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3기 이재현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치동은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을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대치동이 사교육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대치동 내에만 1,000여개의 학원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교육 트렌드에 맞춰 무한 경쟁하며 최적의 학원, 강사가 선택받는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일타강사(일등 스타 강사)가 바뀌거나 스타 강사들이 이적하며 여러 학원이 시장에서 흥망성쇠 하는 춘추전국시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매해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시대인재라는 학원명으로 운영되는 하이컨시는 2014년 처음 학원을 연 이래로 매해 빠른 성장세로 성장하여 작년 매출 2747억원을 기록하며 은마사거리를 중심으로 위치한 대치동 학원가를 시대인재 간판으로 빼곡히 채웠다.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이투스와 같이 수천억원 매출 규모의 기업이 존재하는 온라인 수능 인강(인터넷강의) 시장과는 다르게 오프라인 단과 학원* 시장의 특성상 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절대적 강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온라인으로의 진출 없이 오프라인 시장에서만의 압도적인 점유율(2022년 기준 대치동 고등 단과 학원 점유율 73%)을 기반으로 해당 매출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성과이다. 하이컨시는 어떠한 혁신으로 이 시장의 패권자로 군림하였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자.
*단과 학원 : 전과목 수업을 한 학원에서 수강하는 종합 학원과 상반되는 형태로 과목별, 강사별로 수업이 개설되는 일반적인 학원 형태
*콘텐츠 : 강사의 강의자료를 비롯한 모의고사, N제(N개의 문항을 포함한 출판물) 등 학생에게 제공되는 모든 지적재산물(IP)
기존 오프라인 단과 학원 시장에서 학원의 역할은 강사에게 강의실을 제공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는 것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학생(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강사의 강의력, 강사가 수업 중 제공하는 콘텐츠로 전부 강사로부터 제공되었다. 이에 학원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은 스타 강사의 강의 여부로 한정되었고 스타 강사의 이적 또는 스타 강사의 분원 등은 학원 경영에 치명적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강의자료 외의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강사들이 대치동 시장에서 선택되었고 강사에게 강의력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 역량까지 요구하게 하였다. 이는 강사의 역량 분산으로 이어졌고 이 시기 강사들의 콘텐츠에서 오류/오개념들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며 학생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만들어냈다.
이에 하이컨시는 콘텐츠 개발 역량 내제화를 통해 매출이 자사 내부가 아닌 외부 역량에 의존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기존에 단순히 기출문제를 짜깁기하거나 석·박사들에게 출제를 맡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사 내에 전문인력을 키워내고자 출제 전문가를 초빙하여 젊은 강사들과 함께 연구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2014년 시대인재 학원 개원과 동시에 자체 콘텐츠인 수학 가형 ‘서바이벌’ 모의고사를 공개했고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 모의고사에 준하는 퀄리티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첫해 수강생을 2,500명가량 끌어모았다. 이후 과학탐구, 영어 ‘서바이벌’ 모의고사를 잇달아 공개하며 시장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이미지를 확장해나갔다. 콘텐츠 개발 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콘텐츠 전문가 양성 노하우로 뒤늦게 출발한 경쟁업체의 콘텐츠를 양적/질적으로 능가했다. 또한, 시대인재는 모의고사, N제에서 더 나아가 학원 자체 커리큘럼 콘텐츠(강의자료)를 제작하여 강사의 콘텐츠 개발 부담을 줄이고 검증된 퀄리티의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강사를 선보였다.
교육 시장 특성상 남들이 다 푸는 고퀄리티 콘텐츠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2022년 고등 단과 시장의 73% 점유율을 달성하는 성장을 보인다. 여전히 대치동 사교육 시장에서 스타 강사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지만, 시대인재가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면서 시대인재 콘텐츠는 스타 강사가 시대인재를 선택하게 되는 하나의 새로운 차별점이 되었고 강사들에게도 학원에 대한 의존도를 만들어 시대인재 내에서 수많은 스타 강사들이 강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재수학원은 대치동과 같은 학원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흔히 재수생이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 불리는 만큼 고등학교와 같은 형태의 교실에서 과목별 강사들이 돌아가면서 들어왔고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 공부했다. 필연적으로 재수학원의 강사들은 강의 역량은 물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같은 역할 또한 부여받았고 일반 학원가 강사와는 사뭇 다른 역할이었다. 이는 재수생들로 하여금 평일 내내 강의를 듣고도 주말에 대치동 스타 강사의 수업을 듣게 만들었다. 수험생의 절반을 가까이를 차지하는 재수생과 고등학교 3학년 현역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수업이 상이한 기이한 형태였다.
하이컨시는 2017년 하반기 대치동에 시대인재N 재수종합반을 오픈하며 대치동에서 검증받은 스타 강사들을 재수종합반 수업에 세웠고 강의 공간은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단과 수업 강의실을 사용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같은 건물 내에 독서실과 같은 개인 공부 공간을 제공하는 형태의 재수종합반을 선보였다. 높은 퀄리티의 자습 공간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함과 동시에 학원업의 특성상 학기 중 평일 저녁 이전까지는 강의가 없는 강사, 비어있는 강의실을 활용하여 스타 강사를 재수종합반 수업에 세울 수 있었고 사업의 효율 또한 극대화시켰다. 대치동 스타 강사의 수업을 제공하는 시대인재N 재수종합반은 2018년 이후 최상위권 대학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면서 1990년대부터 재수학원의 1인자 자리를 지켜온 강남대성학원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며 대입 사교육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하이컨시가 좁게는 2024년 기숙학원, 2025년 온라인 인강 시장으로의 확장을, 넓게는 전연령의 대상으로한 교육 기업으로의 변화를 계획 중인 만큼 이후 행보가 기대된다.
연세대 생공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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