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 32기 서지안
대학에서 패션과 디자인을 공부하고 외국계 뷰티 회사에서 PR인턴으로 근무한 나는 콘텐츠 제작과 시각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가득하던 2022년 겨울, 학회 친구와 10년 뒤 미래 시장 상황을 고려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구상하다가 ‘웹 3.0’이라는 키워드를 접하게 됐다. 공학 계열인 그 친구는 이미 웹 3.0이라는 용어에 익숙해보였는데, 나와 전혀 다른 계통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핫한 키워드를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길로 웹 3.0 관련 책부터 한 권 정독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이게 웬걸? 비트코인 떡락으로 파산하는 사람들을 뉴스로 접하며 어렵고 사기같다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던 크립토나, '굳이?'라는 생각이 든 불편한 메타버스 서비스 사용 경험 등으로 인해 나와 거리가 멀다 느꼈던 모든 것들이 다 웹3.0과 연관이 있었다.
'이 분야를 내가 더 깊이 파볼 필요가 있을까?'하던 중,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키워드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느 한 집단이나 플랫폼에 소속되어 수수료라도 받으면 다행이었던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창작물들이, 웹 3.0 환경에서는 고유한 IP로 인정받고 크리에이터가 주도적인 주체가 되어 콘텐츠 수익화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덮으며, 이미 발전할 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했던 인터넷, 그리고 콘텐츠와 디자인 창작자들의 수익 창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NFP인 나는 상상이 풍부해 바로 웹 3.0 이 폭발적으로 대중화되는 시점의 내 모습과 커리어를 그려봤다. 10년, 아니 5년 뒤에는 어쩌면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에서 사용자들의 투표에 따라 디자인 시안이 채택되고 그에 따라 창작자 수익이 *중앙화된 조직의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고 투명하게 배분되는 시스템에서 소셜토큰으로 수익을 얻는 NFT 프리랜서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를 사이드잡으로 삼을 수 있진 않을까? 그 상상에서 시작해, 뉴욕에서 지금도 현재 밤마다 바에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각계 전문가들의 프라이빗 모임에 가있는 모습까지 떠올랐다 (ENFP 의 상상에는 끝이 없다).
* '중앙화' 개념의 이해: 중앙화된 조직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독점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중앙이 되는 주체가 존재한다.
언제 웹 3.0의 대중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점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겠구나.
당시 시각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 공급자를 꿈꿨던 나에게 웹 3.0은 ‘새로운 미래와 기회’에 대한 상상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웹 3.0 자체가 기존 웹 2.0 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에 대한 무한한 상상과 창의력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무수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존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된 웹 3.0 생태계를 보며, 웹 3.0이 가져올 미래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새로운 기회, 전에 없던 방식, 그리고 약간의 불확실성에 흥분을 느끼는 나에게 웹 3.0은 더 새로워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아직까지도 주변 사람들 10명에게 웹 3.0에 대해 이야기하면 잠시 스쳐지나간 유행어, 메타버스처럼 한 물 간 트렌드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웹 3.0를 그렇게 신기루로 치부해버리기엔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가 접하게 될 수 있는 미래라는 점을 해치랩스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수많은 웹 3.0 서비스 사용의 초입에 있는 월렛사업을 필두로 웹 3.0 대중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해치랩스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웹 3.0에 대한 설명부터 필요할 것 같다.
카톡! 아침에는 카톡 소리에 잠에서 깨고, 낮에는 LearnUS (런어스: 연세대학교 온라인 포탈 사이트)에 과제를 제출하고, 저녁에는 Youtube로 홈 에어로빅 영상을 따라하고, 밤에는 학회 친구들과 Google Meet 화상 통화로 회의를 마치고 잠에 든다. 온라인에 접속한다는 사실은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나의 하루의 일과를 완성한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문이과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Generative AI, Chat GPT 와 같은 신기술에 주목하는 요즘이지만, 누군가 인류의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최초의 기술을 묻는다면 인터넷이 빠질 수 없다. 인터넷은 TCP/IP 프로토콜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 / Internet Protocol)을 사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총칭하는데, 이러한 네트워크의 탄생 배경에는 웹의 탄생이 빠질 수 없다.
