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한 엄마의 마음 일기

by 빛날애

첫 번째 끈 - 마음을 잇는 일


토요일 아침, 아직 잠든 집 안에서 막내와 나만 먼저 깨어 움직였다. 아이와 나를 조용히 이어주는 어떤 끈이 그 시간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듯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한국사 수업. 큰아이 때부터 시작된 이 수업은 둘째, 막내까지 이어져 이제 겨우 세 번만 더 가면 끝난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도 즐거운 외출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직접 보고 듣고, 몸으로 느끼며 배우는 한국사는 교과서보다 오래 남았다. 아이들 얼굴에 ‘아, 역사는 이렇게 숨 쉬는 것이구나’ 하고 스며드는 표정을 몇 번이나 보았던지. 그렇게 시작된 한국사 수업이었다.


“민성아, 이제 슬슬 일어나서 씻어야지요?”
“네....... 아.........”
“우리 막둥이~ 천천히 일어나자.”
“아...... 귀찮아요”


잠의 무게가 역사보다 더 무거운 아침. 막내는 한껏 짜증을 부리며 느릿느릿 씻고, 멀미 난다며 밥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나는 그 짜증을 애써 흘려보낸다.


“준비 다 했지?” 나는 밝게 묻는다.
“........ 네.”


엘리베이터에서 차로 내려오는 순간까지도 아이의 입은 삐죽 나와 있다.


“토요일 아침인데 피곤하지? 그래도 끝나고 맛있는 거 먹자.”
“………”
“힘내자, 아들.”
“..........”


말수는 적지만, 그 모든 마음을 알고 있었다. 아이 역시 나를 믿고 따라오는 길이라는 걸.

서대문형무소에 도착해 아이 주머니에 핫팩을 쥐여주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민성아, 잘 다녀와.”

짧은 인사 뒤 아이는 선생님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3시간 동안 이어질 수업. 기다림은 길지만, 아이는 늘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불쑥 말했다.

“엄마”
“응? 왜, 우리 아들.”
“엄마, 항상 고맙습니다.”


나는 대답보다 놀라움이 먼저였다.


“응? 갑자기? 뭐가 고마워?”
“그냥요. 다요.”


그 순간, 가슴 어딘가 깊은 곳이 조용히 떨렸다.


“말해줘서 고마워, 민성아. 엄마가 더 고마워.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네.”
“사랑해.”
“네, 사랑해요.”


운전대 너머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이 마음속에서 건너온 작은 진심 하나가 온몸을 데웠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울고 싶은 날도 많지만, 결국엔 이렇게 행복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훨씬 많다.

사랑은 정직하고, 쓰러지려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결혼기념일 막둥이가 쓴 편지, 아가 예쁜 삼남매


두 번째 손 - 마음을 붙드는 일


불안으로 흔들리는 아이들 곁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손이 되어 주려 했다.
손 하나를 잡아주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아이를 키우며 매번 배워왔다.


큰아이와 둘째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 아이들은 욕심도 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지만 불안이 많은 아이들은 짜증으로 마음을 보호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 곁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려고 한다. 쉬어갈 그늘이 되어주고, 세게 불어오는 마음의 바람을 잠시 막아주는 벽이 되어주고 싶다.


“괜찮아. 너무 걱정 마. 잘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 노력했으면 못 봐도 괜찮아.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그 사실만 기억하면 돼. 나중에 커서도 노력의 과정이 더 기억에 남아.”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성적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더 우선이다.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좋아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 기쁨은 아이의 몫이지, 엄마의 훈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나는 늘 다짐한다. 기쁘고 자랑스러워도, 그 무게가 다시 아이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아이의 성적은 아이의 노력이지, 엄마의 완장이 되어선 안 된다.'


며칠 전,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학교 위클래스 상담 선생님한테 더 이상 상담 안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 너 마음이 그렇다면 그러면 되지.”
“선생님은 제 불안을 걱정하시는데 저는 학교에서 상담은 굳이 필요 없는 것 같아서요.”
“음... 상담 안 해도 괜찮겠어?”
“괜찮아요. 저는 엄마랑 대화하는 게 상담이잖아요. 선생님이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하다고 물으셔서, 있다고 했죠. 저한테는 엄마가 있으니까요.”


순간 심장이 서늘하게 떨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가 나를 향해 내민 마음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졌다.


“...... 고마워... 수정아.”


우리는 온기 가득한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지난 금요일, 수정이 마음 진료가 있던 날. 언제나처럼 아이가 먼저 상담을 마치고, 내가 뒤이어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가장 긍정적인 건, 아이가 어머니를 정말 좋아하고 믿어요. 어머니와 아이와의 사이에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이유 없이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는 늘 마음이 여린 아이가 아플까 더 불안해했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초조함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약물 부작용으로 감정이 흔들리던 날들, 충동적이고 낯선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던 순간들마다 아이는 가장 힘든 마음을 솔직하게 나에게 털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힘들었구나... 고마워. 엄마에게 힘든 이야기 털어놔 줘서. 괜찮아. 너 잘못 아니야. 이겨낼 수 있어. 이 또한 다 지나갈 거야. 엄마가 있잖아.”

아이는 천천히, 아주 작은 걸음으로 터널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다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고쳐 앉는다. 어떤 날은 아이가 나를 일으켰고, 어떤 날은 내가 아이를 붙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어둠을 조금씩 덜 어내며 조용히 살아냈다.

아이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가 나를 다시 따뜻하게 만든다.

불안했던 많은 날들 속에서도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치지 않았다. 마음의 끈은 더욱 단단해졌고, 손을 잡는 힘은 날마다 깊어졌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의 마음에도 작은 빛이 하나 켜진다는 것을. 그 빛이 우리의 내일을 아무 말 없이 오래도록 비춰줄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 더 행복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이 그 빛 아래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지금 혼란스럽고, 불안한 건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마음속 불안을 다정하게 받아들일 때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법을 알게 될 거예요.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_저자 김붕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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