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시자였다.

by 김몰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주 3회 필라테스를 한다. 오늘도 필라테스를 개운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두고 간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담임선생님께서 메시지를 남기셨다.


"꿀꿀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꿀꿀이가 아직 등교 전이라 안내 문자 드립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꿀꿀이가 8시 50분까지 등교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시 넘어 학교에 도착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분명 학교 정문을 9시 15분 전에 통과했고, 정문에서 교실까지는 5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꿀꿀이가 학교에 일찍 들어갔다고 말씀드렸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런가요? 요즘에 며칠째 9시에 딱 맞거나 몇 분 정도 지난 후에 교실에 들어왔어요. 어머님께 말씀드리길 잘했네요. 제가 꿀꿀이와 이야기했을 때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어머니께서도 한 번만 더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기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나의 불안도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요즘 부쩍 학교에 가기 싫다고 자주 말했던 딸의 얼굴이 떠오른다. '왜 학교에 가기 싫었을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분명 일찍 출발했는데 도대체 왜 매일 늦었을까.' 마음을 졸이며 하교 시간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만났다.


"꿀꿀아 혹시 오늘 지각했어?"

"아니. 왜 물어보는 거야?"

"담임선생님께서 꿀꿀이 반 친구들이 많이 늦는다고 50분까지는 교실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아 그거 아마 노랑이 때문에 그럴 거야. 오늘 노랑이가 수업 시간에 들어왔거든."

"아 그래? 꿀꿀이는 엄마랑 헤어지고 바로 교실에 들어가지?"

"당연하지. 난 뛰어서 올라가."


혼란스럽다. 딸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 나는 복잡하다. 나의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일단 발레학원에 보냈고 어떻게 질문을 해야 아이가 솔직하게 답할지 생각해보았다.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묻기로 한다. 학원에서 돌아온 꿀꿀이를 품 안에 안고 물었다.


"꿀꿀이 오늘 늦지 않았어? 꿀꿀이는 교실에 들어가니 친구들 뭐 하고 있었어? 누가 제일 일찍 와? 누가 제일 늦게 오니? 꿀꿀이는 교실에 가면 책 읽을 시간 있어?"


"엄마! 지금 엄마가 교실 복도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기분이야. 기분이 별로야."


망치가 나의 머리를 내리쳤다. 바로 사과했다. 도대체 나는 아이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기를 바랬단 말인가. 하루를 되돌아봤다. 고작 8살밖에 안 된 저 여자아이는 숨 막히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숨통을 조여오는 엄마의 끊임없는 질문에도 차분하게 "나는 지각을 안 했어"라고 답해준 딸이 나보다 어른이었다. 그냥 믿고 며칠 지켜보면 될 일이었다. 아무 일 없이 교실에 갔고 수업을 들었고 지금 이렇게 내 옆에 있다. 그럼 된 거다.

어쩌면 늦지 않게 해달라는 담임선생님의 연락이 부끄러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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