ세대가 굴리는 리셀 시장의 중심에 있는 대표 품목은 스니커즈다. 스니커즈는 브랜드 사의 래플(응모)을 통해 구매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제품을 손에 쥐게 된다는 상대적 우월감과 심리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또한 초기 투자 비용이 10만~20만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이 적어 너도나도 스니커즈로 재테크를 하는 ‘스니커테크’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다. 한편, 올해  물가 상승에 타격을 입은 이들이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면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구매를 하겠다고 나서는 수요는 확연히 줄었다. 공급과 수요의 시너지에 따라 파이가 커지는 시장 특성상, 수요의 감소는 리셀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는데 가장 큰 결과는 리셀 가격 하락세였다. 생활비와 쏠쏠한 용돈을 빠르게 얻기 위한 목적으로 당첨되는 래플 한정판 제품을 리셀 시장이 아닌 중고거래 시장에 풀어놓는 판매자들이 시장을 교란시킨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범고래’로 불리는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과 같은 스니커즈는 리셀 시장에서 너무 흔해져 제품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희소성 면에서 소비자들이 가치를 덜 느낄 위험이 있다. 


<연초 대비 2022.06 기준 리셀 제품 가격 하락 현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셀 행위’ 자체는 시장 경제의 흐름 속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들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기는 품귀 현상이므로 특정 제품군의 인기가 하락하더라도 또 언제든지  다른 상품에 한해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브랜드의 한정판 전략 트렌드가 지속된다면 리셀 시장 또한 그에 따라 지속되지 않을까? 엔데믹 이후로 브랜드들의 채택할 전략적 움직임과 리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연세대 의류 서지안

jian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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