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by 김몰라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침대에 누워 눈만 껌뻑껌뻑. ‘나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글도 쓰고 책도 읽어야 하는데 마음만 무겁다. 다시 휴대폰을 손에 넣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실에 들어가 하얀색 칫솔에 분홍색 치약을 짜서 입 안으로 넣었다. 개운하게 양치질을 마치고 손에 거품을 내어 세수를 했다. 거울 속 뽀얀 얼굴을 바라보며 괜히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하루를 시작해볼까.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한 잔 내렸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출간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시작했고, 이제 17번째 글을 작성해야 한다. 생각 없이 졸업을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의 전화 한 통으로 취직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 누구도 나를 말릴 수 없었다. 세후 급여 120만 원을 받고도 야근은 당연했으며, 주말 출근은 필수 옵션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행복했다.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 할 수 없는 그 짓을 스물여섯 살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나의 모든 체력을 쏟아부었다.

그때의 마음을 써 내려가야 하는 지금의 나는 방전이 되어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설 연휴 기간 시댁에서, 친정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써보겠다는 자신감으로 책 두 권과 감사일기장을 챙겼지만 단 한 줄도 읽지 못했고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시댁에서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반복했더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친정에서는 몇 년 만에 만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은 엉망인데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어졌다. 일단 쉬자.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하루, 이틀.

설 연휴 후유증 따위는 나에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새벽에 눈은 떠지지 않았고 아이는 방학이라 온종일 내 옆에 붙어 있었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17번째 글에 대한 부담감만 점점 커졌고 별별 챌린지는 이미 저 멀리 떠나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안 돼. 그래도 해야 해. 눈을 떠. 한 줄이라도 적어보자.’

드디어 눈이 떠졌다. 키보드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토록 어려웠던 첫 줄을 쓰니 한 문단이 되었고, 반 페이지를 넘어섰다. 쓰고 보니 주제와 맞지 않는 글이 되었고 아직 미완성인 글이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백스페이스가 있으니까. 컴퓨터를 마주하고 하얀 백지를 한글로 채웠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다시 스스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너 참 대견하다. 잘했어.”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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