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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CS: 일상에 스며들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3기 박동한


Anima Sans ICorpora Sans”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군인이었다가 전역을 하고 나서 창업을 준비하던 오니츠카 기하치로는 일본의 교육위원회 보건 체육과장인 호리 고헤이에게 자문을 구하러 갔습니다. 호리 고헤이는 당시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형성된 일본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니츠카에게 고대 그리스 철학가인 유베날리스의 “건강한 육체가 바탕이 되어야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Anima Sans In Corpora Sans”)”를 이야기하면서 청소년들이 건강한 육체를 갖출 수 있도록 이를 장려할 수 있는 운동화를 만드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로 인해 오니츠카 기하치로는 “건강한 육체를 만들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라는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자는 목적으로 Asics를 출범했고,  그때부터 Asics는 "건강함"이라는 키워드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Asics는 "다시금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아 꾸준히 러닝화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흐름을 잘 반영한 Nike의 성장세  


그러나 이후 Asics는 경쟁사들의 약진에 대응하지 못하고 시장 점유율을 계속해서 잃어갔습니다. 특히 Nike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였지만, Asics는 10% 미만의 점유율로 밀려나게 되면서 예년과 같은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Nike가 Asics보다 8년이나 뒤쳐진 상태에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사용한 방식은 바로 바뀐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키워드를 고객들에게 제품으로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까지 이르면서 전세계적으로 경제의 성장 및 안정화에 따른 여가 산업들이 더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스포츠 산업이 사람들의 폭풍적인 관심 속에서 더 성장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보다 일상적인 생활의 측면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러닝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러닝화 시장에서의 주된 키워드는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기록의 갱신”이었습니다. 결국 Asics에 비해 더 많은 스포츠 선수들과 계약을 맺었던 Nike와 같은 기업들은 이를 고객들에게 이미지로 전달하는데 더 우세를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Nike의 해당 키워드가 방점을 보인 것은 201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2016년 Nike의 베이퍼 시리즈가 출시되었고 해당 시리즈는 전세계 마라톤 대부분의 “세계기록들을 경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기록을 깰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신발"이라는 이미지로 시장을 더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Asics 또한 1990년 세계 스포츠 공학 연구소를 설치하면서 기술력 자체의 측면에서는 뒤쳐지지 않았지만, 꾸준히 밀고 나간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고객들이 추구하던 러닝화 제품에서의 주된 키워드가 아니다보니 선택에서 밀리게 되면서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Nike가 더 공격적으로 러닝화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16년에는 약 4,184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약 3,286억 엔으로 약 21.5% 감소하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출처: Runner's World ("Inside the Nike Vaporfly: The Shoe So Good It Almost Got Banned")

팬데믹 이후 러닝에 대해 바뀐 사람들의 인식 


이러한 과정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와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운동 영역에서는 러닝 시장에 더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변해버린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활과 건강을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되면서 건강과 피트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으나, 많은 피트니스 센터와 체육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팬데믹으로 인해 변해버린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활과 건강을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되면서 건강과 피트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으나,접촉도 필요로 하지 않고, 외부에서 제약없이 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스포츠였던 러닝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즉, 기존에는 "전문적"으로 기록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뛰는 사람들이 다수였다면, 이후에는 "건강"을 위해서 뛰는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보다 더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Asics가 선보인 새로운 러닝에 대한 메세지 "기록에 얽매이지 말고 건강하게 러닝하자"


이러한 변화는 Asics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Asics는 팬데믹 이전부터 일반 소비자와 일상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였고, 이는 새롭게 형성된 소비자들의 니즈와 일치하였습니다. 기존 경쟁사들의 러닝화 광고들은 대체로 '기록 갱신을 위한 제품'이라는 틀 내에서 마케팅을 진행해왔다면 Asics가 꾸준히 밀고 있었던 '소비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행복을 챙기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왔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러닝을 매일매일 해야하는 일상의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먹히기 시작하였습니다. 


출처: Asics 공식 홈페이지

특히 Asics는 일반인 모델을 활용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가령 현재 Asics의 모델 중 한 명인 ‘톰 더닌’씨는 런던 마라톤에서 8시간 10분 58초라는 가장 긴 기록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으로 큰 화제가 된 분입니다. Nike와 같은 회사와는 차별화되게 운동선수가 아닌 실제 소비자와 밀접한 페르소나를 사용한 Asics는 경쟁사 대비 더 친근하고 진입장벽이 낮아진 이미지로 더 많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았습니다. 

