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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정 Aug 07. 2017

1-8.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어디?폴란드?






008.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_마지막 화







셋이 처음 만난 건 2011년 미국에서였다.
(그게 벌써 6년 전... 시간 빠르다.)









한국에서는 일면식도 없다가
미국의 낯선 땅에서 
매일매일 붙어 다녔다.
특이하다면 특이한 관계다.




미국에서 같이 여행을 간 적도 많았다.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레이크 타호 등)
나보다 더 오래 체류했던 M과 J는
둘이서 미국 동부도 돌았고
J와 나는 함께 내일로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여행 회비를 모으기 시작한 뒤로
셋이서 괌 여행도 다녀왔다.




자고 먹고 놀고 공부하고
같이 생활을 해봤던 이들에게는
이미 서로를 잘 알고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쌩얼은 기본이요, 안 씻고도 잘 놀았다.
더 이상의 폭로는 사생활을 위해 함구한다.)


여행에서의 생존만이 걱정이었지,
여행에서 서로 안 맞을까 하는 걱정 따위
우리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서로 맞춤형이 된 셋은
오히려 우리만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미국에서 함께 생활할 당시의 동네는
모든 게 휑했다.

미국도 미국 나름인지라
대도시가 아닌 이 촌 동네는
마치 이 넓은 땅을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건물들이 호떡처럼 넓고 얇게 늘어져있었다.

공간의 효율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넓고 황량한 곳에서 
초반에는 눈의 초점을
어디다 둬야 할지도 몰랐다.
넓어진 시야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적막하고 넓고 조용한 이 동네가
어느새 내 집인냥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억이 우리 세 명의 뇌리에는
매우 선명하게 남았나 보다.


그 기억은 추후 모든 여행에 있어서
비교 대상이 되기 시작했고,
모든 여행에서 그 촌 동네의 모습을
변태처럼 갈구하기 시작했다.






폴란드에 도착 전,
경유지 암스테르담에서 하루를 숙박했는데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큰 명동 같다..."



우습지만 이게 첫 유럽이자
첫 암스테르담을 겪었던 솔직한 감상이다.

어느새 여행을 다니다 보면
붐비고 정신없는 관광지보다
볼거리는 적더라도 비교적 한산한
공간을 찾게 됐다.






강도 예쁘고 건물 예뻤다.
상상 그대로 유럽의 풍경이었지만,
핫한 관광지인 만큼 사람도 붐볐고
골목골목마다 6 전에 맡았던
그 냄새도 쉴 새 없이 풍겼다.


마리화나 냄새로
노스텔지아에 젖을 줄은 몰랐다.








...
...
...






우리의 최종 목적지 폴란드는,
같은  많이 달랐다.





이상한 관전 포인트 생겼다.
외국에 가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을 찾듯이
낯선 동유럽에서 미국 촌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남들은 실망할 법한 풍경에도
우리는 더 감탄(?) 하게 된 이상한 관전 포인트.


물론 폴란드가 휑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곳도 많았고,
사람도 많고,
알록달록 볼 거리도 많다.
그렇지만 암스테르담의
왁자지껄한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유난히 조용하고 평온한 것에
감탄을 쏟아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어딜 가든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살다가
시야가 넓어지고  트인 풍경을 갈망하는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일상에 치일 걱정 없고
책임질 것도 많지 않았던 6년 전,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얄팍한 소망을
지금 여행하고 있는 곳에 풀어놓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 그와 비슷한 곳을 찾게 된다.


우리는 6년 전 풍경을 찾은 게 아니라
그때의 여유를 갈구했던 거다.






"하아 그때가 좋았는데!"
"우리가 언제 이렇게 찌든 거지?"
"아무 걱정 없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북적거림에 실망하고 여유로움에 감탄한 것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폴란드는 우리에게 고마운 곳이다.







...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보너스 컷 :)


여행 스타일이 비슷하더라도
각자 즐기는 취향이 있는 법.































여행에세툰 폴란드 편 The End -











안녕하세요, 빛정입니다.
폴란드 여행에세툰 재밌게 보셨나요?


요새는 워낙 가이드북도 잘 나와있고
블로그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는 분들도 많으니
관광지, 정보 등은 최대한 배제하고
에세이 형식의 여행기를 쓰고자 했습니다.
(각 편 마지막마다 나름 직접 체험한 팁만
살짝 고명으로 내온 정도였죠ㅋㅋ)


직접 겪은 여행기 속에서
여행지에 관한 풍경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사진과 그림, 글 세 가지를 모두 조합하는
형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재밌게 잘 즐겨주셨다면
그것은 이 여행기의 목표를 다 한 거지요!


빛정의 여행에세툰은 폴란드편을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히 추가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여행지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다시 돌아올 M과 J도요!)


그럼 저는 여행에세툰으로 뵙기 전까지
또 새로운 글과 그림으로
새로운 재미를 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철없는 나의 행보를 항상 응원해주고
최고의 여행메이트가 되어주는 M과 J
항상 고맙소. 앞으로도 생존하자ㅋㅋㅋㅋㅋ





이상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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