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브런치 스토리 알림'
[글 발행 안내]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브런치 타임'을 가져보세요.
이 알림이 어느 날부터 부담되기 시작했다. 핸드폰 설정 앱에 들어가 브런치 스토리 알림을 껐다. 간절함보다는 호기심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어쩌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의외의 결과였지만,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호들갑 떨며 딸에게 이제부터 엄마를 '김몰라 작가'로 부르라고 하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갈팡질팡하던 내게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 같았다. 어쩌면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으로 자신감이 가득 찼다. 이곳에 내 글을 차곡차곡 쌓겠다는 굳은 의지와 함께. 그때만 해도 그랬다. 나만의 기막힌 착각인 줄도 모르고...
처음에는 소소하게 적어나갔다. 필명으로 시작했기에 나를 가리고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했다. 내 글을 읽어주지 않아도, 라이킷 버튼이 눌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랬던 내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노는 며느리? NO!' 이 글이 다음 메인에 뜨고, 조회수 10,000을 넘으며 이 브런치스토리에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고작 한번 오른 생각지 못한 그 조회수가 나에게 욕심을 내보라고 두드렸다. 잘 쓰고 싶었다. 어떻게 무슨 글을 써야 이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말을 툭툭 내뱉던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소재도, 단어도, 문장도 전부 다 신경 쓰다 보니 도저히 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내 브런치 스토리의 문을 닫고 말았다.
내가 속해있는 글쓰기 모임 <글로성장연구소> 내에 있는 사람들이 "저 브런치 작가 됐어요!" 하며 좋아하는 모습에 작년 9월 6일이 계속 떠올랐다. '나도 그때 엄청 기뻤는데... 지금부터라도 써볼까?' 사실, 글로성장연구소에서 함께 하는 '별별챌린지 3기' 신청을 하면서 나의 브런치를 다시 살려보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짐을 느꼈다.
그래도 오늘 다시 용기를 냈다. 책을 내보겠다고 작성한 초고를 수정하다보니 내가 글을 써보겠다고 시작한 그 이유가 내 가슴을 한대 때렸다.
"너도 모르겠는 너를 알아보겠다며...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로 했잖아. 남들의 평가로 너 자신을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기로 했잖아. 그랬잖아."
맞다. 글이라곤 써본 적 없는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하얀 백지를 채웠던 것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며 나에 대해 알아보고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함이었다. 남들의 평가 따위에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내가 갈 곳을 향해 천천히, 끝까지 걸어보자고 했던 내가 어떻게 하면 또 다음 메인에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주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좀 더듬거리면 어떻고, 한 줄이면 어때? 그 모든 문장 안에 내가 녹아있잖아. 그게 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