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초보다.
오래전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지만, 운전대를 잡기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다.
아이 학원, 엄마 집, 동생네 집, 마트 정도 오가는 것이 전부지만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니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내 앞과 양 옆에 버스나 트럭이 지나갈 때면 늘 등 뒤에서는 땀이 흐른다. 여전히 골목길 운전과 주차는 어렵기도 하다. 그래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운전에 집중하며 도로 위를 달린다.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야 했다. 그 병원 주차장은 늘 만차이기도하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하기에 아이에게 택시를 타자 했지만 딸은 택시 안에서 토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우리 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집을 떠나기 전부터 긴장되었지만 아이 앞에서 티 내지는 않았다.
"그럴까? 가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세요.'
차에 타면 늘 하는 기도를 하고 출발했다. 평일 낮이라 차는 많지 않았지만 늘 밀리는 구간은 역시나 차가 많았다. 앞 차와의 간격을 두고 속도에 맞춰 운전 중이었다. 뒤차는 무엇이 급한지 내 뒤에 바짝 붙어오고 있었다. 도로 상황상 난 더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뒤에서 "빵! 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왜? 난 더 빨리 달릴 수 없는데?'
그냥 가다가 좌회전이 가능한 차선으로 옮겼고, 신호가 떨어진 것을 보고 유턴을 해야 했기에 속도를 살짝 줄였는데 또다시 "빵~~~~~~~~~~~~~~~~~!!" 울렸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좌회전을 했다. 뒤따라 오던 차는 갑자기 내 앞으로 오더니 옆차선으로 가서는 차들 사이로 요란하게 차선을 변경하다 사라졌다.
"저 아저씨 왜 저래!"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근데 엄마, 아저씨인지 아줌마인지 어떻게 알아?"
뒤에 앉아있던 딸이 말했다.
"어? 그러게......"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첫 모유를 먹고, 첫니가 나고, 첫걸음을 뗀다. 그때마다 우리는 잘했다고 아이를 격려해 주고 칭찬해 준다. 그리고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면서 그 성장과정을 지켜본다. 무한 사랑을 주면서.
그런데 성인이 되면 조금 다르다. 첫 대학생활, 첫 직장생활, 첫 연애. 조금 서툴면 싫어한다. 약간의 핀잔과 타박을 들으면서 나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그 사람의 시작을 배려로 지켜볼 수 없는 것일까. 아기의 첫걸음마를 기다리며 응원해 줬던 것처럼.
나의 뒤에 있던 운전자는 앞차 운전자의 미숙함이 답답했을 수 있다. 내가 유턴이 아닌 좌회전을 하려고 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분도 놀라서 클락션을 길게 눌렀던 걸 수도. 그래도 생명과 연결된 도로에서 서로 배려를 하면 좋겠다. 초보자도 운전이 편안하고 능숙해지길 바라며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누구나 처음은 있으니까.
그나저나 우리 집 차 초보딱지는 언제쯤 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