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서는 순간 후회했다. 하마터면 내가 그토록 얄밉다고 했던 진상 보호자가 될 뻔했다. 아니, 그랬다.
독감에 이어 기관지염에 걸린 꿀꿀이는 이번 주 내내 학교에 가지 못했다. 20일의 여름 방학보다 더 긴 일주일이었다. 무엇보다 집밥을 좋아하는 꿀꿀이를 위해 삼시세끼 다른 반찬으로 차려내는 일이 제일 힘들고 고되었다. 오늘 드디어 밥 하다가 하루가 끝나는 것을 매듭짓기 위해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월요일부터 등교할 수 있다는 확인서를 받기 위해!
시작부터 꼬였다. 주차부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남은 한 자리에 차를 어떻게든 넣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넣었다 뺐다 핸들을 돌렸다 풀었다 야단법석 떨다 겨우 주차를 했다. 접수를 하고 2-30분 대기를 하다 진료실에 들어갔다.
”상태 어때요?“
“열은 내렸고, 콧물도 없는데 기침 가래는 비슷해요.”
“기침을 자주 하나요?“
“아니요. 가끔?”
“숨소리는 괜찮아진 것 같긴 한데 약은 더 먹어야 해요.”
“네, 저 확인서 필요해요.”
“월요일에 학교 보내려고요?”
“네? 네. 가도 되지 않을까요.?“
지난 토요일부터 7일째 집콕했고, 보통 열 내리면 등교하니까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아니었다. 좀 더 쉬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래도 요청드렸다.
“해주기는 하는데 주말에 기침 더 심해지면 보내지 말고 화요일 오후에 다시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진료 확인서 발급을 위해 발급처에 갔다.
“신분증 하고 가족관계증명서 주세요.”
내 가방에는 핸드폰과 생수 한통, 책 한 권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다. 신분증. 남편에게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사진을 부탁해서 보여드렸더니 안된단다.
“남편분 여기 계세요? 안 됩니다.“
“그냥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집에 다시 다녀와야 하는데…“
“네, 안됩니다.”
옆 의자에 앉아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없다. 네이버 인증서가 문득 생각났다. “이걸로는 안될까요?”라는 물음에 칼같이 “생년월일 없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물었다.
“그럼 그냥 해주시면 안되나요?”
“네.“
“좀 해주세요. 집이 멀어서 그래요.”
이젠 대답도 안 한다. “아, 짜증 나.”라고 말하며 뒤돌아섰다. 아차 싶었다. 그래도 진짜 짜증이 났다. 비도 내리는데 집에 다녀올 생각 하니 싫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해결한다.’
갑자기 생각났다! COOV(쿠브)! 질병관리청 본인인증 증명서!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해서 들고 갔다.
“이걸로는 되나요?”
아무 말 없이 옆에 출력되어 있던 확인서를 툭 건네주었다.
왜 던지냐고 물으려다 말고 나도 말없이 인사도 안 하고 돌아섰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찝찝했다. 그녀는 원칙대로 따랐을 뿐인데 그 순간에는 이해할 수 없었고 화가 났다.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순간 욱 했던 것 같다. 그 직원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아이 앞에서 무개념 엄마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