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리운 냄새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by 기억을 맡는 사람

출근길, 운전 시야를 가리는 성애를 걷어내려 창문을 조금 내렸다. 그 순간 초겨울의 공기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맑고 서늘한 냄새였다. 며칠 전 내린 눈의 기척도 또렷하게 묻어 있었다.


고속화도로를 따라 늘어선 야산에서 올라오는 겨울 냄새들에 잠자고 있던 후각이 하나둘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팔구십 년대에는 모든 냄새가 분명하고 또렷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비염도 없었으며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느리게 흘렀다.


냄새들은 코로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눈으로 머리로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계절마다 냄새가 달랐고 일상은 그 냄새들로 또렷이 구분되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나는 주로 자극적이거나 강한 냄새들만을 인식한다. 방향제와 향수, 담배 냄새 같은 인공적인 향들이다.


그리운 냄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잊힌 줄 알았던 냄새들 그리고 그 냄새와 함께했던 기억들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