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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몰라 Sep 10. 2023

40 그리고 41. 보기 싫은 숫자

발로 뻥뻥 차대는 아이를 피해 자리 잡고 누웠다. 다시 잠을 청하려는 순간, 누가 내 몸을 더듬는다.

‘아, 뭐야??’

아이의 손이다.

“꿀꿀아. 왜?”

“내가 실눈을 떴는데 엄마가 안 보여서.”

“이리 와.”

아이를 품에 안았다. 뜨겁다.

‘응? 이상한데?’

불을 켜고 체온계를 찾아 귀에 갖다 댔다.

‘38.6’

물수건으로 닦아줘도 열이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해열제를 먹이고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이다. 아이의 몸을 만져보니 괜찮다. 다행이다. 잠깐 열이 올랐었나 보다.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아이가 일어났다. “잘 잤어?”라고 물으며 안았는데 또 뜨겁다.

‘40.6’

서둘러 준비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보통 2-3일, 길면 일주일. 열이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병원에 가도 해열제와 함께 증상에 따른 약 처방만 해준다. 그래서 병원에 바로 가기보다는 조금 기다린다. 근데 이날은 이상했다.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이틀 전부터 힘들다는 말을 유독 많이 했고, 자면서도 다리 주물러 달라고 했다. 의심스러웠다.


꿀꿀이 차례가 되었다.

“꿀꿀이 어떤 증상으로 왔어요?”

“새벽에 열이 나서 해열제 먹고 떨어졌는데 다시 열이 나네요. 목도 따갑다 하고 기침할 때 가래소리도 살짝 나요.”

“네, 한번 볼게요.”

청진기를 대는 순간, “아이고, 꿀꿀아.”하면서 아이에게 물으셨다.

“반 친구들 중 결석하는 친구들 있니?”

“네…”

“독감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랬다. A형 독감이었다. “엄마, 힘들어. 누워있어도 돼? “ 하는 아이에게 ”학원 갈 시간이다. “ ”밥 먹을 시간이다. “ 하며 재촉했다. 잠을 늦게 자서 그런 거라 했다. 체온만 정상이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던 생각 없는 엄마였다.  

‘힘들었겠다. 우리 딸.’


약을 토해내면 다시 또 먹어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막고 꿀떡 삼켰고, 빈속에 먹으면 속이 울렁거릴 수 있다는 말에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 노력했다. 너무너무 잘 버텨주었다. 고맙다.  


그런데 이상하다. 언젠가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면 체온계는 ‘40‘이상의 숫자를 보여준다. 5년 이상 쓴 물건이라 수명을 다 한 것 아닌가 싶어 체온계를 새로 장만했는데 그것도 그렇다. 왜 그럴까?


40과 41! 나 너 싫어해. 당분간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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