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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를 보며 떠올린 한국 전기차의 미래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윤재이


일장일단의 전기차


 길거리를 걷다 보면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기차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존재가 되었다. 충전 인프라 문제가 어떻고, 폐배터리 활용 문제가 어떻고, 보조금 삭감은 또 어떻고 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불가역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 전기차 구입에는 명확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가장 큰 장점은 유류비 절감이고, 가장 큰 단점은 긴 충전 시간이다. 단점에 조금 더 주목해보자면, 전기차 구매를 가장 망설이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충전 인프라 확보 이슈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문제가 덜 하겠지만, 구축 아파트 혹은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유휴시간 편하게 차량을 충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임대 거주자의 경우 집을 옮길 때마다 충전 인프라 확보를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설령 신축 아파트에 거주한다 할지라도, 적은 충전기 대수로 인해 전기차 차주들 간에는 매번 충전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물론 이는 현 시장 상황이 과도기적이기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 및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나가고 있다. 이에 더해 기술 발전 또한 지속되어 양산용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 및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진일보된 효율을 자랑하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도 빠르게 이루어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언제까지나 이를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현재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시장 판도가 바뀌는 시기이다. 변화 속 승자가 되기 위해서, 기업은 초창기에 자신들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빠르게 로열티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고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선점 효과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 전망은 자연히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공략한 기업이 바로 니오(NIO)이다.



귀찮게 충전하지 말고 교체하세요


 니오는 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으로, 5대의 완성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생긴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주가 이슈로 시끌벅적하기도 했으나 이들의 사업 방식이 시사하는 점을 공유하기 위해 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니오 ET7 / 니오 공식 홈페이지


니오가 공략한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는 앞서 언급된 '충전의 불편함'이었다. 타 기업들이 충전소 확충을 기다리는 동안, 니오는 색다른 충전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니오가 채택한 차량 충전 방식은 차량들은 배터리 스왑(Swap) 방식이다. 십수 년 전 탈착형 배터리를 탑재했던 핸드폰처럼, 차량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를 매번 교체하는 방식으로 충전을 대신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환하는 것이다. 차량 입고부터 배터리 교환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6분 정도다. 현대 e-pit 등의 기업형 초급속 충전소에서 배터리 일부를 충전하는데 드는 시간이 20분 정도인 걸 생각해보면 니오 차량 이용의 편리함과 효율성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통상적 충전 방식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튜브 '김한용의 MOCAR' 캡쳐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차주는 시내 곳곳에 위치한 니오 충전 스테이션에 방문을 한다. 마치 자동 세차장에 들어가듯이 차를 스테이션 안에 주차시키면, 차량 밑의 기계 장치가 자동으로 차량 하부의 배터리를 분리해내고, 이를 완충된 새 배터리로 교환해준다. 입고부터 출고까지의 과정은 6분이면 완료된다. 우리나라의 제조사 직영 충전소처럼 그 개수가 적지도 않다. 상하이 기준 매 3~5Km 이내에 1개의 스테이션이 위치해있으며, 중국 전국적으로 약 1,400개의 스테이션이 운영 중에 있다. 도심에 거주하는 이용자라면 니오 전기차는 접근성과 편리성, 시간 효율성 측면에서 타사 전기차 대비 엄청난 이점을 가진다.


효율성 측면을 넘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니오는 압도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동일 체급의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을 비교했을 때, 전기차가 통상 최소 1.5 배 정도 더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출시된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는 배터리 단가로 인한 것이다.) 니오는 배터리 가격을 차량 가격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사용자는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고 매번 스테이션으로부터 빌려 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배터리가 빠진 차량을 구매하고, 배터리는 따로 구독해서 사용하게 된다. 결국 일반 차량 가격보다 약 1,500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정부로부터 전기차 구입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차량을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거의 비슷한 가격에 구입한 후, 70kWh 배터리 기준 월 약 18만 원 정도를 지불하면 소비자는 타사 차량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탈 수 있다. 만약 기존 고/저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면 매월 구독 요금제를 바꿔가며 상황에 맞게 차량 스펙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차량 스펙을 조정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기존 차량에서는 불가능했던 점이다.


모두가 충전 인프라 확충, 주행 거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지금, 니오는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의존해 문제를 수동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모두가 주저했던 분야에 도전해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해나갔다. 물론 후술할 여러 조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적어도 새로운 방식을 실행해 내 적어도 지금까지 비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물논 당신들이 도전해봤다는 굿도 알고있즤 / 드라마 'LOST' 中, 유튜브 'Price K' 캡처


 물론 다른 회사들도 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바보도 아니고, 이를 생각 못 했을 리 없다. 배터리 스와핑은 전기차 상용화 이전부터 논의되어온 개념이다. 일례로 테슬라는 2013년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발표했다. 하지만 3년간 운영 후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고객들이 배터리 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는 테슬라 슈퍼차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됐던 시기였다.) 차량 밑에서 작업자들이 직접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 또한 유지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6년 제주도에서 배터리 교체형 시내버스를 시범 운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긴 교체 시간으로 인해 고속 충전 방식보다 효율이 떨어져 사업이 지속될 수 없었다.


