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3rd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탬버린즈가 다른 핸드크림들과 유독 달라보였던 이유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3기 김도담


모래 속 진주가 되어보자


    ‘제니 썬글라스’ ‘천송이 선글라스’로 유명한 젠틀 몬스터가 당당하게 코스메틱 브랜드인 탬버린즈를 출시했다. 탬버린즈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특이한 핸드크림 제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브랜드이다. 그 외에도 캔들, 손소독제, 바디워시 등 여러 조향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여 지금의 프레그런스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탬버린즈’라는 브랜드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누군가는 세련됐다, 고급지다라는 이미지를 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기괴하다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비단 탬버린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젠틀 몬스터는 디저트 브랜드인 누데이크도 런칭하였는데, 모회사를 포함한 이 세가지 브랜드 모두 이런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각 브랜드의 전시나 상품을 보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인만큼, 기업 차원에서 꽤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브랜딩 요소이다. 도저히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아보이는 두 이미지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젠틀 몬스터는 이것을 의도했을까? 의도했다면 어떻게 이 두 이미지를 공존시킬 생각을 했을까? 탬버린즈는 출시 때부터 기존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를 꾸준하게 걸어왔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왜 이런 도전을 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젠틀 몬스터는 왜 계속 꾸준하게 이런 남다른 도전을 이어오고, 어떻게 모두 성공으로까지 이끌 수 있었던 것일까? 

젠틀몬스터의 2021 unopened: the probe 시리즈 제품 이미지, 누데이크 롯데백화점 동탄점 이미지


    현재 코스메틱 시장은 넓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많은 공급자들이 포진해있는 시장이다. 시장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타겟하고 있다. 로드샵 브랜드들로부터 시작해서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공급자로 존재하는 만큼 레드오션인 시장에 젠틀몬스터가 스스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력이 있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급자들이 추구하지 않았던 방향성이 필요하다. “차별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 젠틀 몬스터는 탬버린즈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어떻게 이 차별성을 강조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왜 하필 핸드크림일까?


    그렇다면 탬버린즈는 수많은 코스메틱 제품들 중 왜 가장 먼저 핸드크림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코스메틱 브랜드로 시작할 때 수요도, 다양성도 많은 메이크업 브랜드가 아닌, 스킨케어 브랜드로 시작하게 된 탬버린즈의 행보가 그리 보편적이지는 않다. 젠틀 몬스터는 패션 브랜드인만큼 비주얼적인 면에 강점이 있고, 보편적으로 패션 브랜드는 이런 비주얼적인 면을 극대화할 수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를 런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스타일난다는 메이크업 브랜드 3CE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IMVELY에서 립스틱을 시작으로 VELY VELY를 런칭했다. 이처럼 메이크업 브랜드가 아닌 기능적인 면이 극대화되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시작한 탬버린즈에게는 두가지의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움직임의 결과는 그 움직임을 시작하게 된 원인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탬버린즈가 스킨케어 브랜드 런칭을 하게 된 배경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스킨케어 브랜드를 지향했던 이유는 김한국 대표가 민감한 피부를 가진 본인도 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 중 핸드크림으로 시작하게 된 이유는 조금 더 젠틀 몬스터라는 모회사와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존재한다.


    탬버린즈는 핸드크림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 기존의 코스메틱 브랜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대부분의 기존 브랜드들은 대부분 핸드크림 제품을 팔 때 튼 손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면을 극대화하지만, 탬버린즈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매일 들고 다니는 액세서리 같은 핸드크림의 패션, 시각적 요소에 보다 더 집중한 것이다. 젠틀 몬스터 자체가 패션 브랜드로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에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탬버린즈가 기능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탬버린즈가 지금의 스몰 럭셔리 브랜드가 된 것에는 제품들의 퀄리티 또한 많은 영향을 끼쳤다. 탬버린즈는 핸드크림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적 요소인 보습과 향 또한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 김한국 대표와 같은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도 쓸 수 있는 순한 제품이지만,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맡을 수 없었던 탬버린즈만의 시그니처 향을 뽑아내어 현재 탬버린즈가 구축한 고급스러운 브랜딩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탬버린즈는 고유의 향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의 디자인에도 집중하였다. 짜서 사용하거나 뚜껑을 열어 제형을 덜어냈던 기존의 핸드크림과 달리, 짤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의 제품을 출시하여 모양 자체를 탬버린즈의 시그니처로 만들었다. 또한 하나의 조각 작품 같아 오브제와 같은 캔들을 공개하는 등 미적인 요소들을 강조하여 탬버린즈 제품의 이미지를 훨씬 더 감각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제품의 미적인 면들은 앞으로 설명할 탬버린즈만의 파격적인 전략들로 인해 더욱 극대화되었다.

