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을 짝사랑하기

by 빗소리

누구에게나 저마다 다른 하기 싫은 일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요리가 그렇다. 내가 요리에 대한 글을 종종 쓰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사실에 대해 꽤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는 요리가 참 어렵다. 그리고 하기 싫을 때가 대부분이다. 싫으면 안 하면 되는데! 대체 왜! 나는 요리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내 삶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삶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이 있겠지만, 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인 '건강'이라 생각한다. 좋은 삶은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일까? 영양제나 각종 건강 보조식품을 잘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삼시 세 끼의 식사를 건강한 식단으로 잘 챙겨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이든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식사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영양제가 들어간다 해도 모래 위의 집이다.


요즘은 반찬가게가 정말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무슨 음식이든 배달도 시킬 수 있다. 마트에는 각종 간편식 요리가 잘 전시되어 있다. 요리가 어렵다면 얼마든지 이런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나는 그런 것을 이용하더라도 내 스스로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게 좋다 생각한다. 좋은 식사의 기본은 좋은 식재료인데, 내 맘 같이 좋은 식재료를 쓰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원가를 어느 정도 맞춰야 하기에 저마다 일정 부분 타협을 하여 단가가 낮은 재료를 쓰기도 하고, 맛을 위해 조미료를 많이 넣기도 한다. 가장 건강한 식사는 결국 내 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힘들면 외부의 손을 빌리되 체력이 괜찮은 날에는 직접 좋은 재료로 요리해보는 것도 좋은 일 같다 생각한다.


내가 살면서 해본 일 중에 요리만큼 마스터가 잘 안 되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워낙 그 종류가 방대하고, 재료 또한 방대하여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오랫동안 서서 일해야 하기에 체력이 많이 필요하고, 요리 뒤의 뒤처리와 설거지 또한 큰 과제이다. 참 성가시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하면 할수록 내 머릿속에 우리 집 특화 요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고, 나의 손 끝도 각종 재료 손질을 조금씩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편과 둘이 살 때는 요리의 맛에 제일 집중했는데, 아기를 낳으니 어떻게 하면 건강한 재료로 건강한 방법을 사용해 영양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를 많이 하게 된다. 기름에 굽고, 튀기는 방법보다는 가급적 육수를 내어 볶고, 삶는 방법을 택하려 노력한다. 제철 재료가 무엇인지 공부하여, 제철 재료를 다양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공부한다. 유아식 책뿐만 아니라 어른 요리책도 뒤적이며, 아기용 레시피로 내 맘대로 변형하여 요리해보기도 한다.


아직 휴직의 시간 동안 요리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어 감사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요리 공부가 앞으로의 삶에 건강한 뒷받침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요리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지만, 나의 짝사랑 또한 언젠가는 결실을 맺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적어도 요리가 어렵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사랑하는 이에게 요리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극히 행복해지는 날도 지금처럼 종종 찾아올 것이란 생각도 든다.


재밌는 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요즘 꽤 자주 반찬 가게를 이용하고 있다. 아직은 아기와 음식을 분리해서 먹기에 아기 음식 하는 것도 바쁘기 때문이다. 아기와 우리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능력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짝사랑을 계속 품으며, 조금씩 노력하는 일은 소중하다.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면 그만이지만, 때론 안 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일도 있다. 내게는 요리가 그렇다. 짝사랑과 함께 조금씩 커가는 요리하는 자아의 성장을 조금은 기대해본다. 화려한 요리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요리를 조금은 더 즐겁고 쉽게 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


그러니 요리야, 제발 내게 곁을 좀 내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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