1990년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의 공학자 팀 버너스 리 Tim Berners-Lee에 의해 개발된 월드와이드웹 (WWW, World Wide Web)은 검색 기능과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운 웹 브라우저를 제공하여 기존의 정보 수집의 한계를 해결한 혁신 사례다. 검색을 통해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을 혁신으로 보던 웹 1.0 시대를 지나, 사용자 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며 콘텐츠와 데이터가 생겨나면서 플랫폼으로 진화한 IT 기업들이 주름잡은 시대는 웹 2.0 시대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데이터를 통해 고객보다 고객을 더 앞서 파악하여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만족을 높이겠다던 기업들의 움직임은 개인 정보 유출,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중앙화된 웹 체계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문제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그 대안으로 웹 3.0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되었다. 웹 3.0은 웹 2.0과 어떻게 다르고 웹 2.0의 어떤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며, 도대체 웹 3.0은 무엇일까?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Andreeseen Horowitz의 총괄 파트너인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은 웹3.0를 ‘사용자와 생산자가 토큰을 기반으로 공동소유하는 인터넷’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웹 3.0’라는 용어는 대중적으로 암호화폐, NFT, 스마트 콘트랙트, DAO, 디파이 등의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개인적으로는 웹3.0라는 용어 자체는 대중에게 편리하게 설명하기 위한 총칭일 뿐, 해당 용어가 쓰이는 목적과 배경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에 혼용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용어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웹3.0 개념에 포함되는 요소들은 모두 블록체인에 기반하여 웹 2.0의 가치에 ‘소유’의 개념을 추가한 것들이다. 콘텐츠가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와 디지털 자산을 개인이 온전히 ‘소유’함으로써 기존의 웹 2.0에서 IT 대기업과 플랫폼이 독점한 데이터가 실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웹 2.0에 비해 높은 신뢰에 기반한 개인 데이터 주권 보호를 가능케 하는 것은 약속 및 규약 등을 의미하는 단어인 ‘프로토콜’이다. 여기서 프로토콜은 웹 3.0의 근본이 되는 개념으로, 기술적으로는 ‘컴퓨터 간 데이터의 교환 방식을 정의하는 표준화된 절차나 규칙’을 의미한다. 이러한 프로토콜에 기반한 경제를 ‘프로토콜 경제’라고 부르며, 웹 3.0의 시대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거래를 베이스로 한 자체 경제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해, 웹 3.0 생태계에서 필수 인프라로 손꼽히는 것은 단연 월렛(지갑)이다. 그럼 해치랩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페이스 월렛(블록체인 기반 지갑)에 대해 알아보기 전, 월렛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현실에서 우리의 신원을 인증하는 데 쓰이는 가장 필수 소지품은 무엇인가? 길거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응급 처치 후, 나를 보호자에게 인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이 때,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지갑이다. 더 정확히 말해, 지갑 안에 들어있는 나의 신원 정보를 알려주는 각종 신분증(학생증, 주민등록증, 면허증, 증명사진, 명함 등)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월렛도 실물 지갑과 마찬가지로 웹 3.0 생태계 내에서 개인이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관련 기술로는 DID(decentralized identification: 탈중앙화 신원증명)가 있는데, 이는 기존 신원증명 방식과 달리 중앙화된 시스템 주체가 아닌 개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완전한 통제권을 갖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다. 