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이라 그래

by 김몰라

"엄마는 부모잖아! 그럼 날 보살펴 줘야 하잖아. 내가 할 일을 미루고 안 하면 해야 한다고 말해주면 좋잖아."


꿀꿀이가 갑작스레 손을 불끈 쥐고 고함을 지른다. 심장 소리가 나의 귓가에 전달되었고 머리가 텅 비었다. 그렇다. 나는 부모다. 꿀꿀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해줬다. 육아서를 읽고 육아 프로그램을 챙기며 괜찮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1등 엄마는 아니어도 꼴찌 엄마는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나의 가슴을 한대 쳤다.


요즘 꿀꿀이는 유독 학교 가는 일이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아기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고 학교 말고 유치원에 다니고 싶다고 한다. 할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면서... 힘들 법도 하다. 등교를 하는 순간 정해진 시간에 규칙을 지키며 친구들과 트러블 없이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고 수업 시간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기 위해 고군분투 중일 것이다. 하교 후에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학원 갈 시간이 되면 놀이를 중단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발레, 피아노, 독서모임, 미술. 아이가 원해서 보내고 있지만 지칠 법도 하다.


환절기가 되어서 그런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고 공부는 왜 해야 하냐며 투덜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학창 시절 엄마에게 들었던 말의 반 이상이 "공부해라 공부해"였고 그 말이 지치고 힘들었기에 필요성은 알려주되 강요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가능하면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려고 한다. 물론 기다리다 지치면 "이제 이것 좀 하지 그래?"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그랬더니 결국 돌아온 말은...


"꿀꿀이 엄마는 부모의 온실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해 못 해요. 저는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우리 엄마가 나의 공부에 관심을 좀 더 가져주고 여느 엄마들처럼 학원 알아봐서 보내주고 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전 빨강이한테 모든 지원을 다 해주고 싶어요."


난 지금 꿀꿀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멋진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남편과도 나의 아이가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되 1등이 되길 바라는 욕심은 최대한 버리자고 이야기했고 우리의 최종 목표가 대학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의 마음을 전달했다. 단지 꿀꿀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읽고 쓰는 힘을 지속하길 바라고 영어로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 하나만큼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꿀꿀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는 너무나도 다를 것이기에...


아이의 친구 엄마가 했던 말과 꿀꿀이의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선택권을 준다고 했던 것이 아이가 느끼기에는 방치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되도록 나의 생각을 개입시키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랐을 뿐인데... 아직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


오늘도 아이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내가 아이의 삶에 어디까지 들어가고 어디서부터 아이가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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