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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점, 코로나19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이재원


패러다임 전환과 코로나19 


 혹시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패러다임은 한 시대 사람들이 일정한 사고를 하게끔 하는 틀이나 체계를 의미한다.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은 토마스 쿤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는 과학 발전 과정이 단순히 지식이 모이고 쌓여서 이루어지기보다 혁명적인 이론을 동력으로 삼는다고 본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14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은 대표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예시이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학에서만 발생하는가? 정답은 당연하게도 아니다. 과학을 포함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패러다임 전환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산업과 노동 분야에서 발전 과정이나 형태 모두 전세계적으로 다르지만 패러다임 전환은 유사한 맥락에서 일어났다. 특히 대공황이나 전염병 유행이라는 큰 사회*경제적 충격으로 인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의 1/3이 사라진 시점에서 등장한 영국의 1349년 노동자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국민이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등장한 1948년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 IMF 이후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확대가 이를 반증한다. 종합하여 본다면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의 등장은 익숙함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제고하고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한다. 


 2019년 말 전지구적 위기를 이끌었던 코로나19는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많은 이들의 일상을 멈춰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어느 제품이라도 직접 생산한 물건이 없는 지금 우리에게 분업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물류 이동이 제한되어 한동안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감자튀김을 먹지 못할 때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분업의 결과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모든 생산관계가 더욱 분화되어 복잡하게 얽혀있는 2022년, 분업 관점에서 코로나19가 어떠한 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분업과 코로나19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엄청난 공포였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국내에서 증가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KCDC)는 전염병 재난 위기 경고 수준을 ‘심각’으로 격상하고 여러 집단감염 우려 행사, 모임의 연기 또는 취소를 권고하였다. 또한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대규모 확산이 발생한 시점에서는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기까지 하며 감염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때 많은 이들의 일상은 멈춤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곧 인터넷 연결로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등장했다. 회사들은 비대면 화상회의 서비스를 사용하여 재택근무를 진행했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업을 이어갔다.

 

 그래서 ‘과연 모든 사람의 일상이 멈췄는가’를 반문해봤을 때 현실은 아니었다. 다수가 비대면을 유지하며 안전을 누릴 때,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인력과 사회기반시설을 유지하는 인력은 대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나아가 열악한 업무환경과 과중한 업무로 수많은 문제가 대두됐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연결을 잇는 물류업계 종사자와 사회기반시설을 유지하는 의료계 종사자를 예시로 그들에게 대면의 위협이 어떻게 전가되었는지 살펴보자. 

출처: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집단 노동력이 요구되는 물류센터의 경우 근로자들의 현장 의존도가 높은 이유로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아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방문해야 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택배 양은 약 36억 3천만 개로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로 환산하면 70.3회에 달할 정도의 양이 이동되었다. 

 

 코로나19 예방 및 관리, 자가격리자 및 확진자 돌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료계 종사자 역시 위험을 감수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맡은 이들을 중심으로 정신건강을 검진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다수의 간호사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극심한 긴장, 우울 및 불안 증상을 보고하였는데 전체 대상자의 약 29%는 중등도 이상의 장애, 2.2~15.5%는 스트레스 관련 정신건강 증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분업의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19는 분업의 결과 누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예상 가능한 하나의 변화는 바로 자동화이다. 재난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아닌 재난 속에서 생존하고 살아가기 위해 대면의 위협을 피할 수 있는 조치들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사회

이재원

blackmu961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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