또한 니오의 전략은 니오가 '중국' 기업이기에 펼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패러다임을 장악할 의지를 갖고 전기차 업계에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다. 배터리 스왑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규격 표준화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정상적인 시장경쟁 체제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다양한 배터리 기업들이 경쟁해나가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아직 기술이 상향평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격을 통일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리튬 이온 배터리의 효율이 더 향상되고, 이어 전고체 배터리까지 개발된다면, 한정된 공간에 동일한 규격의 배터리를 넣는 것보다 차량 하부의 모든 유휴공간에 배터리를 욱여넣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정상적 시장에서는, 배터리 스왑 방식 채택의 진입 방식이 중국과 같이 정부 지원이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시장에서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다 다 죽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802만 대이며, 이 시장 최강자는 전체 판매 차량의 16.4%를 점유하는 미국의 테슬라이다. 그렇다면 2위는 어디일까. 폭스바겐? 현대차? 2위는 중국의 BYD가 차지했다. 약 92만 5천 대, 전체 대비 11.5%의 차량이 판매되었다. 3위 역시 중국 상해기차로, 2위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약 90만 대, 11.2%를 기록했다. 그 뒤를 독일 폭스바겐이 다시 잇고, 5위는 역시 중국의 지리자동차이다. 6위는 르노닛산, 7위에 가서야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해 판매된 전기차 4대 중 1대(지리자동차 소유의 스웨덴 볼보 전기차 판매 수치 제외)는 중국차였다. 물론 세계 판매량의 63.3%가 중국에서 발생했으며 중국 내에선 중국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이 수입차 대비 높다는 함정이 있지만, 내연기관 시장의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다수의 중국 업체가 순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내연기관을 합쳐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6%가량 성장했다. 이 와중에 현대자동차그룹은 판매량이 전년대비 약 33% 감소했다.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약 1.68%에 불과하다. 글로벌 점유율 10%에 대비되는 수치이다. 무작정 정치 탓만 할 수 없다.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인 지금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니오처럼, 테슬라처럼 현대기아차만의 엣지가 존재하지 않으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힘들 수도 있다. 이미 2022년 현대차 매출 중 중국 시장 점유율은 6%가 되어버렸다. (2012년 20%) 현대기아차의 주 활동 무대 중 하나인 남미, 중동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도 이미 중국 제조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영향력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나 전기차의 경우, 기존의 충전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에서, 기업의 자체적 투자로 충전 스테이션 건립이 가능만 하다면 스왑 형태의 중국 차량들이 신흥 시장을 선점해 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니가 알던 내가 아냐


 위 수치들은 단연 괄목할 만한 수치이다. 통상 중국 자동차에 대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을 때 대다수의 여론은 다음과 같다.

타는순간 공산당에게 기록유출된다 / 매일경제 ''메이드 인 차이나 잘 나가네...미국마저 제쳤다는데' 네이버뉴스 기사란 댓글 캡쳐



위와 같은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 아직 중국차가 우리의 발끝도 못 쫓아온다고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된 차량 판매량과 더불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에서 역시 중국이 최강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상태이다. 중국 CATL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37.0%로 압도적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이지만, 이마저도 13.6%로 중국 BYD와 동률이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과반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하는 중국 내수 시장의 '사기캐릭'적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 수치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은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니오가 상기시킨 한국 전기차의 미래


 물론 현대차그룹을 위시한 한국 기업들이 니오와 똑같은 방식을 채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업들만의 소구점으로 시장을 어떻게든 선점해나가야 장기적 전망을 밝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개 학부생의 생각일 뿐이지만, 니오 등의 사례를 보며 문제 해결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해당 기업만의 강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골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니오의 배터리 스왑 시스템은, 설령 정부 특성이 높은 비중으로 작용했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 유의미한 시도이며, 다른 많은 제조사들이 포기했던 방식을 현실화해 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 경험 측면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새롭게 정의한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보인다.


전기차 충전 방식에서 대세는 배터리 스왑 방식이 될지, 초고속 충전이 될지, 혹은 전고체 배터리가 될지 아직은 모른다. 더 큰 단에서는 유종 측면에서 전기차가 주가 될지, 수소연료전지차가 핵심이 될지, 합성연료 기반 내연기관 차량이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 소구점이 소비자들을 결과적으로 사로잡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가는 길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기업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커 보인다. 서비스 핵심이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가능성을 보여준 측면에 주목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



연세대 경영 윤재이

jstud3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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