 

그 결과, Asics는 단순 더 빠르고 더 줄어든 기록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는 브랜딩보다는 “기록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하게 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의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러닝화 시장에서 일상화로의 진출까지 성공적으로 해낸 Asics의 세컨더리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


또한 기존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운동을 일상에서 병행하는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러닝화들은 러닝을 할때만 신는 신발에서 일상에서도 신는 신발로 활용성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리하여 Asics는 이런 시대의 트렌드에 발맞춰서 세컨더리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거 라인을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트렌디하면서도 기능성이 있는 러닝화를 제작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특히, 이름에 상관없이 재능이 있는 디자이너들(Kiko Kostadinov, Ronnie Fieg 등)과의 협업을 추진하였고 기존 타 신발 브랜드들이 진행하던 콜라보와는 다르게 디자이너에게 완벽에 가까운 자유도를 부여하여 그들이 그들의 색을 신발에 담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각각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길게 진행하면서 디자이너들의 색을 라인별로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런 집중에 힘입어 Asics는 단순 러닝화로서의 입지 뿐만 아니라 패션 시장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왼) 출처: Asics 홈페이지, Kiko Kostadinov와 콜라보한 Asics / (오) 출처: British GQ 매거진, Kiko Kostadinov와의 콜라보


Asics의 이러한 전략 전환은 성공적으로 작용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2020년 매출이 약 328.75억 엔이었다면 2023년에는 570.46억 엔으로 급성장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왼) 출처: Statista (Asics Sales Growth Rate 2020 ~ 2023) / (오) 출처: RunRepeat (Asics Shoes Statistics)



Asics의 NEXT STEP은?


다행히 Asics는 과거부터 꾸준히 밀었던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러닝화에서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Fila와 같이 시대의 흐름 덕에 러닝화 시장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아직까지도 러닝화 시장에서의 주요 플레이어는 Nike이지만 Asics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러닝화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서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Nike가 현재 시장의 트렌드에 맞지 않던 기존의 기록 중심의 마케팅 방식을 포기하고, 수많은 운동선수들과의 스폰서 계약을 취소할 정도로 큰 변환점을 겪고 있으면서도 운동화 시장 내에서의 위치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키워드를 상회하는 "대중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당 키워드는 Nike가 단순히 "스포츠용 신발"로서 인식받았기 때문이 아닌, 다양한 스포츠 분야의 신발들이 러닝화의 베이퍼시리즈나 농구화의 조던 시리즈와 같이 "일상에서 흔히 신을 수 있는 신발"로 인식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형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Asics 또한 트렌드의 유행에 영향을 크게 받는 브랜드가 아닌 "대중적"으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에서 "일상에서 흔히 신을 수 있는 신발"로의 인식을 받아야합니다. 그리고 현재 Asics가 갖추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분야 중에서는 러닝화에 이어 테니스화가 가장 Asics가 집중해야할 분야로 적합합니다. 


우선 테니스화 시장도 과거 러닝화시장이 그랬듯이 최근 소비자 인식과 소비 양식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엘리트 및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었던 테니스가 이제는 건강에 관심이 큰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인 전신운동으로 인식을 받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접근성 또한 테니스 코트의 개수 증가 및 장비들의 가격대의 확장으로 인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카디오 테니스'와 같은 고에너지 피트니스 활동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테니스를 통해 건강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팬데믹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보니 시기의 흐름에 맞춰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받게 된 영향도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테니스 시장 자체가 패션 및 의류 시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해서 Ralph Lauren이나 Louis Vuitton, Gucci, Polo와 같은 고급 의류 브랜드들이 테니스 의류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점점 "테니스 룩"을 일상에서도 입기 시작하면서 시장 전망이 밝았기 때문이며, 단순 스포츠웨어를 넘어서서 일상에서의 "트렌디한 패션"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폭풍적인 관심 속에서 테니스라는 스포츠 분야와 일상의 밀접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테니스화 또한 이런 열풍에 힘 입어 패션 트렌드로 인식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관심에 힘 입어 테니스화 시장의 전망 또한 매우 밝습니다. 23년 기준 11조 8800억원 규모의 시장성을 보이고 있지만, 29년 기준으로는 14조 3500억원 가량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성장세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Asics는 "대중성"을 고객들에게 각인하기 위해서 러닝화 시장과 더불어서 해당 시장에 집중해야합니다. 


출처: Grand View Research (US Tennis Equipment Market 2020 ~ 2030)



테니스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Asics는 무엇을 강조해야하는가? 


Asics가 해당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파악해야합니다. 주요 플레이어로는 Nike, Adidas, Wilson Sporting Goods, YONEX, 그리고 Babolat 등이 있으며, 이 기업들은 각각 다른 전략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야하는 이유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Nike와 Adidas는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Wilson은 전문성과 커뮤니티 중심의 접근을, YONEX는 기술적 우수성과 제품 다양성을, Babolat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Asics는 이에 대응하여 자사의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건강한 삶 추구”와 "패션시장에서 인정받은 디자인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해당 시장 내에서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타 경쟁사들 또한 각각의 강점을 활용하여 테니스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테니스화 시장 내에서 형성이 되고 있는 흐름인 "건강함을 추구하는 사용자 증가"와 "패션화로서의 활용성 확대" 측면에서는 결국 Asics가 러닝화 시장에서 선보였던 대약진처럼 해당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테니스화 시장에서도 일상화로서의 진출을 성공하게 된다면, Asics는 추후 나이키와 같이 단순 "스포츠화" 신발로서 고객들에게 입증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Asics가 보다 더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해당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박동한

ninjall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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