개인이 스스로 신원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DID는 사용자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연동된 디지털 월렛에 개인정보를 담아 필요할 때 개인키를 입력해 스스로의 신원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유행시기에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논의가 한참 뜨거웠을 때 화두로 떠올랐던 키워드인 의료계의 '마이데이터(개인이 건강정보를 한 데 모아서 스스로 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바로 이 DID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개인정보사용 및 제공의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믿는 웹3.0 생태계에서 DID는 개인이 기관들과 인터랙션할 때, 스스로 그 흐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 신원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블록체인 기반 ‘월렛’이 어떠한 개념인지 대략적인 감이 오는가? 월렛의 용도와 필요성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우리의 인스타 팔로워들 중 적어도 몇 명은 암호화폐 투자를 해본 사람들일 것이다. 그 정도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경험은 그리 놀랍지 않은 보편적 경험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들 중 암호화폐 지갑이 있는 경우는 소수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데, 이는 곧 거래소가 개개인들의 지갑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혹여나 거래소가 문을 닫게 되기라도 한다면 개인들은 자신의 보유한 자산에 대한 접근이 막히게 된다. 2022년 11월 FTX 의 파산 신청으로 개인의 암호화폐 보관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암호화폐 지갑으로 옮겨가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개인화된 암호화폐 지갑인 월렛은 앞서 말한 신원 인증 뿐 아니라 자산 보관 및 거래, 그리고 웹 3.0 서비스들과 연결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준다. DAO 거버넌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개인 신원 인증과 자격 증명이 필요하며, 디파이를 비롯한 금융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도 월렛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월렛은 보안과 사용성 측면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 먼저 보안 측면에서는 소유자가 비밀번호를 잃어버릴 시 생성 시 부여받은 복구 구문이 있어야만 복구가 가능해 자칫하면 자산 접근이 영구적으로 불가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메타 마스크를 예로 들면, 게임 중에 월렛 생성을 위해서는 게임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번거롭고 복잡한 사용자 사용성으로 인한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위와 같은 기존 월렛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현재 지갑 시장에서 해치랩스는 어떠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을까?
1. 기존 월렛의 불편한 사용성을 해결하는 해치랩스의 페이스월렛
기존 월렛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해치랩스는 '쉬운 사용성'을 페이스월렛 제품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유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앱을 이탈하지 않고 지갑을 생성할 수 있고 생성 방식 자체도 편리하게 개선했다. 기존 웹 2.0 환경에서 사인업(계정 가입)을 하듯 시드 문구(월렛 접근 권한을 인증하고 암호화하는 데 사용되는 고유한 복구 문구)를 받아적는 방식 대신 현재 구글 또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계정을 연결시킴으로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지갑을 생성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또한 해치랩스의 월렛은 시드 문구와 같은 복잡한 개념 대신 네이버 페이와 같이 핀테크 사용 시 필요로 하는 코드 등을 이용하고 다운로드 없이도 사용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웹 2.0 서비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배려하고 있다. 웹 3.0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서비스 전환 시 겪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치랩스의 행보는 유의미하다.
