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1기 권지수
남부 가뭄·중부 폭우‥"2022년은 이상기후 종합판"
지구촌 이상기후로 몸살…원인과 대응은?
50년 만에 최악' 가뭄 시달리는 남부…지구촌 이상기후 속출
50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이상 기후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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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뉴스에서 위와 같은 제목의 이상 기후 소식이 많이 들려오며,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만의 문제가 아닌, 현재진형형의 문제라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그 누구도 기후위기의 책임은 물론이고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대응의 시급성을 느껴야하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개념이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탄소중립(Net Zero)입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대한 감소시키고, 흡수량은 증대하여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태로, 인간 활동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최대한 줄이고,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산림 흡수나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이 매우 높아 최근 30년 사이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며,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 중립은 최근 이상 기후로 의하여 전세계 국가들이 더욱 주목을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상단의 세계 주요국 탄소중립 정책 현황표를 통해 미국, EU, 일본, 한국은 2050년을 목표로, 또 중국은 206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 달성을 계획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주요국 모두가 탄소 중립 정책의 핵심으로 수소 에너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소 에너지는 대체 무엇이길래, 또 어떠한 이점이 있길래 각국의 정책이 수소 에너지를 주목하는 것일까요?
2018년 기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인 약 460억 톤 중 에너지 부분 배출 비중이 75%나 되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라 함은 곧 에너지 대전환의 시기를 뜻합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탄화수소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재생 에너지(태양광, 풍력 에너지 등)로 에너지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전세계적 흐름이 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인 성격과 무한한 자원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 생산이 날씨와 같은 외부요인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특성인 간헐성, 그리고 출력변화에 따라 즉각 발전량을 증감하지 못 한다는 경직성, 또 변동성 등의 문제로 인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의 한계점 또한 뚜렷하게 존재합니다. 이에 반해 수소는 보편적인 에너지원으로, 재생 에너지와는 다르게 지역적인 편중이 없으며,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하는 풍부한 자원인 동시에 -253℃ 이하에서는 액화되어 액체 상태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어 수송과 장기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며, 에너지 효율도 높습니다. 앞서 언급한 신재생에너지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한낮에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이 여유있을 때나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 발전으로 전력이 여유 있을 때 해당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 에너지로 전환해 이용하는 방법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는 중입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수소 에너지를 ‘그린수소’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총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 중 그린수소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와 다르게 탄소 배출이 없으며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인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수송성과 저장성이라는 독보적인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탄소 중립과 기후위기라는 인류의 중요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린수소는 청정수소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온전한 친환경에너지로 평가됩니다.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좋은 수소 에너지를 왜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를 살펴보자면, 그 답은 바로 그린수소의 최대 난관 중 하나로 꾸준하게 지적되는 공급 가격과 생산성 문제에 있습니다. 그린수소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금의 화석 연료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수소 생산을 위해 필요한 장치인 전해조(전기 분해를 이용해 화합물을 분해하는 장치)가 저렴해야 앞의 전제가 해결되며 수소 에너지의 수요가 올라가겠지만, 현재의 문제는 이 전해조가 굉장히 비싸다는 점입니다. 또한, 아직 연구 및 개발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낮은 생산성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2017년 설립된 독일의 Enapter (인앱터)는 위에 제기된 문제를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 보아 수소 에너지를 빠르게 확장시키고 가격을 대폭 하락 시키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고안해내었습니다. 바로 수소 생산기를 표준화시키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끔 만들어 해당 제품의 생산과 이용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태까지의 타 기업들은 수소의 비용과 생산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더 큰 전해조를 생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Enapter는 수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 큰 전해조의 생산이 아닌, 누구나, 어디서나 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해당 방식은 컴퓨터 산업을 통해 예시를 들 수 있는데, 80년대의 컴퓨터는 거대하고 복잡한 업무용 컴퓨터였기 때문에 사용자의 접근이 크게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소형 개인용 컴퓨터인 PC의 등장은 표준화와 대량 생산이라는 점을 기준으로 하여 컴퓨터 산업을 완전히 뒤바꿨으며, 이러한 점은 Enapter의 표준화와 대량생산이라는 개념과 맞물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분리막을 통해 이온을 이동시키면서 전기화학적으로 수소와 산소를 생성하는 기술인 ‘수전해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쉽게 말해 물은 분해하는 기술인 수전해 기술은 어떤 이온을 이동시키는지와 사용하는 전해질에 따라 분류되며, 보통 AEC, PEM, AEM 방식으로 분류됩니다.
Enapter는 전해조 기술을 구현할 때 생산성이 낮고 넓은 부지가 필요한 AEC와 설비 투자 비용이 비싼 PEM을 배제시키고 소재가 저렴하여 비교적 높은 수소 생산성을 가지고 있으며 변동성 및 비용의 장점을 지닌 AEM 기술을 채택하여 전해조를 생산하였습니다. 해당 전해조는 전기 분해 코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필요한 양만큼 전해조 기기를 서로 결합하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으로 수소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하여, 그린수소 생산의 규모를 키우고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안해내었습니다. Enapter의 전해조는 설치, 적층 및 통합이 간단하기 때문에 메가와트 규모의 프로젝트도 가능케 하여 수소 에너지에 대한 수요 또한 충족시킵니다.
아직 완벽한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수치적인 분석은 불가능하지만, Enapter가 시장에 가져온 ‘양산에 적합한 표준화된 전해조 대량 생산’이라는 개념은 분명 큰 임팩트로 남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금의 태양광 모듈의 상업화가 비슷한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것과 같이,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을 기반으로 하여 신속한 활용 및 비용 절감이라는 점에서 Enapter의 제품은 그린 수소 시장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에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범용 솔루션이자 화석 연료를 대체할 미래의 차세대 솔루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Enapter는 그린수소 생산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던 생산성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제품의 상용화까지 이루어진다면 실제로 화석 연료보다 더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수소 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으며 이로써 탄소 중립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산업에서 엄청나게 큰 임팩트로 남겨질 것이라 분석합니다.
마지막으로, Enapter 제품의 상용화 이후, 서론에서 나왔던 현재의 기후 위기, 이상 기후에 대한 기사보다는 “Enapter, 그린수소 생성 혁신 통해 탄소중립 달성”과 같은 기사들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마무리 짓겠습니다.
연세대 창의기술경영 권지수
kwonjeesoo20@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