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는 먹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요리를 싫어하는 걸까?"
"너? 요리 싫어해. 먹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
남편의 대답에 껄껄대며 웃었다. 민망함과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대신하는 웃음이었다.
맞다. 나는 대식가다. 남이 해주는 밥은 정말 잘 먹는다. 하지만 내가 나를 위해 요리하는 것은 그렇게 싫고 귀찮다. 아침에는 커피 한 잔, 점심에는 채소와 과일로 대충 끼니를 때운다. 바나나, 고구마, 방울토마토, 빵 등 나의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이 세상에 널렸다.
하지만 남편은 아니다. 쌀밥과 반찬으로 차려진 식사를 해야만 밥을 먹었다고 한다. 점심을 면으로 먹었다면 저녁은 꼭 곡식을 먹어야만 한다. 내가 식사로 먹는 음식들은 남편에겐 그저 간식일 뿐이다.
어릴 때, 우리 엄마는 새 밥과 새 반찬으로 매 끼니 챙겨주셨다. 학교에 다녀오면 직접 만든 슈크림 빵이 식탁 위에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우리 엄마처럼 해야지.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을 위한 된장찌개, 그리고 공부하다 배가 출출할 아이를 위한 간식. 내가 직접 다 해줘야지. 사랑 듬뿍 담아서.'
이는 생각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나는 요리를 못한다. 내가 부엌을 쓰고 나면 난리가 난다. 싱크대는 설거지 거리로 가득 차고, 조리대 위는 온갖 잡동사니로 어지럽다. 그렇다고 식탁 위에 반찬이 가득 차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난 3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소박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편과 나의 딸은 항상 맛있게 먹어준다. 심지어 딸은 매일 엄지를 치켜세우며 엄마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 해준다.
여기까지는 좋다. 귀찮고 힘들어도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가 된다.
문제는 다음이다. 3시간 내내 서있다 이제 앉았는데 식사 시간은 고작 20분. 허무하다. 다시 일어나 정리하고 폭탄 맞은 부엌을 정리해야 한다. 다리에 피가 쏠리는 것이 느껴진다. 식탁 정리, 설거지, 조리기구 정리를 마치고 나면 1시간은 훌쩍 지나있다. 너무 비효율적이다.
얼마나 더 해야 뚝딱뚝딱 음식이 완성되려나.
그냥 우리 집에도 우렁 각시를 모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