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김민재
21세기 초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불리는 "파괴적 혁신" 이론을 개발한 비즈니스 컨설턴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은 혁신을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한 후에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혁신은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여 세상에 긍정적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다.
이런 혁신은 특정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발생한다. 카카오톡이 무료 메시지를 통해 통신의 혁신을 일으키고, 마켓 컬리가 풀 콜드체인을 최초 도입하여 새벽 배송을 진행하여 유통업계의 혁신을 일으켰듯이,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기존 의료 분야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주었다.
닥터나우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장지호 대표는 노숙인 의료 봉사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거동이 불편한 노숙인을 대신해 약을 받아오거나, 봉사 현장에 못 온 의료진이 전화로 노숙인 환자의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을 보며 원격 진료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시에 원격 진료는 불법이었기에 사업으로 진행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여 초기에는 처방전 보안 전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감염병에 대한 국가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에 다다르게 되어 그동안 불법이었던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되었고, 장 대표는 그 기회를 발판으로 닥터나우를 통해 본인의 목표였던 원격 진료를 이루었다.
닥터나우 앱을 통해 이용자들은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고, 본인이 희망하는 시간에 전화나 화상을 통해 진료받는다.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약은 환자가 동네약국에 방문하여 받거나, 집에서 배송을 통해 2~3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내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20개의 진료 과목의 전문의를 두고 있으며, 약 3,000여 개의 병·의원 및 약국과의 제휴를 맺고 있다. 또한 약 43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대면 진료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문 의료진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닥터나우는 환자들의 관점에서 기존 의료 서비스 내에서 그들이 겪던 불편함과 니즈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였기에 기존의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닥터나우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기존 의료 시스템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측면에서의 불편함이 크게 존재했다. 닥터나우는 이 모든 단계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환자의 시간적·지리적 제약을 해결하고, 의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였으며, 정보의 불투명성을 해소했다.
그렇다면 그 단계는 상세하게 어떻게 되었을까? 환자들은 아프거나 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병원을 검색하고 비교한다. 환자들은 병원을 선택 후, 예약하거나 방문하여 진료를 접수하고 자신의 차례까지 많은 시간을 대기한다. 의사를 만나 검진받은 후에 그들은 또다시 순서를 기다린 후, 본인의 처방전과 진료 비용을 받고 결제한다. 처방전을 받은 후 환자들은 다시 약국에 방문하여 본인의 처방전을 접수하고 약이 나올 때까지 대기한다. 일정한 시간 동안 대기 후 환자들은 약을 받은 뒤에야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고 본인이 겪고 있는 아픔이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약 수령과 진료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다.
오프라인의 병원 운영으로 인해 시간적 제약을 받고 있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병원들은 대부분 저녁 정도에 문을 닫게 되어 사람들은 조금만 다쳐도 응급실을 찾아가서 대기해야만 한다.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는 24시간 운영함에 따라 환자들이 집에서 바로 건강 상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병원이 운영시간은 24시간 비대면 진료로 인하여 더 이상 제약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본인의 스케줄을 병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병원 진료를 본인의 스케줄에 맞추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비대면 서비스가 가져다준 또 다른 이점이 있다면 지리적 제약을 해소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구조상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부분 병원으로 환자들이 찾아가는 형태이다. 그러나 지방이나 소도시 지역의 경우에는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 한 시간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렇듯 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는 거리와 상관없이 필요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기에 닥터나우의 서비스는 혁신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이 있기 이전, 사람들은 궁금한 점이 있다면 늘 네이버 지식인에 본인의 궁금증을 남겨놓곤 했다. 그 궁금증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은 그 궁금증에 답변을 달아서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곤 했다. 이 기능을 닥터나우는 도입하여 환자들이 의학적 궁금증이 있을 때 글을 남기면 의료진들이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전문가가 없이 의학적 궁금증을 해결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필요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의료계의 정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대부분 의료 정보는 의료진 내부에서만 공유되거나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게 정리되어 있어 본인의 병에 대하여 궁금증이 있을 때 검색하더라도 100% 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직접 의료진들이 5분 이내에 가지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풀어 설명하였을 시, 적절한 정보가 적재적소에 제공되는 것이다.
