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영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지난 2년 나의 수영은 오로지 기억에 의해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에 불과했다. 24시간 중 50분간 내 몸을 움직이는 것에 만족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설렁설렁 다녔다. 그랬던 내게 욕심이라는 것이 생겼다.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 각종 동영상과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다니며 '열정'이라는 것을 불태우는 중이다.
오늘도 '스타트와 턴, 그리고 50M 풀 적응' 주제로 정모를 한다길래 냉큼 다녀왔다. 20분간 워밍업을 하고 한자리에 모였다. 스타드대에 올라서기 전, 강사님의 부탁으로 티칭이 시작되었다.
오늘 이 시간을 통해 현재 내 실력에서 이만큼만 더 얻어간다 또는 지금 내 실력을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들고 간다 이런 마음으로 관찰하고 연습하면 좋겠다는 말에 '아, 나 지금까지 자만심으로 수영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아질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했던 것이다.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나를 만날 노력도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계속 데크에서만 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어요. 익숙해지면 여기(발판)에서 뛰어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데크에서, 그다음에는 발판에서, 또 그다음에는 스타트대에서 차근차근 연습이 시작되었다.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직 미숙한 사람도 있었다. 실력이 좋든, 좋지 않든 그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특히, 계속된 배치기로 포기할 법도 한 어떤 여성분이 쉬지 않고 계속 뛰는 모습에 반했다. 그리고 그분은 결국 유선형 자세를 유지하며 입수하는 것에 성공했다. 샤워실에서 만난 그분의 배와 허벅지는 시뻘겋게 변해있었다. 대단한 노력이다. 나도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1시간 스타트 연습 후 턴 연습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기억할 것은 단 하나, 머리입니다."
턱을 쇄골 쪽으로 당기고 머리를 중심으로 회전하라는 이야기다.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난 지금까지 그냥 돌고 나오는 것에 집중했다. 자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고, 손을 포개어 뻗는 것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배우고 교정할 것이 많다.
딸이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왜 저렇게 하지?' 하며 잔소리를 엄청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던 순간이다. 나 또한 영법을 해내는 것에 급급했지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좀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 잘하니까.
다시 처음 배운다는 마음으로 턴 준비부터 되돌아 나오는 그 순간까지 과정을 생각하며 천천히 돌아나왔다.
'아! 이거다.!'
플립턴 이후 손이 문제였는데 왜 그랬는지 알았다. 빨리 치고 나가려는 마음. 제대로가 아니라 빠르게 하려고 했던 나. 그런 나를 발견했다.
내일부터는 초보의 마음으로 강사님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나의 몸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단단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