탬버린즈의 핸드크림과 캔들 제품 사진 (출처: 탬버린즈 공식 홈페이지)



감각적 아트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


    탬버린즈에게 제품이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콘텐츠와 예술이다. 그리고 대중들 또한 탬버린즈의 제품을 콘텐츠와 예술로서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해 기존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쉽게 시도할 생각도 하지 못한 파격적인 전략들을 이용하였다. 그 중 세가지를 소개한다.



공간 마케팅


    탬버린즈의 마케팅에서 제일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브랜드 공식 런칭일 이전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고, 한달동안 제품을 판매하지 않은 것이다. 첫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우선 오픈하여 제품을 통해서가 아닌 공간과 공간을 형성하는 다양한 감각적인 오브제들, 그리고 그 안에 나는 향을 통한 자연스러운 트라이슈머 전략으로 브랜드의 첫인상을 형성하였다. 

탬버린즈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모습

    트라이슈머(trysumer)란 시도하다(try)와 소비자(comsumer)의 합성어로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직접 사용하면서 효과를 체험한 뒤에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탬버린즈는 이를 전략적으로 해석하여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경험을 찾는 것이 아닌, 경험을 할 수 있는 동기와 환경을 우선 제공해주어 경험을 하며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쳤다. 젠틀 몬스터의 김한국 대표는 “소비자는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느끼면 산다. 이 구매욕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이런 트라이슈머 전략을 더욱 강조하였다. 고객들의 관심을 환기하여 사실상 별 것이 없지만, 무언가가 있어보이게 만드는 ‘잇어빌리티(있다 + ability)’ 브랜딩을 통해 사람들이 목적없이 스토어를 방문할 수 있게끔 유인을 제공하고, 결국에는 잠재적인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스토어 전체에 깔린 은은한 탬버린즈의 향을 바탕으로 여러 시각적인 체험을 하던 사람들은 결국 공간 속에서 제품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고, 결국에는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이 공간 마케팅의 핵심이다.



콘텐츠 스토리텔링


    탬버린즈는 각 제품을 출시할 때의 철학이 존재한다. 장인이 온 정성을 들여서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탬버린즈 또한 제품을 출시할 때 꼭 하나의 제품만을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그 제품을 사고싶다는 의지를 내비쳐야 제품을 비로소 출시한다. 이런 철저한 기준을 거치고 한 제품에 집중한 출시를 하는 편이기 때문에 탬버린즈는 런칭 이후 한동안 제품의 ‘모멘트’를 출시와 함께 공개했다. 모멘트란 기획 단계에서 파생된 주제를 기반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말한다. 이를 통해서 제품의 스토리에 대해 소비자가 깊이 공감할 수 있고,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에 대해서도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001. 모멘트 (출처: 탬버린즈 공식 인스타)

