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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에 교육산업이 나아갈 방향성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박제우

“학교에는 아이들이 필요하지만, 아이들 없는 학교는 더 좋아요."


 필자가 코로나 시기에 고등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선생님들께 들었던 우스갯소리다. 2021년의 학교는 조용하고 편하면서도, 십 대들이 없는 학교는 지루하고 정적이었다. 반면 복무 끝자락에 비대면 조치가 풀렸을 때는 그들의 생기와 에너지가 아주 좋으면서도,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어서 “다시 비대면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위처럼 코로나 전후 상황의 대비가 큰 만큼, 교육업계는 코로나 19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은 산업이었다. 대면 활동이 자제되고 모임이 금지되면서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와 학원 역시 통제되었다. 비대면 수요에 맞춰 교육시장은 강제적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냈고, 학생들이 집이나 방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학생??대답 좀 해봐" - 비대면 공교육


(출처: 트위터)

 Zoom이나 Google Classroom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반응 없는 수업을 꿋꿋이 진행하시는 모습,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면서도 *웃픈 (웃기고도 슬픔을 지칭하는 신조어) 모습이다. 


 코로나 시기의 학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대비되지 않은 디지털 전환 때문에 앞서 언급한 Zoom이나 17개 시도 통합 초등학교,중학교 온라인 학습 서비스인 e학습 터를 활용한 영상 기반의 수업은 효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로는, 학생의 참여와 출결관리가 어렵고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스크린만으로 학생 지도와 관리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학생들의 출석을 독려하고 불참자에게 연락을 돌리는 시간이 늘어나 실질적인 수업 시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학생들의 응답 역시 ‘수업 중 비디오를 끈다.', ‘영상 콘텐츠 활용 시 화면을 켜두고 딴짓을 한다’ 등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결국, Zoom같은 영상통화 기반의 수업은 다양한 이유로 소통의 효율이 떨어졌다. 인간은 상대의 표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무의식적으로 인지하지만, 2D로 이뤄진 화면은 우리의 지각을 어지럽히고 반응을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혹은 화면 속 상대방의 모습보다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이 쳐다보는 경향이 있어 계속해서 나의 모습에 신경을 쓰게 되고, 이런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캠을 끄면서 집중도와 참여도가 떨어지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수업은 교육자와 학생의 물리적인 시공간의 제약을 해결했다. 더 일찍 일어나 통학해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아껴줬다. 이는 펜데믹 이전에는 사회적으로 생소하고도 말도 안 되는 접근이었으며, 교육의 효율성을 무시할 수도 있을 만큼의 혁신적인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몸집을 점점 키운다!”-  비대면 사교육


 사실 기존 국내 사교육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초.중.고교 학생 수가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여 산업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인 2021년 초.중.교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이 23조 4000억 원을 달성하며, 2007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 파생되는 원격수업의 질과 학습결손에 대한 불만이 사교육 투자를 더욱 늘렸다고 설명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전체 학생 기준 36만 700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됐다. 

(출처: KISDI 보고서)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 동영상 콘텐츠의 지출금액 역시 전체적으로 늘었다.


 이는 기존 사교육 시장이 산업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궤하고 있던 것과 코로나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물린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의 양적 성장이 불안전하자 교원, 웅진그룹 같은 기업들은 사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빅데이터 등의 스마트 기술을 일찌감치 개발, 적용하고 있었다. 또한 ‘설탭'이나 ‘콴다'같이 교육상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연결되는 마이크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플랫폼들이 부상하면서 스마트하고 개인화된 사교육이 가능해졌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들이 주는 교육의 질적 가치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엔데믹에는…?


 코로나19의 소멸로 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시공간적 제약의 해소가 학생들에게 주는 가치는 교육산업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결국, 디지털 교육과 대면 교육은 상황에 맞게 공존할 것이다. 추가로 언제 다시 전염병이 창궐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인해 갑작스런 비대면 전환의 역량은 꾸준히 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디지털 교육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교육의 효율성이 발전될 필요가 있다. 기존 비대면 공교육처럼 대다수의 사교육 인강(인터넷 강의) 역시 일방향적 소통에 위치한다. 물론 녹화 강의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돌려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학생들의 쌍방소통을 위해 질문 게시판과 같은 별도의 채널을 운용하는 것은 2022년 최신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다.


 결국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하고 비효율적인 소통을 야기하는 교육 방식은 점차 수요가 줄어들고, ICT 기술을 활용하는 에듀테크 시장이 침투할 것이다. 교육시장 분석업체 HolonIQ(2020.1)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세계 교육시장 규모에서 2.5%를 차지하던 에듀테크 시장의 규모는 2025년 4.3%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보수적이었던 공교육 환경에서 온라인 공존으로 효율적인 수업을 위한 에듀테크의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실제로 설문과 퀴즈 등의 장치를 실시간으로 도입해 학생과 교사의 활발한 양방향 소통을 돕는 ‘교실온닷’이나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인 ‘K-MOOC’가 도입되었고 점점 활발히 활용되는 추세다.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로봇이 걸어 다니는 먼 미래에는!


 글을 마무리 짓기 전에 추가로 개인적인 인사이트를 담아보려고 한다. 공교육이 에듀테크를 십분 활용하고 기술 자체도 고도화된다면 사교육이 주던 질적 가치를 뺏어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에듀테크가 학원의 일타강사보다 더 학생을 잘 파악하고 스터디 플랜을 짜준다면, 사교육의 입지는 사실상 없을지도 모른다. 


 교육자들의 역할 역시 변화할 것이다. 지식의 전달은 기술이 더욱 효과적으로 할 것이고 교사는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고, 학습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게끔 조언하는 멘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일단 20년 뒤 캘린더에 이 웹사이트의 링크를 첨부해뒀다. 10년, 20년 뒤에 이 글에 한번 돌아와서 교육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나 확인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되리라 예상한다.


과거는 현재의 기억이고, 현재는 미래의 기억이니까.


연세대 산업공학 박제우

jaewoo0627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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