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돈 걱정이 없으면 정말 행복할까?
신도림역에 내려 마을버스 타러 가는 길, 길게 서 있는 줄 맨 뒷자리에 나도 함께 선다. 로또를 사기 위해서. 가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로또 당첨 1등. 세금을 제하고 나면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얼마 안 된다던데 어떻게 쓰면 좋을지 머리를 굴려본다.
‘로또 당첨되면 당첨 사실을 알려야 하나? 비밀로 하는 게 나을까? 일단 5%는 비상금으로 통장에 넣어두고, 5%는 가족들 선물을 사자. 50%는 집을 사는 데 쓰고, 남은 40%는 주식 투자를 해보는 거야. 그런데 난 주식의 ‘ㅈ’도 모르는데 해도 될까. 아 몰라. 그냥 생각만 해도 행복해.’
2017년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면서 돈에 집착하게 되었다. 자가에서 전세로 바뀌자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은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1억, 2억. 순식간에 오르는 순간 좌절감이 말도 못 했다. 짜증을 넘어서 화가 났다. 미쳤다. 매일 부동산 앱을 켰다 껐다 반복했다. 믿기 싫지만 현실이었다.
매주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종이에서는 당첨 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 더 많이 사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질까. 처음에는 매주 천 원을 지출했는데, 오천 원, 만원. 지폐 색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5등조차 당첨된 적이 없다. 그래도 계속 샀다.
“그냥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더 사 마셔.” 얄미우면서도 부끄러웠다. 듣기 싫은 올바른 그 말이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에잇! 난 이번 생은 틀렸어. 어휴. 내가 그렇지 뭐. 그만하자. 그만해!’ 로또 사는 것을 멈추고 원래의 나로 돌아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에 도착해서 기계처럼 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아이와 잠깐 시간을 보내고 잠을 자는 그런 나.
그렇게 살다 보니 집값은 이젠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가격이 되었고, 그렇게 되니 포기하게 되었다. 모르겠다. 어떻게든 내가 살아갈 집 한 채는 어딘가에 있겠지. 마음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초초함이 사라졌다. 기분이 좋다. 집이 없어 서러웠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의 영원한 친구와 사랑스러운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그랬다. 지금 딱히 불행하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거라고. 맞다. 나는 지금 백수다. 매월 20일 통장에 찍히던 OOOOO 항목이 1년째 찍히지 않고 있다. 대신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고 있다. 보험료, 관리비, 대출 이자, 아이 학원비,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이 빠져나가고 나면 잔액은 거의 ‘0’이 된다. 그래도 난 지금 불행하지 않다. 고로 난 행복하다. 수입이 줄었고 대출 이자는 계속 올라가지만 아이를 데려다주고 틈틈이 글을 읽고 쓰는 이 순간이 좋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것을 보니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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