나아가 닥터나우는 의료의 불투명성을 해소한다.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병원에 대하여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본인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며 방문한다. 사람들이 병원을 선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는 본인 거주지와의 거리, 혹은 지인이나 지도상에 기입된 리뷰를 주로 고려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병원비, 의사의 전문성 정도, 병원과 의료진의 사진 등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알기는 어렵다. 이에 닥터나우는 위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들이 더욱 본인이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제는 소비자가 현명하게 병원을 고르고 본인이 희망하는 의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혁신의 정의처럼 기존의 관습을 바꾸는 서비스를 도입한 닥터나우는 의료 측면에서 확실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닥터나우는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해 닥터나우는 전문의약품의 약품명, 가격 및 효과 등을 명시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때, 10분 안에 의사가 전화하여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을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하던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는 의약품 오남용 유발이라는 이유하에 고발당하게 되며 닥터나우는 눈물을 머금고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사례를 통해 지나치게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혁신은 의료계의 또 다른 주요 플레이어, 의료 업계와 약사 업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편리함 외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인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게 될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상황이나 부정적인 사회적 현상이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혁신이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업계 내의 모든 플레이어가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의료 서비스는 환자와 의료진의 양방향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의료진들의 편의 또한 고려하여 긍정적인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덧 닥터나우는 출시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닥터나우의 주된 서비스인 원격진료는 어느 순간 한시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 순간이 다가오게 될 것이다. 실제로 닥터나우는 올해 4월부터 코로나19 ‘심각 '단계에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종료되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닥터나우는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보건 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라는 근거를 들어 코리아스터트업포럼과 함께 제한적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이용자들에게 부탁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지속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진료를 진행하는 의사들이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인식 조사를 실시하였을 때, 약 65.2%가 원격의료에 반대하고 있었고 그중 가장 큰 이유가 안전성 및 유효성 미검증으로 인한 오진 가능성을 꼽는다. 또한 그들은 원격의료가 허용될 시, 총파업과 같이 전면 투쟁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한다. 다만, 원격의료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경우에는 참여 의향이 있으나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의료의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닥터나 우의 주요 서비스인 원격의료는 법적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원격진료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허용이 되더라도, 닥터나우는 여전히 또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엄밀히 보자면 닥터나우는 국내에서는 혁신을 가져다준 서비스이나 해당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굿닥과 같이 닥터나우와 비슷한 비대면 진료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닥터나우는 의료계의 혁신이 아닌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며,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타개책이 필요하다.
닥터나우는 의료라는 측면에서 화상이나 전화 상에서 이루어지는 진료를 정확도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라는 긴급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진료만 이루어져도 소비자들은 만족하며 사용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되었듯이 원격의료의 부작용이 여전히 존재한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일차적인 진료를 진행할 수 있지만, 대면 진료보다는 불확실성이 높다. 이로 인하여 오진이 발생할 시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상에서만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더욱 정밀한 의료 진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결국 닥터나우가 진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본질적인 니즈인 ‘대면 진료와 동등한 수준의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 보다 상세한 진료를 진행하고 오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의학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닥터나우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하여 건강검진 내역을 참고할 수 있게 하며, 만보기 등의 서비스를 통해 개인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상세한 진료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현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간단한 의료 분석 기기 혹은 웨어러블을 제공하여 진료 전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사에게 전달하여 정밀 원격의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파악하여 건강의 호전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 아플 때만 병원을 찾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관리받는 순환형 구조의 의료 서비스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위 서비스를 구축해나가는 것은 닥터나우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상으로 닥터나우가 의료계의 토탈 솔루션이 되는 그날을 꿈꾸며, 개인적인 제언과 함께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연세대 창의기술경영 김민재
ys.mjk87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