2. 사업 측면에서의 경쟁력: Go-to-Market 시장 진출 전략
메타마스크의 압도적 유저 수를 감안했을 때 단순히 개선된 사용성 만으로는 유저들이 넘어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해치랩스는 전세계 크립토 인구 중 웹 3.0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웹 2.0 유저들의 ‘퍼스트 월렛’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특성은 월렛 자체에 대한 매력도에 대한 관심으로 월렛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다보니 월렛이 필요해서 첫 월렛을 만들게 되는 식의 유저 저니를 거칠 확률이 더 높다. 게임에 있는 NFT 를 보관하고 저장하기 위해 월렛 생성을 찾아보게 되는 식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해치랩스도 콘텐츠나 디앱(블록체인 기반 어플)에 집중한 Go-to-Market 전략을 택하는 것이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라 생각해 B2B2C 형태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3. 게임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
더 나아가, 타 지갑들과 차별화된 전략인 ‘인앱 (앱 내에 내재된 형태)’ 과 ‘게임’이라는 버티컬 분야에 집중해 게임들에 해치랩스 지갑이 탑재되는 형태로 시장 진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이 전 세계 게임 매출 시장 4위에 해당하고 현재 국내 웹 2.0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웹 3.0 서비스 도입 또는 게임을 준비 중인 만큼 이러한 진출은 게임 산업의 변화와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런칭된 사례들을 보자면,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메타보라에서 만든 보라포탈(BORA PORTAL)과 너디스타가 만든 룩손 (LUXON)의 게임 포탈에 해치랩스 지갑이 연동되어 있다. 기존에 보라포탈에 연동되어 있던 지갑들과 비교해봤을때 해치랩스의 페이스월렛을 통해 유저들이 이용했을 때 훨씬 게임을 이탈하거나 설치하는 과정 없이 핀코드만으로 트랜잭션 보낼 수 있어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게임 산업인가?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현재 웹 3.0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경우, 게임 아이템에 NFT 를 적용해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NFT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게임을 통해 가상화폐를 획득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사례도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게임 업계의 웹 3.0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의 게임 아이템 같은 게임 재화는 이용자가 돈을 결제해 얻었더라도 궁극적 소유권은 게임 사에 있었으나, 게임 운영이 종료될 시 그 가치는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제 NFT에 기반한 게임 아이템은 블록체인으로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소유자의 소유권을 그대로 보장해준다. 이에 따라 게임 서비스가 끝나도 이용자가 아이템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 NFT 게임 아이템들은 이용자 간 거래도 가능하고, 가치에 따라 가상 화폐로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정보에 불과한 게임 아이템이 실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게임 내에서 거래하는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이러한 활동에 빠질 수 없는 웹 3.0 서비스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월렛이다. NFT 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위해 유저들이 월렛을 다운받은 횟수는 400만 건에 달한다. 즉, 게임은 전 세계 수백 만 사용자를 웹3 기술로 자연스럽게 인도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여기서 기회를 본 해치랩스가 우리에게 주는 비즈니스적 시사점은 월렛을 필요로 하는 확실한 버티컬 산업을 발굴하여 그 지점에서 사업을 확장시킴으로써 탄탄한 성장을 계획했다는 점이다.
앞서 해치랩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페이스월렛의 강점과 사업 전략을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아직 이런 의문이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왜 해치랩스인데?
우선 해치랩스는 웹3.0의 핵심인 '결합성'과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확산이 가능한 블록체인 인프라 사업을 영위한다. 웹 2.0 세계에서 한 회사가 플랫폼의 A to Z를 모두 만들어야 했다면, 웹3.0 생태계에서는 여러 분산된 조직이 서로 다른 구성 요소를 만들어 합치거나 재조직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각각의 개별 서비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새로운 서비스 혁신이 탄생한다. 월렛만 생각해봐도 게임을 포함해 디지털 자산 거래 관리 및 보호를 필요로 하는 전 영역에서 접목 및 활용성이 높지 않은가?
웹 2.0 역사에서 2008 ~ 2013년 사이에 인스타그램, 왓츠앱, 핀터레스트, 에어비엔비, 우버의 등장 배경에 인터넷,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라는 인프라가 있었음을 생각해보자. 웹 3.0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댑 디스커버리, 유니버설 탈중앙화 거래소, 토큰 스와프,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크로스 체인 메세징 같은 분야가 앱스토어나 구글 검색과 같은 기능을 제공해주는 인프라로 손꼽히고 있다. 도로가 먼저 깔려야 전기차, 가솔린차, 트럭, 소형차 등이 다 그 위를 달릴 수 있듯 월렛은 여러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보안 및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개방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연결'의 고속도로가 되는 '인프라' 계층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프로토콜 중심 요소들이 모이면 더 많은 시장의 상호 작용이 생기고, 이런 상호 작용은 토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곧 더 많은 사람의 인프라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해치랩스가 인프라와 펀딩,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과거 인터넷과 클라우드 산업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웹 3.0이 대중화되는 시점에서도 인프라 역할을 하는 핵심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으로 추려질 것으로 생각되는데 향후 5~10년 뒤 시장을 장악하는 해치랩스의 모습이 기대되는 바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여전히 이런 의문이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왜 해치랩스인데?
