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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몰라 Aug 31. 2023

배고프면 화난다

배가 고팠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괜히 화나고 짜증이 났다. 

"엄마. 근데 지금 왜 화나는 말투야?"

"응? 엄마 지금 너무 배고파서 그래."


 매주 화요일 꿀꿀이 친구들을 함께 하교시켜서 글쓰기 수업에 데려다준다.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날이기에 되도록 화요일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꿀꿀이가 꼭 보고 싶다는 공연이 있어 미리 예매를 했고, 2교시 후 조퇴를 했다. 11시부터 70분간의 공연이었기에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학교 근처에 와서 점심을 해결하면 꿀꿀이 친구들 하교 시간에 맞출 있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폭우가 내리긴 했지만 공연 관람까지는 내가 생각한 일정대로 흘러갔다. 앙코르 공연까지 하면서 20분이나 늦게 공연이 끝났다. 예상이 빗나갔다.

 "꿀꿀아, 우리 지금 빨리 나가야 해."

 "사진 찍고 싶어."

 "지금 시간이 촉박해서 그건 곤란해."

 "그럼 사인이라도 받으면 안 돼?"

 오늘 처음 본 첼리스트 그리고 무용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는 딸을 설득하지 못했다. 줄이 짧길래 기다렸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빠르게 건물 밖으로 나와 택시를 불렀다. 

 "엄마, 쉬 마려워." 

 나오려는 한숨을 참고 다녀오라고 했다. 예약된 택시를 타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하교시간까지 남은 시간 40분.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면 늦을 같았다. 배달앱을 켜고 포장주문을 하려는 순간, 꿀꿀이가 말을 걸었다. 들리지 않았다. "어." "그래." 건성으로 대답했다. 수영수업 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더니 두통이 오기 시작했고, 배고픔이 극에 달했다. "엄마 주문하고 있잖아. 조용히 해봐." 나도 모르게 화를 냈나 보다.      


 오늘도 알았다. 내가 예민해지는 순간을. 

 공복의 시간이 길어지면 나도 모르게 딸도 잡아먹게 되는 괴물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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