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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셋이 모였다.

by 김몰라

"속이 안 좋아."


난 속이 안 좋다는 말과 속이 안 좋은 느낌에 불안감이 있다. 늘 건강하던 아빠가 갑자기 위암으로 위 절제술을 받아 식도와 장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고, 나 또한 고등학생 때부터 매년 위내시경을 받으며 추적검사를 받았어야 했기에 그 말은 내겐 공포다.


감기 증세로 치료를 받던 남편이 항생제를 먹으면서 감기는 낫게 되었는데, 후각 상실과 위 통증을 호소했다. 그때부터 미음을 시작으로 죽으로 속을 달랬고, 기름진 음식은 피했으며, 삶은 야채로 식탁을 채웠다.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혹시 암인가?'

불안했다. 내시경을 받아보라는 나의 말에도 고집을 피우다 두 달이 되어서야 건강검진을 받았다.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벽 손상이 있고, 대장에서 5개의 용종을 떼어냈지만 다른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다행이다. 속 불편함의 원인을 찾아서. 남편은 헬리코박터균을 죽이기 위한 약을 복용하면서 증상이 차차 나아지고 있다.


이젠 죽과 진 밥을 그만 먹어도 되나 싶었는데 나의 위장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배 속이 부은 느낌에 새벽 두 시에 눈을 뜨게 되었고, 울렁거림으로 잠을 설쳤다. 몇 주 전부터 가스가 그렇게 차더니 독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했던 것일까. 다른 것은 참겠는데 토할 것 같은 그 느낌은 거북했다.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체온은 38.2도까지 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 아니면 장염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바로 병원에 갔다.

선생님도 내 생각과 같았다. 요즘 독감과 장염이 비슷한 증세로 시작되는데 치료 방법은 완전히 다르니 독감 검사를 해보자 하셨다.

"음성입니다."

독감은 아니었다. 외부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체내 염증 발생으로 보고 약을 처방받아왔고, 약을 먹으며 울렁거림은 사라졌고 열도 내렸다. 장 부글거림과 미세한 자극만 사라지면 된다.


'휴, 다행이다.' 마음 놓고 잠이 들려는 찰나, 자고 있던 딸이 "엄마"를 부르더니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양은 상당했다. 저녁에 먹은 모든 음식물이 그대로 나왔고, 이제 곧 초4 언니가 되지만 27Kg 밖에 안 되는 작은 체구의 위에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이 저장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계속 쏟아냈다.

"이젠 괜찮아?"

"응. 씻을래."

난 침대시트를 정리했고, 아이는 샤워를 했다. 남편이 아이의 이를 닦아주는데 또다시 몸 안에 남아있던 음식물이 입 밖으로 나왔다. 감이 좋지 않았다. 열을 재봤다. 38.3도. 더 오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열제를 먹이고 싶었지만, 남편도 아이도 싫다고 했다. 그렇게 그냥 잤다.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 불빛이 내 눈을 자극했다. 벌떡 일어났다.

"뭐야?"

"해열제 먹여야 해."

"왜?"

"38.9도야."

'그러니까 내가 아까 먹이고 자자고 했잖아!'

다음 날 오후, 병원에 갔다. 요즘 독감과 장염 둘 다 유행인데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지금 독감 검사를 해도 음성으로 나올 테니 하루만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열이 계속 오르면 독감일 수 있으니 그때는 꼭 독감 검사를 하라며.

다행스럽게도 열은 내렸지만, 구토를 또 해서 침대시트만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렇게 환자 셋이 모여 지내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고민한다. '무슨 죽 끓여야 하지?'

흰 쌀 죽, 쇠고기죽, 닭죽, 야채죽, 버섯죽. 이것만 떠오른다.

가뜩이나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매 끼니 다른 죽을 끓이려니 힘들다.


그래도 약간의 체중 감소가 있어 감사하다.

딸 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이불 빨래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먹거리 비용이 줄어 감사하다.

이렇게라도 생각 방향을 전환시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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