해치랩스는 단순 브랜딩 및 마케팅이나 맹목적인 기술 혁신이 아닌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버블이 꺼지네 마네 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유의미한 흔적을 남겨오고 있다. 2018년 블록체인 보안감사 서비스로 시작해 지갑 사업으로 확장하는 동안 코인발행이나 외부 투자 없이 영업이익만으로 성장해 온 해치랩스의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블록체인 산업에 회의감이 든다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며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블록체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기존 것들보다 나은 게 정확히 뭔데?', '왜 유저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로 옮겨가야 해?'
그들 말이 맞다. 결국 모든 기술과 서비스는 유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웹 3.0과 블록체인은 기술 이름일 뿐,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고 앤드 유저들(End User: 최종 사용자)에게 어떤 불편을 해결해주느냐에 따라 창출될 수 있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중앙화된 기관 없이 거래 당사자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다는 점이었고,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고민은 계약 이행을 기계가 주체가 되어 자동화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존하지 않는 문제를 만들어내고자 하지 않고 이미 있는 문제를 발견하여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블록체인 기술에서 모색했다는 점이다. 해치랩스 문건기 대표는 “기술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현재 블록체인에 대한 접근은 이미 갖춰진 규제와 기술 관점에서 역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규제 및 기술 중심의 접근이 지속될 시 수요 없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치랩스에서 영위하는 각 사업들은 모두 해결하고자 하는 명확한 문제를 갖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1) Face Wallet: 페이스 월렛은 기존 월렛이 지닌 문제(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인 UX, 불안한 보안성 및 어려운 사용성)로 인해 높아지는 웹3.0 대중화의 진입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이다.
2) KALOS: 블록체인 상에 한번 기록되면 수정이 불가능하고 코드가 모두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해킹 위험이 높다는 문제에 집중했다. 따라서 KALOS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마트 컨트랙트, 스마트 컨트랙트와 통신하는 웹2.0 인프라 전반에 대한 보안감사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다.
3) Henesis: 최근 가상자산 투자, 보관 및 관리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의 수는 늘고 있으나, 가상 자산은 기존 타 자산과는 완전히 다른 관리 체계가 필요하기에 많은 기업 재무관리자들의 고충이 늘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기업용 가상자산 관리 플랫폼 Henesis는 기업 재무관리자들이 기존 인터넷 뱅킹과 유사한 경험으로 가상자산의 보관 및 관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Haechi Trading: 접근성이 어려운 디지털 자산 시장, 거래 인프라 부족, 복잡한 Key 관리 및 해킹 위협 등의 문제는 시장에 익숙치 않은 기업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허들로 남는다. Haechi Trading은 기관 및 고액 자산가 고객들이 블록체인의 기술적, 환경적 제약을 넘어 디지털 자산 시장에 편리하게 참여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모든 사업부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하고, 그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해치랩스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티튜드가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시장 내 불확실성과 여러 혼란으로 인해 탈블(탈 블록체인 업계)하는 업계 종사자들도 적지 않지만, 블록체인이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고 여전히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해치랩스와 같은 플레이어들을 보면 산업의 전망이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다고 보여진다. 웹 3.0의 대중화를 이끌어낼 해치랩스의 미래를 응원한다.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서지안
jianseo@yonsei.ac.kr
참고 도서: 웹 3.0 레볼루션 (윤준탁 지음), WEB 3.0 참여, 공유, 보상이 가져오는 새로운 미래 (이임복 지음). 웹 3 웨이브 (더밀크 지음)
참고 자료: 문건기 대표 인터뷰 영상 1 & 2 , 해치랩스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