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고통

나를 반대로 밀어내는 힘의 즐거움

by 김몰라

"언니 아빠 중앙대 응급실이래

아빠 심폐소생술 받고 있대"


세 자매가 모인 톡방에 메시지가 왔다.

자궁근종 절제 수술 후 외래 검진이 있어 산부인과에 가던 중이었다.


'심폐소생술'

갑자기 손이 떨리고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렸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길 위에 멍하게 서있었다.

모르겠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남편이 떠올랐다. 전화를 걸었다.


"오빠, 아빠 심폐소생술 중이래."

"알았어. 바로 갈게. 어디서?"

"중앙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택시를 부르려 했으나 잡히지 않았다.

버스 노선을 검색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병원으로 가는 내내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빠를 2주 전에 뵙고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렇게 빨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불길했다.

"언니, 어디야? 아빠 심폐소생술 1 시간 째래. 엄마가 멈추고 싶지 않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나 곧 내려. 이제 그만하자."


그렇게 아빠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낸 지 50일이 지났다.

오랜만에 성당에 갔다. 50일째 미사를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봉헌하기 위해서.


저항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신부님께서 강론 시간에 '저항'이라는 단어에 대해 나누고 싶다 하셨다.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에 대해서.


삶에는 언제나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로 밀어내는 힘(하느님이 주신 고통)이 존재한다.

죽음 또한 그렇다.

다 이유가 있기에 그런 아픔과 슬픔, 고통이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두렵고 피하고 싶겠지만 늘 도망칠 수는 없다.

우리가 태어나서 수차례 넘어지길 반복하며 중력을 이겨내고 일어났듯

방법은 있고 우린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아빠의 죽음에 원망의 대상을 찾고 싶었다.

아빠가 어릴 때 제대로 보살펴주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빠의 병(파킨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를.

이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아빠를.

피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채혈을 했던 의사를.

그리고

힘들어도 참으라고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고 윽박지르던 나를.


오늘의 강론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빠는 아빠에게 주어진 고통을 잘 인내했으니,

이제는 편히 쉬어도 된다고 하느님 곁으로 초대받은 것은 아닐지.



아빠에게 파킨슨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을 때

왜 하필 우리 아빠에게 그 고약한 병을 주었냐고 한탄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해졌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크게 아프고 힘들었던 이 일은

내가 남은 생을 살아가는 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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