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4기 양유빈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META는 23년 7월 ‘Threads(스레드)’를 출시했다. 서비스 출시 5일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 달 사이 이용자 수가 급감하면서 ‘X(전 트위터)’의 대항마가 되지 못한 채 한달천하로 끝나고 있다는 평이 쏟아진다. 하지만 스레드를 X의 대항마로만 평가하기엔 스레드에 담긴 META의 포부가 원대하다.
스레드를 설치하면 다음과 같이 작동방식을 소개한 뒤 사용자에게 동의를 구한다.
“Threads 앱은 향후 페디버스와 호환되는 버전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페디버스란 연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그룹으로 서비스 간 경계없이 서로 다른 서비스 이용자가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말한다. 페디버스 SNS 상에서는 앱 간 경계가 희미해지기 때문에 마스토돈의 유저가 인스타그램 유저를 팔로우하며 소통할 수 있다.
META의 예고대로 스레드는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페디버스 소셜미디어와 통합될 예정이다. 즉, 앱의 경계와 무관하게 웹3.0을 지향하는 많은 SNS플랫폼과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META는 최근 리브랜딩한 전 트위터 X에 대항하기 위해 스레드를 출시한 것이 아니다. META가 스레드를 출시한 진정한 목적은 바로 ‘미래 비즈니스의 지속성을 위함’이다. META는 현재 ‘Whatsapp’과 ‘Instargram’으로 우리의 스마트폰을 장악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그 지속성 여부가 밝지만은 않다. META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는 일방향적인 정보제공만 가능했던 웹1.0 시대를 지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웹2.0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웹2.0 시대가 20년 이상 지속된 현재,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META, Twitter 등의 테크기업이 갖고 있는 유저 데이터의 힘이 막강해졌다. 우리가 SNS를 사용하면 할수록 그들이 데이터 축적으로 얻게 되는 힘은 더욱 거대해진다. 동시에 우리의 데이터가 일부 테크기업에게 독점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위험 또한 높아지게 되었다.
23년 5월 META는 유럽에서 1조가 넘는 과징금을 물었다. 그들이 유럽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미국 서버로 전송시키는 과정에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META가 독점하고 있는 사용자 데이터가 거대해짐에 따라, 웹2.0시대 데이터 독점현상에 대한 반성과 그 위험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 움직임의 가능성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웹3.0’이다. 웹3.0이란 탈중앙화를 가치로 하는 인터넷 운영방식의 새로운 철학을 말한다. 모든 데이터 수집과 관리가 빅테크 기업으로 집중되는 웹2.0과 달리, 웹3.0은 모든 사용자가 서버이자 데이터 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민주적 인터넷 운영을 핵심으로 한다.
스레드 출시 준비시작 기간으로 예상되는 1년 전, 인스타그램 CEO이자 스레드 개발 총괄을 맡은 아담 모세리는 TED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힘은 이동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힘이 사용자에게로 이동할 것입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인 플랫폼에게 힘이 집중되는 웹2.0시대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두에게로 힘이 분산되는 웹3.0시대로의 전환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웹2.0 시대의 최대 강자인 META는 그 힘이 분산되는 웹3.0시대를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기업생존의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따라서 META는 위기가 오기 전 변화를 선도하며 ‘Threads’로서, 웹3.0 시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웹3.0시대, META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마크 저커버그는 21년 ‘페이스북’이었던 사명을 ‘META’로 바꾸며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바뀐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3D로 가상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차세대 SNS로 꼽으면서 다음과 같이 목표를 밝혔다.
“우리는 10년 안에 10억 명이 각 100달러를 쓰는 메타버스를 만들겠다.”
(22년 9월 마크 저커버그 CNN인터뷰 중)
웹3.0이라는 ‘탈중앙화 인터넷’이 현실과 가까워지자, 이를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메타버스’를 선택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존하는 기술 중 웹3.0을 실현하고 그 가치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다. 단순 사용자 역할에 그쳤던 웹2.0과 달리 웹3.0에서 사용자는 서버, 프로토콜 관리자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전보다 유저의 정체성이 더욱 드러나야 한다. 이때 메타버스는 아바타라는 형식으로 사용자를 더욱 다각화하여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텐츠보다 사용자의 아바타를 먼저 마주하는 소통방식으로 유저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메타버스 내 사용자는 아바타의 의상, 가상공간, 오브제를 만들고 월드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등 유저의 활동영역이 무한히 확장되기에 웹3.0의 철학을 담아내는 소셜미디어 수단으로서 적합하다.
META는 자신들이 꿈꾸는 웹3.0 시대 메타버스를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술의 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먼저 메타버스의 시대는 스마트폰처럼 인류 대부분이 VR기기를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가능하다. 이에 그들은 메타버스를 위한 오프라인 준비로써 VR장비를 만드는 ‘메타퀘스트’ 계열사를 꾸준히 키워오고 있으며 22년 VR제조업체 OCULUS를 합병했다. 최근 9월에는 보급형 VR기기인 Oculus Quest3와 스마트 글라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온라인 기술차원에서 메타버스를 위해 META가 그리는 큰 그림이 바로 ‘Threads(스레드)’이다. 스레드는 업데이트를 통해 웹3.0과 가까운 페디버스 SNS가 될 예정이다. 앱마다 고유한 형식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수 있는 ‘텍스트의 자유로움’을 가진 스레드를 시작으로 META는 웹3.0 시대에도 지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기회를 확장하고자 한다.
데스크톱과 공중전화가 당연했던 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십년 후 모든 사람들 손에 작은 컴퓨터가 있는 세상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내 손안의 컴퓨터를 꿈꿨고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다.
VR기기와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우리 손에 스마트폰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래에는 모두가 VR기기나 글라스를 끼고 메타버스 내에서 놀고 회사를 다닐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막연한 미래를 준비하는 첫 단추 역할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웹2.0 시대에도 어울리는 서비스가 바로 META의 ‘Threads’인 것이다.
“Connection is evolving and so are we.”
(META의 비전문 중)
우리의 연결 방식은 진화하고 있으며, META 역시 함께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 META의 ‘Threads’가 웹2.0과 3.0을 연결하는 ‘실’의 역할을 했음을 돌아보는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양유빈
xpearl21@yonsei.ac.kr
<참고자료>
*스레드, 한여름밤의 꿈? (IT/스타트업, 최진홍, 23.08.30)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623935
*SNS의 무한변신 업데이트하는 스레드, 슈퍼앱 꿈꾸는 X (국민일보, 조민아, 23.0822)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632530?sid=105
*'스레드가 우리에게 중요한 진짜 이유: 웹3.0' (제일메거진, 이종철, 23.08.23) https://magazine.cheil.com/53780
*A Creator-Led Internet, Built on Blockchain (TED, Adam Mosserri, 22.05.18) https://www.youtube.com/watch?v=rWTwcySGvrE&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