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진동이 울린다. 휴대폰 화면에 "어머님"이라고 뜬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나다. 바쁘냐?"
"아니요. 꿀꿀이 학원에서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바쁘면 끊자."
"아니에요. 말씀하세요."
"언제 올거냐? 오늘 올거니?"
"아, 내일이요."
"그래. 천천히 오면 되지. 난 수요일에 오산에 왔다."
"아, 네."
2014년도에 결혼했으니 이제 결혼 9년차다. 그동안 명절 전에 언제 올거냐고 물으신 적의 거의 없으셨고, 늘 명절 전 날 시댁으로 출발했다. 언제나 그랬듯 올해도 명절 전 날인 토요일에 출발 예정이었다. 이상하게 올해는 어머님이 여러번 물으셨다. "언제 올거니?"
'오늘 가길 원하시나. 남편이 퇴근하고 준비해서 출발해도 밤인데. 왜? 내가 지금 일을 안해서 연락하셨나? 일찍 와서 같이 전부치기를 원하시나? 하긴. 어머님이 그때 그러셨지. 노니까 좋냐고. 내 얼굴만 좋아졌고 살이 올라서 보기 좋다고 하시면서 오빠는 얼굴이 까칠해졌다고 하셨지. 맞네. 맞아. 일 할 때는 힘드니까 쉬라고 하시더니 휴직중이라고 연락하신거구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은 짜증스러움이었다. 내가 노는 것은 아니었다. 1학년이 된 딸을 직접 돌보고 싶은 마음에 휴직을 했고 학기 중에는 등하교 도우미와 놀이터 지키미로 살았고 방학중인 지금은 식사 도우미와 체험학습 안내 도우미로 살고 있다. 나도 나름 '일'을 하고 있단 말이다. "수입이 없잖아"라고 말한다면 육아 및 가사 도우미 비용을 벌고 있는 셈이다.
사실, "너희 형님은 집에서 놀면서 남편 아침 밥 차려준 적이 없다." 라고 섭섭함을 전하셨던 분이셨기에 휴직 전에 남편에게 경고했다. 절대로 나의 휴직을 알리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했건만 휴직 신청서를 쓰기도 전에 어머님은 알고 계셨다. 그때부터 노는 며느리가 탐탁치 않으셨나 보다.
'일을 하는 것'과 '노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을 벌고 있다'와 '돈을 벌고 있지 않다'의 차이인 것일까. 그럼 나는 지금 돈을 벌고 있는 것인가. 벌고 있지 않은 것인가. 꼬박꼬박 들어오던 급여가 사라졌으니 고정 수입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일은 하고 있다.
<일> 사전적 의미
1.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
2. 어떤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려고 하는 대상.
어릴 때 나와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딸과 뒤늦은 애착을 만들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의 마음을 전하고 있으며,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매일 새벽 그리고 틈틈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다. 게다가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김몰라로, 꿀꿀이 엄마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1인 다역을 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 놀고 있는 며느리라는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는다.
"어머님, 저 요즘 바빠요. 노는 며느리 아닙니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