    한가지 예시로, 첫번째 제품이었던 체인이 달린 핸드크림에 대한 모먼트로 감각을 마주하는 손에 집중하여 출시한 제품이라는 의미로 짧은 동영상과 함께 ‘모멘트’를 인스타에 개제하였다. 사실 이런 모멘트는 대표적인 앞서 언급한 ‘잇어빌리티 브랜딩’이다. 실질적으로는 별 내용이 아니지만, 모멘트라는 것을 제품과 함께 공개한다는 것만으로도 제품 제작에 있어 엄청난 스토리와 철학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느껴져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또한 탬버린즈는 블랙핑크 제니와의 콜라보로 약 5분 길이의 컬렉션 영상 제작을 통해서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일반 브랜드들의 콘텐츠 마케팅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내용의 영상으로 화제가 됐었다. 영상에서는 제니가 집안 곳곳을 탐색하며 당시 홍보 제품이었던 오브제 캔들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제니가 캔들을 포함한 탐내던 모든 걸 챙겨서 나가려는 끝에, 한 남성이 차를 타고 와 ‘누구신데 제 집에서 나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제니와의 추격전을 시작한다. 손으로 총알을 난사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추격전 끝에 결국 남성은 제니를 처리하는데 성공하는데, 남성이 제니와 똑같이 제니가 챙긴 것들을 든 그 순간 새로운 차가 들어온다. 차 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제니가 내리고, 남성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또 다시 추격전을 시작하여 결국 그 남성을 처리한다. 그리고 남성이 챙기려던 오브제 캔들과 다른 물건들을 마지막 모습의 제니가 챙겨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로고가 나오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탬버린즈와 제니의 콜라보 영상 (출처: 탬버린즈 공식 유투브 채널)

    가장 놀라웠던 포인트는, 탬버린즈의 향수를 홍보하기 위해 낸 5분 길이의 영상에 탬버린즈 향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제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는 브랜드답게, 웅크린 사람 모양의 오브제 캔들이 향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계속 등장하는 것이 유일한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리고 영상이 모두 끝난 후 로고의 노출이 전부였다. 


    일반적인 홍보 영상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파급력은 엄청났다. 조금의 기괴함, 그렇지만 그 사이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액션과 영상미로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은 향’이라는 코스메틱 브랜드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집중화 전략


    탬버린즈는 사실 핸드크림에 이어 얼굴 기초케어 라인의 화장품도 출시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나갔고, 결국 향 중심의 브랜드인 프레그런스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듯 했다. 그리고 프레그런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싶어 기존의 스킨케어 제품을 과감하게 단종시키고 핸드크림, 세니타이저, 캔들, 바디워시, 로션 등의 향 중심 제품들에 집중하면서 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통일성을 더욱 높였다. 이는 대중들이 ‘탬버린즈’라는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이고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더욱 일관되게 납득하게 만든 과감한 행보이다.

 



잘하는 걸 십분 활용하기


    결론적으로 이러한 문제 해결 전략들을 통해 탬버린즈는 레드오션을 뚫고 매출 및 인지도 증가로 안정적으로 코스메틱 브랜드 런칭에 성공하였다. 탬버린즈의 성공에는 ‘젠틀몬스터’라는 모회사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들어가있었다. 젠틀몬스터를 런칭하고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던 기존 브랜드들과는 달랐던 여러 마케팅 전략들에 대한 경험과, 젠틀몬스터의 산하 기업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든 결과였다. 

제시카의 왓츠 인 마이 백에서 언급된 탬버린즈 손소독제 (출처: 보그 유투브), 뉴진스와 누데이크의 콜라보 케이크 (출처: 하입비스트)

    실제로 젠틀 몬스터 내 기업들의 마케팅은 상당 부분 닮아있다. 탬버린즈의 기괴한 공간 마케팅은 젠틀 몬스터의 공간 마케팅과 맥락을 함께한다. 또 젠틀 몬스터는 앞서 언급했듯이 ‘제니 선글라스’ ‘천송이 선글라스’와 같이 트렌드를 좌우하는 유명 연예인들의 후광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탬버린즈도 ‘제시카의 손소독제’ ‘제니의 픽 핸드크림’ 등 여러 연예인의 후광효과를 성공적으로 이용하였다. 또한 누데이크도 ‘뉴진스 케이크’로 꽤 많은 사람들에게 빠른 시간 내 알려진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렇듯 젠틀 몬스터는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뻔한 전략을 새롭게 풀어내는데 엄청난 두각을 보였고, 이는 결국 포화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젠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 제품으로 발돋움하여 세포라, 신세계 본점 등 기존의 목표였던 주요 유통망 확장에 성공한 탬버린즈가 어떻게 또 뻔하지만 새롭게 주어진 문제들을 풀어나갈지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게 진짜 되는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