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학교 상담 주간이다. 다들 상담을 왜 하냐고 묻지만 난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다. 내가 보는 꿀꿀이와 선생님이 바라보는 꿀꿀이는 다를 수 있으니까.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 아이의 모습이 있을 테니까.
정확히 오후 2시 40분이 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방문상담을 신청했으나, 아이의 독감과 기관지염이 길어지는 바람에 통화로...
간단한 인사를 시작으로 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어머니, 우리 꿀꿀이는 수업시간에 발표도 잘하고, 친구들하고 모둠활동도 잘하고, 할 일이 있으면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하는 아이예요. 꼼꼼하게 잘 해내요. 수업시간에 다 해내지 못한 활동이 있으면 쉬는 시간에도 마저 다 하고 친구들과 놀이 시간을 갖더라고요. 꿀꿀이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다려줘야 하는 아이 같아요. 그냥 다 잘하고 있어요."
불안했다. 다 잘하는 아이라니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생겼다.
"그런데..."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을 다 설명해 주시더니 꿀꿀이가 다른 모든 활동은 다 잘 따라오는데 수학이 조금 서툴다고 했다. 수학은 개념만 이해하고 반복적인 연습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기에 집에서 조금만 더 도와주면 될 것 같다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알고 있었다. 1학년 2학기부터 선생님들께서 계속 연락을 주셨기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문제집만 펼치다 보면 아이는 울고, 나는 다그치고, 둘의 관계가 어긋나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나 또한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렸다.
"선생님, 말씀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알고 있었고 집에서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꿀꿀이는 매일 울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양을 좀 줄이고 아주 조금씩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도 아이가 하나다 보니 비교대상이 없어서 도대체 얼마큼 해야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이는 싫다고 하고..."
"학원은 절대 안 돼요. 꿀꿀이는 학원 보내시면 안 돼요. 4학년까지 엄마가 옆에서 같이 해줘야 해요. 그렇게 도와주면 그 이후에는 꿀꿀이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어머님, 인내하고 끈기를 가지세요.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36년 교직생활을 하셨고, 작년에 명예퇴직을 하신 분이다. (현재, 기존 담임선생님의 출산휴가로 잠시 아이들을 봐주고 계신다.) 그동안 만났던 학생들의 사례와 본인 아이들 키운 경험을 말씀해 주시면서 앞으로 꿀꿀이 엄마가 할 일은 그냥 끈기를 갖고 꿀꿀이 옆에 앉아서 도와주면 된다고 하셨다.
30분간의 긴 통화를 마치고 생각했다. '끈기.' 그렇다. 나에게는 끈기가 없었다. 꿀꿀이가 울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고,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내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인내하지 못했다. '아, 몰라! 언젠가는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방관했다. 느려도 포기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자기가 할 일은 하는 그 아이를 내가 놓아버렸다.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인내하고 끈기 있는 엄마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저 아이를 위해. 선생님 말씀처럼 나는 할 수 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