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끼니 - 1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재화를 한 단위 더 소비하면 그로 인해 얻는 추가적인 만족감은 감소한다는 걸 뜻한다. 음식에 비유해 쉽게 설명하면, 맛있는 것을 처음 먹을 때는 기분이 좋지만, 그걸 먹고 먹고 또 먹으면 점점 별 감흥을 못 느끼게 되는 현상으로 얘기할 수 있다. 오늘은 너무 많이 산 식자재를 처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지지난 회차 <한 끼의 이야기>에서 오야꼬동을 처음 만들어 먹었다. 일본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집에서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었고, 달달한 양파와 간장 맛에 빠져 그 요리를 자주 만들어 먹었다. 콘텐츠용으로 샀던 닭다리살 정육 600g도 금방 해치웠다. 오야꼬동을 잘 먹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 하나만 믿고, 핫딜로 뜬 닭다리살 정육 2kg을 충동구매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큰 실수였다.
오야꼬동 한 그릇을 만드는 데 닭다리살 정육 100g이 필요하다. 닭고기 2kg을 사면 산술적으로 20그릇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오야꼬동을 6번이나 먹었기 때문에 내 몸은 그 음식을 알게 모르게 거부하고 있었고, 그걸 20번이나 더 먹어야 하는 건 마음에 큰 짐이 되었다. 식사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무시하니, 오야꼬동이 어느 새 물려 버렸다. 구매한 닭다리살의 1/3을 어영부영 먹긴 했어도, 나머지 1.3kg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류수영 씨의 닭갈비 레시피를 보았다. 그는 그 영상에서 닭다리살 정육 1kg으로 온 가족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닭갈비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오야꼬동이 물렸던 나는 충동구매한 닭다리살을 처리하기 위해 냉동고에 얼려뒀던 닭 정육을 해동시켰다. 간 세게 해서 먹는 부산 사람인 나는 서울 사람인 류수영 씨의 닭갈비가 슴슴해서 아쉬웠지만, 악성 재고를 처리할 수 있었기에 유튜브 보고 만든 요리를 감사하며 먹었다.
약 1년 전, 난 <한 끼의 이야기>에서 '하나만 먹으면 질리니, 물리기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밥 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각 없이 대량 구매를 하다 보니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지를 해야 실수하는 주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3봉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