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3rd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너 어디에서 자니?" "에어비엔비요"

에어비엔비가 창출한 두 차례의 혁신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혁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겠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흔히, 기업 측면에서 다뤄지는 혁신이란 다음과 같다. 기술, 공정, 업무 방식, 또는 제품을 새롭게 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혁신, 더 나아가 기술 혁신이라 부른다. 하지만이 같은 혁신에대한 정의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새롭게 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혁신인가? 기존의 것과 다른 무언가를 창조했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과연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맹점은, 혁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혁신의 본질은, 고객의 욕구를 포착하는 데에 있다. 고객이 중요시하는가치를 기업의사에 반영할 때, 도출되는 기업의 활동이 비로소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기업의 가치사슬이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즉,고객의 답답함을 깨닫고, 소비자의 불편한 흐름을 뚫어주는 기업의 새로운 활동이 곧 혁신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가치사슬을 작동한 Airbnb

    2023년 현재 220개국 450만 명이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방을 다른 이에게 공유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130여 국에 6,700여개 호텔을 둔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약 4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에어비앤비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에어비앤비가 전 세계 여행객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던 이유는, 변화하는 여행객의 트렌드를 적절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의 문제를 정의했고, 그에 따라 제시한 해결 방식이 적중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에 출시됐다. 에어비앤비가 불과 10여 년 만에 변화하는 트렌드를 발판 삼아 여행업계의 최강자로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크게 두 단계로 살펴보고자 한다.  


[1]변화하는 여행트렌드 (2008~2018) : 색다른 경험에 대한 Needs

    “고객은 침실이 아닌 문화공간을 원한다.”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대한 에어비앤비만의 정의였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변화하기 시작한 여행 트렌드에 기인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침대 1~2개가 비치된, 잠만 자는 용도의 숙박시설을 원치않았다. 함께 여행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실, 다이닝룸이 갖춰진 민박 같은 숙박시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트렌드의 변혁은, 세계최대 도시 중 하나인 파리에서 시작됐다.  


    포시즌스, 힐튼과 같은 전통적인 호텔이 변화하는 이 트렌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건 아니다. 대형 호텔 체인들은, 나름대로의 혁신을 외치며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서로 붙어 있는 방을 함께 묶어 제공하는 시스템을 내놓았고, 객실과 객실 사이에 문을 설치해 복도를 통하지 않고도 옆방을드나들 수 있는 커넥팅 룸을 추가했다. 하지만 대형 호텔 체인들은 파리와 같은 주거 지역에서 여러 개 방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고객들이 왜 원하는지, 그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고객이 그런 공간을 찾는 이유가, 여행하면서 단순히 가족과 한 공간에서 함께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서 일까? 그렇지 않다. 진짜이유는, 그들이 기존 관광과 다른 경험을 원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에펠탑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펠탑 근처 파리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카페, 레스토랑등에 직접 방문함으로써 파리의 문화 및 생활방식에 침투해 보길 원했던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이 사실을 간파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체스키와 게비아는 직접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숙박시설 이용객들을 인터뷰했고, 호텔에서 머무르는 사람이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의 가치를 부여하는 데 주력했다. 여행자가 현지 생활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져들 수 있는 문화공간을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에어비앤비는 철저히 현지인 개인의 아파트나 주택만을 플랫폼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현지인 호스트와 게스트 간의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했다. 더불어, 에어비앤비는 각 국가의 대도시 뿐만 아니라 외곽 도시에도 많은 호스트를 유치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각 국가의대도시를 거점으로 위치하는 호텔 체인과 상반된 점이다. 대도시에는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즐비하다. 여행객, 특히 그 국가를 재방문하는이들은 이전의 방문과는 색다른 경험을 요구한다. 이에 에어비앤비는 호텔이 없는 외곽 도시까지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기존의 정형화된 틀의관광과는 전혀 다른 관광이 파생되었다. 즉, 에어비앤비는 현지인과 같은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들이 원하는요소를 플랫폼이란 매개체로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초기 명칭, <Air Bed and Breakfast>의 어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집주인이 여행객들에에어베드와 아침을 제공하며 교류함을 내포하는데, 이들이 얼마나 현지 일상에 대한 경험 측면을 강조하고자 했는지 엿볼 수 있다. 단순 숙박침대 및 공용공간을 빌려주던 서비스의 숙박업 개념을, 호스트가 직접 만들어주는 아침을 비롯 여행객이 숙박하며 주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빌려주는 서비스의개념으로 확장을 이룬 것이다. 


[2]변화하는 여행 트렌드 (2019~) : 워케이션 대한 Needs

    승승장구하던 에어비앤비의 성공 신화는 코로나19의 사태로 인해 마감되는 듯해 보였다. 

