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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빛나 May 11. 2023

제가 소설은 처음 쓰는데요

글쓰기 모임에서 배운 것

혼자서 끄적끄적 에세이나 써봤지, 소설 쓰기는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렀다.

책쓰기 프로젝트에서 신춘문예 등단 작가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받아가며 배운 것들을 남겨본다.


ㅁ 도입부가 중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가장 유명한 첫 문장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다. 첫 문장의 흡입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도입부를 인상적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건의 순서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도치해서 글을 시작함으로써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다. 그렇게 일기 몇 줄의 도입부를, 호기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써보기도 했다. 추가 연습으로는 외부 소재를 덧입혀 일기를 써보기도 했다.



ㅁ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쓰인 무대 기법의 하나. 기중기와 같은 것을 이용하여 갑자기 신이 공중에서 나타나 위급하고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수법이다. -표준국어대사전

내 이야기의 기승전결 1차 초안을 보시고는 '전-사건의 절정'에서 등장인물이 다소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적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인물이 뜬금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행동한다는 의견이었다. 사건의 개연성을 위해서는 서사를 쌓아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소설의 플롯을 모두 뜯어고쳤다.


ㅁ 묘사에는 분량이 필요

묘사가 잘 된 노래를 가져와 보라는 간단한 숙제를 받았다. 내가 가져간 노래는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였다. 가수가 되기 전 풋풋한 마음으로 불렀던 어설픈 노래와, 가수가 되고 나서 헤어진 너를 그리며 노래를 부르는 내용이다. 그 서사가 왠지, 먼지 켜켜이 쌓인 곳에서 낡은 테이프를 꺼내는 장면부터 장면이 잘 그려져서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아이유의 '싫은 날'을 가져오셨다.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다녀간 온기. 제일 인상적이고 감각적이었던 부분을 이것으로 꼽았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작가 선생님 같은 감각이 있는 건가 싶어서 좋았다. 아무튼! 이야기를 하나 쌓아 올리는 데에는 묘사가 필요하다. '헤어진 네가 생각나'를 시나리오처럼 그려낸 김동률처럼, '나는 너무 쓸쓸해'를 나지막이 풀어쓴 아이유처럼.


ㅁ 당사자성

당사자가 아니면 조심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닌 채로 쓰인 글은, 잘못하면 당사자에게 상처나 거부감을 남길 수 있다. 김훈이 묘사한 생리 장면이 생각났다. 무지함과 그 무지함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성으로서의 당사자성을 고민해보지 않은 뻔뻔한 남작가가 떠올라서 구역질이 났다.


ㅁ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

작가 선생님이 추천하는 것은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다. 여러 맞춤법 검사기를 다 써보고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내 소설 주인공의 이름을 자꾸 수정하라고 빨간 밑줄 친 결과를 자꾸 내뱉는 완벽하진 않은 녀석이지만... 그래도 개중에는 제일 나은 거라고 하니, 이 맞춤법 검사기로 소설을 퇴고했다.


ㅁ 합평 필요

혼자서 내 소설에 매달려 있을 땐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 타인의 눈에는 보이더라.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 스토리가 뻗어나가 다른 사람들이 그럴듯한 의견을 얹어 줄 때, 글이 더 탄탄해졌다. 무언가 작품을 내보일 때, 합평을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글 쓰기 동료들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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