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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몰라 Aug 24. 2023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일기를 쓴다. 


오랜만에 이틀 연속 필라테스를 했더니 다리 근육통으로 걸을 수 없다. 나이 마흔 넘어 극기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다. 그래도 다른 근육 사이를 파고드는 그 아픔이 기분 좋다. '오늘은 쉴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가야 할 것 같아서 또 다녀왔다. 에어컨 바람에도 땀으로 운동복이 젖었고, 걸을 때마다 찾아오던 통증이 사그라들었다. 이 맛에 운동하는 거지! 이 고통을 진심으로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에 비가 내렸다. 공기는 차가워졌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숨 쉴 수 있게 되었다. 자연 바람이 내 코를 통해 내 몸을 가득 채운다. 상쾌하다. 한참 걸어 돌아다녔는데도 더 이상 땀이 흐르지 않는다. 오늘은 화장실에 숨어 땀을 닦아내지 않아도 된다. 대기 중의 수증기와 찬 공기의 만남, 감사합니다. 


"엄마, 오늘은 수영 쉬면 안 돼?"

"응?"

고민에 빠졌다. 월, 수, 금, 토. 주 4회 수영강습을 받는 아이는 매주 수요일마다 묻는다. 그때마다 난 화가 치밀어 오른다. 힘들면 잠시 쉬었다 하자고 해도 하겠다면서도 매주 물어보는 그 질문이 싫다. 아이도 느꼈나 보다. 

"엄마는 내가 수영 쉬고 싶다 하고 말하면 언짢지?"

아이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할까, 응이라고 답할까.'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응, 엄마는 꿀꿀이가 매주 그러니까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나? 싶어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엄마, 하기 싫은 것은 아니야. 오늘은 무릎이 정말 아파서 그래."

아차 싶었다. 아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고 진물이 나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많이 아파? 그래. 오늘은 쉬자. 상처 덧나면 안 되니까."

"정말? 엄마, 고마워."

오늘도 이렇게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오히려 고맙다고 말해준 딸에게 내가 더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2023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며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늘 도대체 감사한 일이 뭐였지?' 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쓸 수 있었다. 쓰다 보니 이 일도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인지 내 주변에는 감사한 일이 가득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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