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윤동현
적정기술(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로, 인간의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아프리카 같은 개발 도상국이나 제 3국 등의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별도의 정수처리 없이 물을 그냥 먹는다. 물을 찾기 힘든 곳도 많고, 찾더라도 위생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대형 정수시설을 갖추는 것이겠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러한 해결책을 모든 지역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글로벌 사회적 기업인 베스터가드 프랑센 그룹이 휴대용 정수처리 장치 라이프스트로(LifeStraw)를 개발했다. 이 스트로를 이용하면 섬유조직 필터, 요오드 필터, 활성탄 3단계를 거쳐서 99.9%의 수인성 박테리아와 98.5%의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 뿐만 아니라 여행자, 난민 등의 식수 공급 수단이 되고 있다.
Q드럼(Q-Drum)도 비슷한 결핍에서 시작했다. 여러 매체도 많이 접했다시피, 아프리카와 같이 물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수 km씩 걸어 다닌다. 그렇게 구하더라도 무거운 물통을 머리에 이거나 들고 다닌다. 이렇게 무거운 물통을 수 km씩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정기술로 고안한 것이 바로 Q드럼이다. 바퀴 형식으로 물통을 만들었고, 줄만 있으면 훨씬 더 쉽게 물통을 끌고 다닐 수 있다. 바퀴 형식으로 물통을 끌 수 있기 때문에 물통을 들고 이동하는 피로도가 덜하고 용량도 기존 물통의 3배나 담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너무나도 상위 10%의 사람들 위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혁신’은 소위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이프스트로, Q드럼 등에 적용된 적정기술은 90%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혁신이다. 분명 혁신이지만 엄청난, 대단한 기술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적정기술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 90%를 위한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의 핵심은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90%를 위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에서 조금은 뒤쳐진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끔 우린 너무나도 10%를 위한 혁신만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아니 분명 우리 주변에도 90%를 위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들이 이미 존재한다.
상위 10%가 아닌 소외된 이웃을 살펴보는 시각을 기른다면, 적정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글 ∙ 20기 윤동현 | 검토 ∙ 18기 기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