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일 때 야구장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야구의 룰도 모르면서 그냥 쫓아갔다. 경기장을 둘러싼 함성 소리, 짜릿했다.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 흥겨웠다. 매 경기마다 흐름이 있었다. 누군가의 호수비에 다음 공격이 잘 풀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실책에 다음 공격이 맥없이 흘러가기도 했다. 공 하나에 의해 아웃이 선언되기도 하고, 점수가 주어지기도 하는 그 경기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난 야구를 사랑하는 여자가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연고지와 상관없이 와이번스 팬이 되었고, 출퇴근 길에도 주말에도 야구 경기에 푹 빠져 살았다. 스포츠 관람에 취미가 없는 남편과 살기 전까지….
결혼 후 잠시 거리를 뒀다가 요즘 다시 재미를 붙였다. <최강야구> 덕에…. 은퇴 선수들이 다시 모였다. 평균연령 40세 아저씨들이 모여 또 글러브를 끼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무언가에 빠져 산다는 것. 부럽다. 그리고 멋지다.
특히, 그저 야구가 좋아서 계속 공을 던지던 비선출 선성권 투수가 직관 경기 날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의 그 떨림은 잊을 수 없다. 비록 밀어내기 볼넷으로 마무리했지만 그의 간절함과 그동안의 노력이 보였기에 혼자 손뼉 치며 눈물을 흘렸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들처럼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랐던 적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적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채우며 살아왔다. 부러움일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흔드는 것일까. 그들이 헉헉 거리며 뛸 때마다 내 심장이 이상하리만큼 콩닥콩닥 뛴다.
이제라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파묻혀 사는 나를 만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