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부엌 냉장고 문, 그리고 안방 욕실 문에는 작년에 만들었던 나의 보물지도가 붙어 있다. 그 보물지도에 의하면 올 8월에는 복근이 드러나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보물지도를 만들 시점에 식단관리와 운동을 하고 있었기에 자신 있었다. 힘들게 작별했던 체지방과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기에. 역시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내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금세 돌아왔다.
며칠 전, 딸의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얘들아! 이리 와봐.”
냉장고 앞으로 친구들을 부르더니 나의 보물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친구들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가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A : “이모! 할 수 있어요. 전 이모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B : “하하하. 아줌마! 이모라고 부를까요? 절대 안 될 것 같아요.”
C : 말없이 사라짐 (무시)
이제 9살이 된 여자 아이 넷이 모여서는 사십 대의 보물지도를 보며 서로 된다, 안된다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얘들아! 이모 할 수 있어. 8월에 이모가 배 보여줄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큰일이다. 불안해졌다. "그러시든가요."라고 말하던 이 아이들에게 꼭 나의 복근을 보여줘야 하는데 식욕이 줄지 않는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의 허리를 둘러싼 살들이 늘어지고 있다. 엉덩이 옆으로 붙은 날개는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음만 불편하고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잔소리 많은 딸이 또 말한다.
"엄마. 저거(보물지도) 안 해? 할 수 있는 거 맞아?"
"응. 할 수 있어. 꼭 해낼 거야."
말로만 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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