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4기 손유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매출 1위이자, 글로벌 배터리 매출 순위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1분기,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적자다. 2024년 1분기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하락은 비단 LG에너지솔루션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생산량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량 감축
전기차는 대기오염 물질을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덜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다. 각국 정부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배출가스 규제를 개정하여 친환경 정책을 시도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기존안에 비해 배출가스 규제의 속도를 완화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전기차 생산량 또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7은 당초 초안과 달리 승용차 배출가스 부문에서 유로6의 기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의회를 통과했다. 초안은 승용차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2025년까지 현행의 75%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었으나,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삭제되었다. 또한 유로7의 도입 시점도 초안에서는 2025년이었으나 이를 2030년으로 연기하며, 배출가스 규제 속도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또한 초안보다 완화된 배기가스 규제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초안에서의 목표는 2026년 제조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2032년 제조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6% 감축시키는 것이었던 반면, 최종안에서는 배출량 감축률을 49%로 설정하며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이에 따른 2032년 전기차 판매 비중 예측값 또한 67%에서 56%로 낮추었다.
유럽과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 속도 완화는, 기존 내연기관 완성차 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완성차 업계는 EV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하는 매출액에서 충당되는데,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가 위축된다면 결국 EV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의 축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EV 투자 비용이 축소된다면 친환경으로 넘어가는 속도 또한 둔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주요국 정부는 이러한 완성차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에 제동이 될 수 있는 배출가스 규제에서 한 발 물러났다.
이에 대한 결과로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에 더욱 집중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전환 시점이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전기차 판매 강제 정책이 사라져 EV판매를 위한 출혈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배출가스 규제 완화 이외에도,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에 대한 성장률은 이전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12월 말 기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재고 일수는 내연기관차의 재고 일수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딜로이트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을 제외한 미국, 독일, 한국 등의 국가에서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내연기관차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전기차 산업의 캐즘 현상이 찾아온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짧은 주행 거리에 대한 우려, 충전 기기 부족에 대한 우려, 얼리어답터의 흥미 감소 등을 원인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감소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와 소비자의 수요 감소로 인한 전기차 생산량 감소는 배터리 업계에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2023년 2분기 이후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매출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K온은 2022년 이후로 한 번도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2분기 매출 8조7,735억을 달성한 후, 계속해서 감소하여 2024년 1분기 6조 1,287억까지 감소한 매출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3년 기준 자동차 전지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64% 이상을 차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제조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주요 수익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 둔화가 배터리 업계에 타격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은 4.1TWh로 성장했지만 수요는 ⅓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배터리 수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전기차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다른 시장 상황도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업계에 마냥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배터리 제조 업체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에 조립 직전 단계의 전극을 주문했으며,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정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배터리 원료 조정 단계부터 조립 단계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움직임인 것이다. 도요타 또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자체 개발 및 생산 계획을 갖고 있으며, LG화학과 배터리 양극제에 대한 구매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와 폭스바겐 또한 배터리 원자재 가공과 개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배터리를 생산하던 업체 외, 배터리 생산에 관여하는 플레이어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제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부품 제조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제조 과정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배터리 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 등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구매 과정에 있어서 협상력 또한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맞춰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존 배터리 제조업체와 달리, 고객의 사용 데이터를 통해 직접 수집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EV배터리 생산에 있어서 유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완성차 업체의 움직임에 따라 배터리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의 입지가 강해진다면, 기존 배터리 제조를 본업으로 하던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고성능, 고효율 중심의 배터리를 생산해오던 국내 배터리업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효율은 낮지만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하던 중국 배터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며,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입지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 LFP배터리는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급형 모델에 탑재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갔다. 또한 LFP배터리 자체의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배터리의 밀도와 주행거리가 증가했고, NCM배터리와의 성능 차이가 감소하게 되었다. NCM배터리에 비해 약점으로 평가받던 LFP배터리의 특징이 더 이상 심각한 약점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서 점유율 및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설비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CFO에 따르면, 수요개선을 확신하기 어려워 시설투자 집행 규모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3월 20일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제품력과 기술력을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라고 말했지만, 한 달 여만에 투자 규모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SK온 또한 수익성 향상에 집중하기 위해 설비 증설 시점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 몸집을 불리기 보다 기업의 안정성에 초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당장의 배터리 수요 개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부터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도 했다. 이밖에도 유럽 공장에서의 가동률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없고,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또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설비 시설에 대한 투자 감축은 기업의 성장 속도를 둔화하고, 장기적으로 시장 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제조업 특성 상, 고정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기업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 생산 설비 시설의 규모를 키우고,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데에 있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설비 시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기업 규모를 성장시키는 속도를 둔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단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이나 매출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배터리 업계의 시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예측되는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캐즘 상황에 처해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에너제기구는 세계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전기차의 비중이 2035년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수요, 생산 및 판매량 증가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의 친환경 정책의 속도가 일부 늦춰지기는 하였으나,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전환이 이뤄질 것이다. 유럽, 미국 등 주요국의 배기가스 배출 규제 속도가 늦춰지기는 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해 우려하는 주요 요인인 충전소 부족 문제 또한 해소되고 있어, 전기차 수요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완성차 업체와 기타 기업들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이를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원료인 광물의 하락세가 둔화하며, 래깅 효과로 인한 이익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저렴하게 구매한 광물의 가격으로 제조해낸 배터리를, 상승한 광물가를 반영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더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는 움직임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배터리를 앞세워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었다. 미국이 자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보조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 업체의 성장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시장의 전망이 긍정적인 점을 고려하여,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 투자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삼성SDI는 공격적 투자 확대를 통해 2023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역전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2020년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비해 보수적인 투자를 집행했으나, 2023년 타사가 규모를 줄이고 투자 계획 속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삼성SDI의 공격적인 투자가 어느정도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시장 전체의 성장 속도가 둔화된 2024년에도 기존의 투자 계획을 유지하며, 전년 대비 설비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 또한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적 전략으로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으로 현금 흐름이 약화된 상황이지만 2024년 2월 기준 400조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투자를 시행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캐즘 상황에 대항하며 중장기적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 방향성을 제안한다.
먼저 수요 감소로 인해 속도를 조절했던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등 배터리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결국에는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현재 잠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지만, 추후 배터리 수요가 다시 확대되는 타이밍에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 우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미리 생산시설의 규모를 확대하고 설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R&D 기술력에 대한 투자이다. 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조업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더욱 안전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서 기술 개발 설비와 인재 확보 등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다시 회복되기 전까지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배터리 판로를 개척하는 일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관심 증가로 ESS의 시장성 또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ESS를 전기차의 대체재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요 수익원으로 확장하는 것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미국에서는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ESS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ESS 시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개발하는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LFP ESS개발을 완료한 만큼, ESS 시장에 진출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동률이 낮아진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ESS 생산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의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캐즘 상황을 가장 먼저 탈출하고 시장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 신시장 개척 등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연세대 창의기술경영학과 손유진
yujin_s@yonsei.ac.kr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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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ddaily.co.kr/page/view/202403221410082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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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0220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92326638761000&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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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viva100.com/view.php?key=20240429010009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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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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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4240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