여행 플랫폼의 특성상,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시국에 여느 기업보다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8주 만에 숙박 예약의 80%가 최소되었고, 이는 2020년 1/2분기 영업 실적에 있어 각각 3억 2548만 달러, 5억 8321만 달러의 적자로 이어졌다. 결국 2020년 5월 직원의 25%를 해고하는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2020년 4월 예정되어 있었던 IPO 역시 8개월 늦은 2020년 12월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서, 에어비앤비는 다시 한번 여행 트렌드의 본질에 집중한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변화한 ‘고객이 원하는 여행’을 재정의하고, 그에 따라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디자인하고 선도해 나가는 승부를 택한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행의형태가 대폭 변화하였다. 팬데믹 이전에는 휴가철 해외여행 혹은 비즈니스를 위한 출장 등의 여행 행태가 주를 이뤘다면,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가까운장소로의 휴식 및 일상화된 재택근무의 피로도를 해소하기 위한 여행을 추구한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이후 여행 트렌드를 ‘일과 주거, 여행의 경계가모호한 문화활동’, 즉 ‘워케이션 (work + vacation)’이라 규정했고, 유연한 여행을 겨냥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행했다.  


    2021년 5월 이미 100가지 업그레이드를 내놓은 데 이어, 11월에도 추가적으로 50가지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일례로, 유연한 여행의욕구에 맞게 <언제나, 어디서나> 기능을 추가, 검색 엔진 기능을 조정함으로써 여행자로 하여금 정확한 날짜나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융통성 있고자유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에 방점을 두었는데, 주말/1주일/한 달 단위로 숙박 일정을 정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나눠서 장기 숙박 기능>을 추가함에 따라 장기 여행 속에서도 고객의 경험을 세분화했다.  


    그 결과 2021년 7월부터 9월 사이 에어비앤비에 예약된 숙소의 65%가 장기 숙박의 고객으로 채워졌고, 코로나19로 인해 급락했던 매출이2020년 34억 달러에서 2021년 60억 달러로 반등했다. 특히, 2021년 3분기는 순이익만 8억 3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0% 급증했다. 이는 변화한여행 트렌드를 향한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정의가 적중했으며, 그 정의를 바탕으로 시행한 전략이 시장 내 고객의 욕구와 합치되었음을 방증한다.

출처 : 중앙매거진스

공유경제의 임팩트를 선도하는 Airbnb

    에어비앤비는 이렇듯 고객의 욕구를 포착한 두 차례의 혁신을 통해, 공유경제의 가치를

가장 잘 내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단순 공간 임대 플랫폼을 넘어, 에어비앤비라는 기업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임팩트를 미치고 있다. 그 자체로 우리사회의 중요한 경제 모델로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유휴자산 활용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임대되지 않은 유휴공간을 관광객에게 대여해 주므로 잉여공간이 새로이사용된다. 동시에 호스트는 소득을 얻는데, 사실상 일자리와 다름없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많은 파생 산업이 확산된다. 이미 미주, 유럽 지역에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지원하는 업체가 엄청나게 생겨났다. 침대 보를 빨래해 주거나, 청소를 대행해 주거나, 교통 서비스를제공하는 등 지역 기반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생겨나며 일자리 확대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컨설팅 업체 NERA의 연구에따르면, 에어비앤비는 한 해 전 세계적으로 약 7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더 나아가, 에어비앤비가 2019년 한 해 한국에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를환산하면, 무려 1조 4,000억 원에 다다른다.

출처 : 헤럴드경제

    둘째로, 관광형 도시재생에 최적화된 수단이기도 하다. 에어비앤비의 핵심은, 기존의 대도시 중심 관광도 관광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외곽지역에서 현지인과 같은 경험을 하는 데에 있다. 즉,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만으로 특별한 인프라 투자 없이 농촌이나 쇠퇴한 지역에 외국인 등의 관광객들이방문할 관문을 열어 줌으로써 경제적 활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화로 쇠퇴하는 일본의 요시노 마을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조명되고, 많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회생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에어비앤비는 월드컵 등의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숙소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홍수 등의 재난을 극복하는 데에도사용되었다. 물론 윤리적 측면 등에 있어 해당 플랫폼이 수반하는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원리를 기반한 이 플랫폼이 더해주는 사회적편익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가미한 진흥의 움직임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에어비앤비가 일으킨 혁신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공유경제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임팩트에 대해 고민해 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연세대 아시아학/경제학 김민재

mkjmillo09@yonsei.ac.kr




매거진의 이전글 탬버린즈가 다른 핸드크림들과 유독 달라보였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