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후 갑자기 딸이 물었다.
"아빠! 아빠는 엄마한테 프러포즈 어떻게 했어?"
내가 대신 대답했다.
"꿀꿀아, 엄마는 프러포즈 못 받았어."
딸은 놀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결혼했어?"
"그냥 어쩌다 보니 아빠가 엄마의 남편이 되어 있네?"
"엥? 아빠 너무 한 거 아니야? 아니 아빠 손재주도 좋은데 이렇게 꽃이라도 만들어서 줘야지."
꿀꿀이는 손에 들고 있던 클레이로 장미꽃을 만들면서 아빠에게 말했다.
남편과 7년 연애를 했고, 결혼 11년 차에 접어든다.
직장 상사였던 남자가 내 남자친구가 되었고,
그 남자친구가 아주 자연스럽게 남편이 되었다.
이 남자에게는 고백 한 번 받아보지 못했지만 18년째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남편이 딸의 말에 변명이 아닌 반박을 하며 나섰다.
"프러포즈가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 가족이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그리고 프러포즈한다고 다 결혼하는 것은 아니야. 프러포즈를 했다고 더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아빠는 엄마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봐봐. 엄마, 아빠 사이가 어때? 좋지? 그럼 된 거야."
이 남자의 말에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이벤트가 얼마나 중요하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심 서운했다.
'오빠! 나도 다이아몬드 좋아한다고!'
근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프러포즈를 남자가 해야 되는 법은 없다.
내가 해도 되는 일이었다.
뭐 지금까지 그냥 별생각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을 보면
프러포즈를 받아야 된다는 생각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나 보다.
프러포즈, 그것이 뭐가 중한디?
지금 행복하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